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글로벌 클라우드 전쟁, 한국은 제자리걸음?] 인프라 부족과 규제 탓에 고전했지만… 

 

이창균 기자
금융 분야 올해부터 전면 개방 호재 … 데이터 주권 확보, 해외 공략 탄력 받을지 관심

▎경기도 판교에 있는 NHN엔터테인먼트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최근 투자를 늘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 사진:NHN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Cloud)는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서비스다. 세간에서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으로도 꼽힌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같은 주요 4차 산업혁명 분야들을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해서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AI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면서 초당 수GB(기가바이트)의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분석, 주행에 실시간 반영한다. IoT 기반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시티 등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지금의 먹거리이자 차세대 먹거리로 클라우드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한 이유다.

클라우드의 이 같은 중요성을 빠르게 인식하고 시장 선점에 성공한 기업이 아마존웹서비스(AWS)다. AWS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미국 아마존이 2006년 설립한 자회사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일찌감치 구축해 주로 기업 간 거래(B2B)로 사세를 키우면서 급성장했다. 현재도 넷플릭스와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고객으로서 AWS를 이용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015년 보고서에서 “AWS는 주요 경쟁사 14곳을 합한 것의 10배 규모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을 만큼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AWS는 지난해 4분기 기준 34%의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퍼스트 무버 AWS, 점유율 1위


마이크로소프트가 15%의 점유율로 ‘퍼스트 무버’ 아마존의 뒤를 이은 ‘패스트 팔로어’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다. 2010년부터 보안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애저(Azure)’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서비스해 AWS를 추격 중이다. 구글과 IBM이 각각 7%의 점유율로 그 뒤를 쫓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주요 경쟁사 중 하나인 오라클 출신의 토마스 쿠리안(전 오라클 재품개발총괄 사장)을 클라우드 부문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할 만큼 사세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IBM도 자사 클라우드에서만 쓸 수 있었던 기업용 AI ‘왓슨(Watson)’을 AWS 등 다른 경쟁사 클라우드에서도 쓸 수 있게 하는 개방형 전략으로 최근 선회하면서 공격적인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이런 미국 기업들 외에 중국의 알리바바, 일본의 후지쯔도 글로벌 클라우드 점유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큼 기술력과 인프라를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와 달리 자타공인(自他共認) ‘ICT 강국’ 한국은 아직까지 이런 경쟁에서 소외돼 있다. 글로벌 전체 발생 매출만 약 90조원(804억 달러, 지난해 기준,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집계) 규모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클라우드에 제대로 접근조차 못한 채 고전 중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뒤처져서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10만대 이상 서버를 운영하는 초대형 데이터 센터가 전 세계에 400개가량 있는데 국내엔 한 곳도 없다”며 “정부와 민간에서 클라우드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식해 (예전보다) 노력 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클라우드 분야에서 AWS는 물론 알리바바나 후지쯔에 견줄 만한 국내 기업도 없다.

ICT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막강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소프트웨어, 특히 데이터 분야에선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던 국내 실정이 클라우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산업계나 소비시장의 해외 클라우드 의존도는 IC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높다. AWS 등 해외 클라우드 기업이 국내에서 7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대부분이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 중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 주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데이터는 어떤 상황에서든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한 예로 지난해 11월 22일 국내 AWS 서버 장애로 쿠팡·우아한형제들·업비트·이스타항공 등 AWS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 수 곳이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이 접속 장애를 일으키면서 소비자들 불만이 각 기업으로 폭주했다. 이들은 보안상 문제나 데이터 손실이 있을까 발만 동동 구르면서 AWS의 대응 속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해결됐지만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의 열악함과 개선점만 재차 확인한 해프닝으로 남았다. 더구나 아마존 측이 사고 직후 피해 보상책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면서 데이터 주권 논란이 재점화됐다. 최민식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자국의 통제 없이는 해외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디지털 자산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할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AWS 등의 데이터 센터는 국내에 있더라도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KT·네이버·삼성SDS 등 국내외 투자 늘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법적인 보완도 물론 필요하지만, 고강도의 국내 클라우드 산업 육성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선 KT·네이버·NHN엔터테인먼트·삼성SDS 등 일부 ICT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업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 규모와 서비스 성숙도 면에서 해외 클라우드 기업들 대비 열세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희망적인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지난해 클라우드 부문에서 전년 대비 31% 매출이 성장해 고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경기도 용인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신규 데이터 센터를 건립 중이다. NHN엔터는 상반기 중 선진 시장인 일본에 데이터 센터를 마련, 현지 공략을 가속화하면서 3년 안에 이곳에서 1000억원가량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KT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형 플랫폼(BaaS)을 최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클라우드 관련 각종 규제를 풀고 있는 것도 산업계엔 호재다. 정부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소비자의 ‘비(非)중요 정보’만 다룰 수 있게 했던 기존의 전자금융감독 규정을 개정해 지난 1월부터 적용했다. 금융사들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도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해 다룰 수 있게 된 것으로, 사실상 국내 금융 분야가 클라우드 시장에 전면 개방된 셈이다. 금융권이 클라우드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도 그만큼 더 많은 사업 확장의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실제 네이버는 코스콤, NHN엔터테인먼트는 KB금융지주와 제휴해 금융 특화 클라우드 사업 진행에 힘을 얻게 됐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도 일부 개방되고 있다. 남은 것은 해외 공략까지 가능해질 만큼 기업들이 성장하는 일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76호 (2019.03.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