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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가 ‘케이블 톱3’ 인수 추진
통신사의 케이블 인수는 ‘웩더독’ 전략
IPTV 등장 이후 케이블TV 줄곧 내리막실제로 케이블 TV는 통신사의 브랜드와 자금력을 등에 업은 IPTV와의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고 수익률도 감소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케이블TV의 매출액은 2조1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지난 2013년을 정점(2조3791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국내 SO사업자의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2014년 8115원에서 2015년 7871원, 2016년 7598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이는 IPTV 가입자당 매출액의 절반 수준이다. 2017년 11월 인터넷TV에 전체 가입자 수에서 역전된 후에는 격차도 매년 벌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케이블TV의 영향력은 크게 축소됐다. 2010년 말 유료방송시장 내 케이블TV 가입자 비중은 72%였으나, 2017년 말은 45% 안팎이다.지난 1995년 출범한 케이블TV는 국내 처음으로 유료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 지상파 3사 위주의 방송 콘텐트 독점 구조를 깨면서 수십개의 채널시장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현재 TV나 옥상에 있는 안테나를 통해 공중파 주파수를 직접 수신하는 식으로 지상파 채널만 보는 가구는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케이블TV 업체들은 1000만 가입 세대를 돌파하며, TV에는 케이블 셋톱박스가 필요하다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 확대에 따라, 홈쇼핑 업체들이 성장했고 그 뒤를 이어 투니버스·CGV·tvN 등으로 이어지는 방송 채널들이 지상파 못지않은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케이블TV의 전체 가입자는 2008년 말 IPTV가 출범한 직후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도입 초기에만 해도 IPTV가 케이블TV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MSO는 권역별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었지만, IPTV는 울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 3사는 장기간의 업력을 바탕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기존 고객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합상품을 성장의 강력한 동력으로 활용했다. 케이블TV 업체 관계자는 “통신 업계의 인터넷TV는 200개가 넘는 TV채널과 VOD(주문형비디오)를 앞세운 데다 여기에 자신들의 강점인 이동통신·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인터넷TV와 묶어 싸게 팔면서 시장을 잠식했다”며 “자본력에서 밀린 케이블TV로서는 통신 업체의 후려치기 마케팅에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특히 결합상품 마케팅의 파괴력은 막강했다. 결합을 통한 할인으로 최초 고객 유치를 하는 동시에, 개별상품 변경 때 위약금 조항 등으로 고객 이탈을 막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중 ‘방송+통신’ 결합가입자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이미 40%를 넘었다. 2008년 말 기준 통신 3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각각 KT 671만 명, SKB 354만 명, LG유플러스 221만 명이었다. 이 수치는 최근 통신 3사의 IPTV 가입자 수와 유사하다. 기존에 보유하던 고객 수가 IPTV 가입자 확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반면, MSO 사업자들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자생력을 잃었다. IPTV가 결합상품으로 마케팅 공세를 펴는 동안 MSO는 자체적으로 결합상품을 구성하기 위한 사업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최근에야 타사 무선서비스 등을 결합한 동등 결합상품을 2017년부터 출시하고 있지만, 때가 늦었다. 규제의 역설도 작용했다. 규제를 통한 진입장벽으로 성장했지만, 우물 안에서 보호를 받는 동안 경쟁력이 점차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지역성을 보호하고 과도한 경쟁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MSO는 권역 내 독점적 지위가 보장됐다, 물론 다른 권역으로의 진출은 막혀 있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업체들은 제대로 된 케이블망 투자도 하지 않고, 영업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은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IPTV라는 새 경쟁자의 등장하자 속수무책으로 잠식당했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IPTV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기존에 케이블TV가 맡고 있던 지역성·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송법에 따르면 SO는 지역사업권에 따라 일정한 권역에서 사업 운영 권리를 받는 대신, 방송의 지역성을 구현할 의무를 지게 된다. 방송의 지역성 보장을 통해 지역분권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보호, 지역 경제발전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지방선거 때는 그 지역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촘촘히 전하는 선거방송으로서의 몫도 있다. 과거 케이블 TV 업계가 통신사의 진입을 방어하기 위해 합산규제 일몰 전에 강조했던 논리 중 하나도 ‘케이블TV가 무너지면 지역 방송 콘텐트라는 미디어 다양성도 훼손된다’는 것이었다.이번에도 케이블TV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SO를 흡수할 경우 ‘지역성 구현’을 놓고 문제 발생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월 14일 성명서를 내고 “케이블TV는 지역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재난방송과 선거방송 측면에서는 지상파방송보다 지역단위로 촘촘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통신사의 인수 후) 지역사업권이 무력화된다면 해당 지역은 케이블TV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역서비스가 사라져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케이블TV가 지역성 구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사업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케이블TV 고유 영역인 지역 사업권 유지를 강조했다.이에 대해 통신사 측은 ‘각자 경영’ 카드로 이런 우려를 불식 시키려는 모습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월 26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J헬로와 협상을 하며 53.92% 타협이 이뤄져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며 “아울러 케이블이라는 것이 지역 공공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서로의 영역에서 경쟁을 이뤄나가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과기부와 방통위 인수 심사에서 ‘지역성 구현’을 놓고 문제 발생 소지가 있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통신사 중심 재편 vs 케이블TV 유지’ 방향 잡아야합산규제 등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에 정부 정책이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가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교수는 ‘1위 케이블 사업자가 떠나는 유료방송시장의 문제와 정책 당국의 과제’ 보고서에서 “케이블 사업자가 모두 빠져나가고 방송시장마저 통신 3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SO가 유료방송시장에서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케이블 SO의 서비스를 유지한다면 어떤 시장 조건을 만들어야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케이블TV 업계가 지역성 훼손을 지적하기에 앞서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력에 따른 변화나 정부 규제에 기대는 방식보다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케이블TV 업계 전체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특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모바일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스마트폰 등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방송을 시청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아울러 지역 미디어로서 케이블TV의 정체성을 살리고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역 문화에 더욱 밀착한 콘텐트 발굴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