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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어디로] 중국에서 군살 빼고, 인도·동남아 공략 

 

이창균 기자
중국·미국 판매 부진으로 전략 재편 불가피… 미래차 기술에도 지속적인 투자 계획

▎지난 2월 말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인도 최대 차량호출 기업 ‘올라(Ola)’의 바비쉬 아가르왈올라 CEO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지금껏 진행한 해외 기업 투자 중 최대 규모인 3억 달러(약 340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 사진 :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직전 4조5747억원에서 2조4222억원으로, 순이익은 4조464억원에서 1조6450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2.50%로 2년 전인 2016년 기록한 5.55%에 크게 못 미쳤다. 기아자동차의 반등이 위안거리(영업이익 2017년 6622억원→지난해 1조1575억원)였지만 이조차 2016년 기록한 2조4615억원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현대모비스도 2016년 2조9047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는 2조250억원에 그치면서 부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수출 전선에서 비상이 걸렸다. 2017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여파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그룹의 최대 판매처였던 중국이 돌아서면서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졌다. 중국에서 시장성이 급격히 커진 고급차 분야에서도 독일 자동차 기업들에 밀려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에서 80만6214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의 중국 내 총 생산능력이 연간 181만대 수준이니 공장 가동률이 약 44%에 머문 것이다.

현대차 중국 내 공장 가동률 44% 그쳐


올 들어서도 현대차의 1월 한달 해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하는 등 수출 난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3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어떤 방안을 갖고 있을까. 그간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우선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특히 우려가 커진 중국 시장에서 과감히 사업을 줄여 과잉생산 위기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정 수석부회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연간 생산능력이 30만대인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4월 말까지만 가동한 후 순차적으로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공장을 아예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공장 가동 중단 후 베이징현대차의 전체 공장 가동률은 기존 예상치 대비 7%포인트 개선된다”며 “이를 통해 현대차의 세전이익이 1249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베이징 1공장은 현대차가 2002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설립한 첫 번째 공장이다. 그만큼 상징적인 곳이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중국 내 실적 회복이 단기간 내에 어렵다고 보고 합작 업체인 ‘베이징기차’와 협의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베이징현대차는 인력 감축을 위해 1~3공장 직원 2000여 명도 내보냈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중국 옌청 1공장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역시 2002년 기아차가 중국에 진출해 현지 기업들과 합작 형태로 세운 공장이다. 이곳의 연간 생산능력도 30만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도합 60만대의 생산라인 구조조정으로 공장 가동률을 현실적인 범위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사업 회복 속도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이면에서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현재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인데, 현대차는 자신 있던 세단 위주의 영업으로 중국 내 SUV 판매 비율이 30%대에 그치면서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올해는 ‘ix25’와 ‘싼타페’ 같은 SUV 신차로 중국 SUV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서 생산·판매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독일차 브랜드들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인도·동남아 시장 공략 강화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가 양국 간 무역분쟁 장기화로 최근 타격을 입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기준 현대차 미국법인만 870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에 진출했던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는 것을 타개책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올 초 인도 남부 첸나이 공장에 700억 루피(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70만대에서 10만대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9종의 신차를 추가 출시, 현지 입지를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55만대 판매로 자동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는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미국·중국·유럽과 달리 아직까지 고속성장 중이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5위인 517만4000대로 4위 독일을 바짝 추격했다. 2021년 무렵이면 인도를 제치고 세계 3위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차도 오는 9월 인도에서 첫 공장을 준공하면서 현지 진출에 가세한다. 지난 2017년 20억 달러(약 2조2600억원)을 투자해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선 바 있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로, 현대차와 합하면 100만대가 넘어가는 대규모 생산거점이 구축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최대 차량호출 기업인 ‘올라(Ola)’에도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한다고 3월 19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지금껏 진행한 해외 기업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정 수석부회장이 바비쉬 아가르왈올라 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한 뒤 나온 결정이다. 신흥시장 공략 강화와 모빌리티 사업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도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기업인 싱가포르 ‘그랩(Grab)’에 2억75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투자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은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의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투자와 생산능력 규모를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다. 아직 성장성이 큰 시장이며,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친환경 모델 2025년 44종으로 확대

한편 정 수석부회장은 모빌리티 분야에서처럼 미래형 자동차 분야 전반의 공략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그는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미래차 기술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맞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친환경차 모델을 지난해 15종에서 2025년까지 44종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도 적극 협업해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눈앞의 실적 회복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선 자동차 산업이 전통 제조업에서 ICT 산업으로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맞춤형 대응에 나서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까지 총 45조원가량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으로, 이 중 14조7000억원을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77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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