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 배터리 기업의 빛과 그림자] 기술은 일본에, 성장잠재력은 중국에 밀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LG화학·삼성SD·SK이노베이션 수주액, 반도체 수출 규모 육박... 中 전기차 시장 규제 해제 여부 주목

▎LG화학은 지난해 말 중국 난징에 2조원을 투자해 중국 배터리 셀 제2공장을 짓는다. 2023년까지 주행거리 320㎞의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진은 청주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 사진:LG 화학
지난 3월 18일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는 제318차 신재생에너지 신차 목록을 발표했다. 발표된 신차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동풍르노 4종, 삼성SDI 배터리를 쓰는 진강뉴에너지 1종이 포함됐다. 이들은 중국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 자격을 얻는 ‘형식승인’을 신청했다. 공신부 결과는 5월 쯤에 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승인이 완료되면 업체들은 같은 달 중순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 기업 육성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이유로 2016년부터 국내 배터리 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형식승인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인 중국의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 신호탄을 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지난해 중국의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77만대로 전년 대비 70% 가까이 늘었고 앞으로 3년 간도 연평균 4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中 전기차 보조금 형식승인 결과 5월쯤 나올 듯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당장은 어렵지만 중국의 2020년 전치가 보조금 폐지를 대비해 중국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공장 증설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난징에 2조원을 투자해 중국 배터리 셀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3년까지 주행거리 320㎞의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 1단계 양산이 예정돼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둔 삼성SDI도 1조원 안팎을 투자해 제2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약 40만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중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등지에서 배터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배터리 업체의 수주 실적이 나쁘지 않다. LG화학은 BMW·제너럴모터스(GM) 등 11개 완성차 제조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SDI도 재규어·포르쉐 등 8개 완성차와 공급계약을 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신규 수주한 금액은 110조원대에 달했다. 국내 최대 수출 효자상품인 반도체의 연간 수출 규모는 141조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뿐만이 아니라 아니라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무선청소기 등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수요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B3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세계 수요는 2015년 23억 개 수준에서 2019년에는 60억개 수준에 다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25년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가정용 ESS 시장은 2017년 약 7300억원에서 2024년 12조원 규모로 연평균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배터리 기업 점유율 11%대로 하락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의 개방을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도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탑재한 현지 기업들이 보조금 지급 전 단계 등록을 마쳤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탈락했다”며 “혁신 승인 확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수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위협 요소다. 한국 업계가 중국의 보조금 견제를 받는 동안 중국 CATL과 비야디는 현지 시장의 독점을 바탕으로 각각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점유율 1위, 3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실제 CATL은 폴크스바겐·벤츠·BMW와 공급 계약을 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의 대형 고객사였던 테슬라·폴크스바겐·GM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도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때문에 LG화학·삼성SDI 등 한국 대표기업들의 시장 입지는 줄고 있다. 2014년 30%를 웃돌던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2018년 11%대로 하락했다.

배터리 산업 경쟁력도 낮은 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8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10점 만점에 중국 8.36, 일본 8.04, 한국이 7.45로 한국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경쟁력, 시장지배력(점유율), 사업환경, 성장잠재력 4개 비교 부문 중 기술경쟁력은 일본에, 성장잠재력은 중국에 뒤처졌으며 시장점유율과 사업환경 분야는 최하위로 평가됐다. 양은연 한경연 연구원은 “정부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해 산업 생태계 조성, 전문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국내 배터리 3사 주가는 - LG화학·SK이노베이션 ‘충전 중’ 삼성SDI ‘방전’


국내 배터리 3사인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개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하이투자증권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기존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중대형 배터리 수주 잔고가 60조원이었으나 신규 프로젝트와 기존 프로젝트 수주 증량으로 큰 폭 증가했을 것”이라며 “ESS 전지도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도 올 들어 8% 올랐다. 이 회사의 주가는 3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36만6500원이다.

SK증권과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을 추천주로 꼽았다. 본업인 정유사업과 배터리 실적 개선이 가장 큰 이유다. SK증권은 “내년부터 배터리 가치 반영이 본격화돼 중장기적으로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3월 2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9.94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도 개선된다. 이익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3월 26일 18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올 들어 10%가량 올랐다.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8%, 9.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는 ESS 화재 사고로 수요가 줄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 침체로 1분기에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삼성SDI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대다수 기술 대형주가 반등한 것과 달리 15% 하락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3년 만에 이뤄지는 중국 시장 진출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KTB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77.5% 늘지만 당기순익은 85.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다. 3월 26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20만9500원이다.

1478호 (2019.04.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