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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실적 회복 기대감으로 주가 올랐는데…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국내외 증시, 경기·실적 부진에도 탄탄해… 예전 업황 회복하기 쉽지 않아

지난해 말 미국 시장이 하락할 때만 해도 대세상승이 끝났다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2009년 이후 주가가 한 번도 20% 넘게 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 들어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사상 최고치에 다가섰다. 미국 시장 상승은 그들만의 상승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 주가까지 끌어올린다. 우리도 그 혜택을 봐서 종합주가지수가 2200을 뚫고 다시 올라왔다.

사상 최고치 대비 상황 좋지 않아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한 이유는 셋이다. 우선 경제와 기업 실적이 다시 좋아질 거란 기대가 작동했다. 주가가 10년 가까이 상승하다 보니 투자자들에게 상황을 가능한 좋게 해석하려는 속성이 생겼다. 기다리면 더 나은 상황이 왔고 주가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금 경제 상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소비가 둔화된 영향으로 투자와 생산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실적도 비슷하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기업 이익은 전분기와 같았다. 1분기 증가율이 8.2%였고, 2분기(2.1%), 3분기(3.5%)에도 꾸준히 증가해왔던 것과 비교된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 500 지수 구성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줄어들 걸로 추정되고 있다. 2016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IT의 둔화가 특히 심하다. 애플과 인텔의 실적 부진으로 IT업종의 주당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1% 정도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도 주가가 상승했다. IT 비중이 큰 나스닥의 상승이 특히 두드러져 이제 최고치와 차이가 2% 안팎으로 줄었다. 주가가 오르면서 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게 배경이다. 기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기대에 의해 주가가 상승할 경우 주가 하락은 오직 내부의 힘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설혹 1분기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조만간 다시 좋아질 거라 믿기 때문에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주가 전환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너무 높아 매력이 없다고 느낀 후에나 가능한 데 아직은 그 시점을 특정하기 힘들다.

두 번째는 금리 하락이다. 경제 변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 사람들은 저금리를 당연한 걸로 생각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 금리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시장이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금리가 당연히 낮아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금리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자 연준이 갑자기 인상을 중단했다. 그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연중 최저치까지 하락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세 번째는 미중 무역협상이다.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재료가 주식시장에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 상하이지수가 2440까지 떨어진 후 4개월 만에 33% 상승했다. 무역분쟁이 있기 전 주가 수준을 회복한 건데 상승속도도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져 3월 말에는 연일 2~3%씩 오를 정도였다. 중국이 무역분쟁의 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할 할 때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시장이 협상 타결을 기정사실화해 움직인 만큼 결과가 나오더라도 추가 상승은 크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무역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무역협상이 실제 영향력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평가에 의존하는 재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2017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2년 가까이 고점 부근에 만들어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두 번의 고점 경신이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 시도이다. 지금은 앞의 두 번에 비해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전에는 경기가 괜찮은 상태에서 고점 경신이 이루어진 반면 지금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과 유동성 역시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금리 인상이 없어 위안이 되지만 시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시장의 힘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주가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난 석 달 동안 미국 시장이 낮은 곳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저항이 약했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최고점을 통과한 후에는 강한 저항을 물리치면서 전진해야 한다. 지금 시장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시장이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는 미국 주가에 달려 있다. 우리 시장 내부의 힘이 약할 뿐 아니라 3월 초에 2250을 넘지 못하고 내려온 경험도 부담이 된다. 이번에도 이 지수 대를 쉽게 넘지는 못할 것 같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줄었다. 이익이 좋지 않은데 비해 주가는 나쁘지 않았다. 실적 발표가 있기 이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쇼크 수준의 숫자가 발표된 후에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최악의 실적이 이미 나왔으니 앞으로는 회복될 일만 남았다는 기대가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반도체 실적과 관련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1분기 실적이 바닥 수준이어서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냐 하는 점이다. 실적이 아무리 늘어도 당분간 지난해 수준을 되찾긴 힘들다. 반도체 경기는 한 번 꺾일 경우 최소 3년 내에는 새로운 호황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 호황 국면에 만들어진 생산 과잉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회사가 될 정도로 이익 규모가 컸기 때문에 어지간한 업황 호전으로는 이익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다. 지난해 주가가 앞으로 이익이 줄어들 거란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만큼 실제 이익을 할인하는 게 맞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60% 가까이 줄었는데 이는 기대로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주가가 반도체 이익이 상당히 좋아지는 것까지 감안해 움직인 만큼 추가로 반영할 부분이 많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 실적 쇼크에도 선방

우리 시장이 2200을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미국 주가 상승과 반도체에 대한 외국인 매수였다. 어떻게 보면 둘은 연관돼 있다. 나스닥이 두드러지게 상승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거기에 해당하는 주식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연관돼 있는 만큼 주가가 바뀌면 둘이 동시에 나빠질 수 있다.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이 매도하는 경우가 거기에 해당하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주가가 높은 반면 주변 여건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80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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