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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한국 증시도 미국 증시도 박스권 전망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반등 마무리 국면에 경제상황 나빠져... 코스피 하단 1800선도 염두에 둬야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9월까지로 정했던 기준금리 동결 시한을 12월로 늦췄다. 사진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 사진 :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정책을 수정했다. 당초 오는 9월까지로 정했던 기준금리 동결 시한을 12월로 늦췄다. 9월부터 3차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도 도입하기로 했다. 민간 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2017년 2차 시행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었다. 금융 완화 정책을 강화한 건 유럽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지난해 12월 유럽은행은 올해 유럽이 1.7% 성장할 걸로 예상했다. 이번에 해당 수치가 1.1%로 하향 조정됐다. 3개월 만에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전망치 하락 조정은 실제 경제가 좋지 않아서였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4분기 성장률이 0.6%로 떨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탈퇴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유럽 경제가 나빠지자 예상보다 강한 정책을 빨리 내놓은 것이다.

왜 유럽 경제가 다시 둔화됐을까? 자생력이 약해진 게 원인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경제위기가 발생해 외부에서 자금 수혈이 이루어질 경우 돈을 빌려주는 쪽은 빌려가는 나라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신흥국에는 특히 심하다. 문제가 생긴 부분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지만 똑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S&P500 지수, 2400~2800선 머물 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조치는 없었다. 자금을 집어넣어 사고가 터진 걸 수습하는 걸로 끝냈다. 그러다 보니 경제의 자생력이 약해졌다. 지난 10년 간 선진국이 유례없이 낮은 금리와 막대한 자금 공급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런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당분간 유럽의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성장 둔화로 세계 경제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18년 1월에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현재까지 하락 중이다. 지난 10년 간 미국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선행지수와 주가 간 관계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지만, 그래도 둘은 여전히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선행지수가 후퇴했던 2011~2012년, 그리고 2015~2016년에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이후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주가보다 평균 6개월 앞서 하락 신호를 보냈다. 이 경험에 따를 경우 당분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둔화를 예고해주는 지표는 또 있다.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2만개 증가에 그쳤다. 지난 1월 31만1000개 증가에서 급격히 둔화된 것으로 1년 반 만에 최저치이다. 기업신뢰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도 좋지 않다. 2018년 하반기 이후 두 지표가 소폭 둔화되고 있는데 기업 경영과 가계소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2월까지 두 달 간 미국 시장이 20% 가까이 상승했다. 예년에 볼 수 없을 정도의 큰 폭 반등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 미국 시장이 두 달 사이에 크게 상승한 건 지난 10년 간의 주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주가가 오랜 시간 상승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해 말 가격이 하락하자 새로운 상승을 기대하면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이다.

미국 시장의 단기 고점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상당 기간 2월에 기록한 고점을 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바닥도 지난해 12월에 기록했던 저점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추가 하락은 미국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져야 가능한데,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 당분간 미국 시장은 S&P500 지수 기준으로 2400~2800 사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을 때만해도 곧바로 반등할거라 기대했지만 주가는 예상과 달리 일주일 내내 하락했다.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높다 보니 가격 부담을 견뎌내지를 못한 것이다. 정상회담 재료가 소멸됐지만 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이제 주가가 머물 공간이 정해졌다. 상반기에 시장은 종합주가지수 2000~2200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조정 기간이 더 연장돼 올해가 끝날 때까지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박스권의 폭은 조금 넓어진다. 위로는 올라갈 공간이 넓지 않은 반면 밑으로는 1800까지 내려갈 수 있다. 지금이 10년 동안 이어져온 경기 확장이 끝나는 때라는 걸 생각하면 위보다 밑으로 공간이 더 크게 열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종목은 하나로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중구난방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형주는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하다. 2200까지 올라가는 과정에 많은 대형주가 순차적으로 올라 가격이 낮은 종목이 없어졌다. 지난 연말과 비교해 대형주가 가지고 있던 최대의 강점이 사라진 것이다. 올해 이익 전망도 좋지 않다. 현재는 10%대 초반의 감익이 예상되고 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그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대형주의 비중을 줄여야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종목을 찾겠다면 주가가 먼저 하락한 종목이 좋다. 대표적인 게 은행 주이다. KB금융의 주가가 지난해 초 7만원에서 지금은 4만원 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이익이 나쁘지 않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대출 증가율이 낮아지고 부실 채권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아직은 이런 불안 요인이 현실화될 때가 아니다. 조만간 주가가 바닥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형주 중에서는 은행주 관심 가질 만

종합주가지수가 2200에 도달한 후 상승을 시작한 주식이 중소형주이다. 대형주에 비해 주가가 오르지 못했고 4분기 실적이 대형 기업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는 점이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3월 초 주가가 떨어지는 과정에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났다. 어떤 날은 둘 사이에 상승률 격차가 3% 이상 벌어질 정도로 중소형주의 일방적 우위였다. 중소형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추가 상승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중소형주 상승은 개별 종목 차원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테마나 업종이란 한 개의 그릇에 전체 종목을 담기 힘들기 때문이다. 종목의 변화도 심해 특정 종목의 주가가 오른 걸 보고 따라가면 한 발 늦은 대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가 불특정 종목의 향후 상황을 예측해 투자에 나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를 잠시 쉬는 게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주가가 두 달 동안 올랐다. 이 상승은 추세 전환이 아니라 반등이었기 때문에 한 사이클이 끝난 지금은 좋은 투자 시기가 아니다. 주식시장이 이래 저래 쉽지 않은 상황에 있다.

1476호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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