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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반도체주 줄이고 바이오주 피하라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반도체주, 실적 대비 주가 많이 올라… 지난해 1차 하락한 바이오주, 추가 하락 가능성

지금 가장 걱정되는 주식은 반도체다.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장비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20% 올랐다.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13% 초과 수익이 난 건데 반도체 양사가 시가총액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걸 감안할 때 대단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이 반도체 상승을 이끈 주역이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 3조6000억원의 돈을 집어넣었다. 전체 순매수의 90%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 주식시장이 나스닥을 중심으로 반등하면서 국내에서 유사 종목을 찾게 됐는데 반도체가 거기에 해당된 것이다. 때마침 주가가 하락해 매력적인 수준이 된 것도 매수에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 급감


수급을 제외하고는 반도체에서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 힘들다. 기업 실적이 특히 심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후 영업이익 전망치가 51조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8월 해당 수치가 88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 사이에 이익 전망치가 42%나 줄어든 셈이 된다. 반도체 업황 둔화가 계속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익 전망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반도체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자동차주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 현대차 주가가 바닥을 친 후 두 달 사이에 40% 넘게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한달 간 13만원을 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지금은 12만원대로 내려왔다.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이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매도를 쏟아냈기 때문인데 반도체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 2월 초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4만7000원을 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지만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빠른 시간에 이 선을 돌파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주처럼 반락할 수 있다.

지금은 대세 상승 기간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주가가 떨어진 데 따른 반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등인 만큼 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

시장의 틀이 코스피 2000~2200 사이로 짜여짐에 따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2월 들어 코스닥이 5% 넘게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1% 오르는데 그쳤다. 참고로 1월 두 시장의 상승률은 각각 6.1%와 8.0%로 코스피의 우세였다.

중소형주 상승은 기업 내용이 좋은 가치주로부터 시작해 성장주로 옮아가고 있다. 관심을 가져야 할 테마는 5G와 수소차 관련 기업이다. 둘 다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는 업종이다. 과거 정부 정책이 테마를 만드는 초기 동력 역할을 했던 것에 비춰보면 이해가 된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통신사가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 등에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급행 차선(Fast Lane) 상품이 출시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그동안 공언해왔던 망 중립성 원칙에서 후퇴하면서까지 5G 시행을 허용한 건 이 기술이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5G 도입에 따라 통신 부문에서 신규 매출이 얼마나 발생할지, 이익은 얼마나 늘어날지 판단하기 힘들다.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얘기를 종합하면 2030년까지 자율주행차 등 신규 사업 부문에서 연간 10조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정도만 돼도 과거 3G나 4G를 도입했을 때보다 영향력이 큰 것이다. 5G가 당분간 주식시장에 계속 얘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정부가 수소경제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국내에서 수소승용차를 신규로 4000대 이상 보급하고, 2025년까지 연 10만대 양산체계를 구축해 수소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차를 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해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로 늘리고 수소충전소를 1200곳으로 늘릴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수소차 구매 때 최대 36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고 수소충전소 설치·운영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방안은 발표 초기에만 반짝 영향을 줬을 뿐 주식시장에서는 이내 시들해졌다. 방안이 나오기 이전보다 오히려 투자성과가 낮아졌다. 이런 반응은 전기차가 차세대 자동차의 주력이 될 거라는 인식 때문이다. 수소차가 국내에서 성공하더라도 세계 시장에서는 주력이 아닌 만큼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2020년 동경올림픽에 맞춰 수소사회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수소버스 200대를 운행할 계획이다. 전기차나 수소차 모두 인프라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 만큼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가 한쪽 방향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이다. 2030년 이후 연비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차세대 자동차를 100% 전기차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시장이 성장성 쪽으로 기울 때마다 수소차 테마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의 지원을 받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는 업종도 있다. 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중소형주 강세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가 지지부진한 건 지난해 1월에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통 4~5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상승한 종목이 속출했는데,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적도 좋지 않다. 그동안 바이오 기업의 실적은 셀트리온이 끌고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에 52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18년과 2019년 해당 수치가 8000억과 1조를 넘을 것으로 기대됐다. 현실은 반대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387억대으로 떨어져 재작년에 비해 오히려 33%가 줄었다. 그 때문에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중소형주 양극화, 대형주보다 심화

바이오처럼 성장을 테마로 주가가 움직일 경우 기대가 꺾이는 순간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 비슷한 과정이 몇 번 반복된 후 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가려진다. 지난해 상반기에 바이오 주식이 1차로 하락했다. 셀트리온처럼 규모가 큰 기업조차 주가가 고점에서 50% 하락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지금은 1차 하락 이후 소강 국면에 들어가 있는데, 성장주의 하락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바이오 주식은 매수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힘들어지면서 시장이 변하고 있다. 대형주는 순환매를 통해 많은 종목이 조금씩 오르지만 중소형주는 다르다. 주목을 받는 종목과 그렇지 못한 주식 사이에 주가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당분간 여러 테마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474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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