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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2000 부근에서는 매수 나설 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지난해와 올해 지지력 검증된 지수대... 선진국 시장 안정되면 낙폭 큰 대형주 관심 가져야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조만간 추가 협상에 들어갈 거라 얘기되고 있지만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인상을 확정했다. 그동안 여기에 부과됐던 관세율은 10%이다. 이미 동일한 관세를 물고 있는 500억 달러을 포함할 경우 25% 관세를 무는 중국 제품 규모는 2500억 달러가 된다. 전체 대미 수출액 5395억 달러의 절반이 좀 넘는 규모다. 징벌적 관세대상이 아닌 다른 수입품도 곧 25%의 관세율을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관세를 무는 상품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회담이 일단 결렬됐지만 미국과 중국이 구사하고 있는 단어들을 보면 아직은 어느 쪽도 판이 깨지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하반기에 타결 가능성

무역협상이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중국 쪽에서는 말이 없다. 오직 미국의 언급만 나와있다. 중국이 기존에 합의했던 사안 중 최소 6군데 이상을 재협상하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번 무역갈등은 미국이 처음 시작했고 진행되는 내내 미국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걸로 알려졌기 때문에 수정을 요구하더라도 미국이 할 걸로 전망돼왔는데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이 재협상을 요구한 게 맞다면 이는 지난 1년 간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을 것이다. 올해 1~4월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123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중국의 미국 제품 수입액 역시 556억 달러에서 388억 달러로 30% 넘게 감소했다. 이 차이 때문에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정도 늘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런 상황은 중국의 미래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역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이 미국 소비자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당장에 중국 제품을 대체할 곳을 찾기 어려운 만큼 미국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정치적으로 중국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어도 제품 가격 상승에 불만을 품는 더 많은 사람들을 잃을 위험이 있어 불리한 건 미국이라고 본 것 같다.

북미 협상 결렬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걸로 판단된다. 정상회담 이전에 양자간 도달했던 합의가 쉽게 깨지는 걸 본 중국 입장에서는 기존의 합의라도 지키려면 섣부른 양보보다 강공으로 나가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강대강의 싸움이 된 만큼 과거보다 해법이 복잡해졌다.

앞으로 미중 무역협상은 셋 중 하나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나는 관세 부과라는 미국의 압박의 영향으로 한 달 내에 중국과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가장 긍정적인 그림이다. 이 경우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시작했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 낮추는 수순을 밟게 된다. 두 번째는 미국이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이 보복을 하지 않고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그림이다. 협상 과정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한달 내에 타결은 어렵고 하반기 이후가 돼야 가능할 걸로 전망된다. 가장 부정적인 형태는 무역협상이 깨지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그림이다. 이 경우 관세전쟁이 광범위하게 번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두 번째 경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어느 시점에 둘은 합의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게 미중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은 일본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왜 1970년대가 아닌 80년대에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갑작스런 관세 인상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발표가 있던 5월 6일 중국 시장이 5.5% 하락했고 대만·홍콩 등 다른 중화권 시장도 2~3%씩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은 첫날에는 반응이 강하지 않았던 반면 이틀째 되는 날부터 주가 하락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엄포인줄 알았는데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영향이 가장 심해 코스피가 2100밑으로 떨어졌다. 4월 16일 이후 17일 사이에 180포인트가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주가가 이처럼 무역분쟁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지난 넉 달간 협상의 성공적 마무리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간 휴전에 합의하고 협상에 들어간 이후 여러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대부분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주가가 이를 반영해 상승했다. 안심하고 있다가 한방 맞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다 하더라도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다. 짧으면 하루, 길어도 2~3일을 넘기지 않고 하락에서 빠져 나올 걸로 전망된다. 이미 주가가 많이 내려왔고, 결렬되더라도 추가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200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올 경우 매수에 가담하는 게 좋다. 지금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경제가 좋지 않고 1분기 실적도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앞으로 회복도 빠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낮아졌다. 코스피 2000은 지난해 4분기와 연초 두 번의 시험을 통해 지지력이 검증된 지수다. 선진국 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정도의 재료가 나와야 이 선이 뚫릴 수 있는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

당분간 시장은 지수와 싸움을 계속할 걸로 전망된다. 그만큼 적절한 투자 종목을 찾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무역분쟁을 둘러싸고 시장이 소란한 동안 자동차와 호텔·레저, 그리고 통신업종이 시장보다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은행주도 상승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모두 환율과 연관이 있는 업종들이다.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기보다 개별 재료를 가지고 있는 이들 업종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큰 등락을 거듭하는 동안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게 우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에 대형주 매력도 커져

상황이 좀 안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매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 국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기초 요인이 좋지 않다. 경기 상황이나 기업 실적 모두에서 별달리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믿을 구석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군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에 주가도 내려와 대형주 상승에 따른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형주 부상에 하나 전제 조건이 있는데, 선진국 시장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성립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 봤던 것처럼 우리 시장이 먼저 내려와 추가 하락의 여지가 크지 않더라도 선진국 시장이 하락하면 우리 시장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1485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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