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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3남매 합동경영 나서나] 돌아온 조현민, 조현아 복귀도 시간문제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조현아는 호텔 경영 가능성… KCGI, 향후 자금 확보에 어려움 겪을 수도

▎서울 중구 한진빌딩.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작고한 뒤 조 전 회장의 세 자녀가 “가족 간 화합해 회사를 지키라”는 조 전 회장의 유언대로 ‘합동경영체제’로 그룹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 컵 갑질 사태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뗀 조현민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조현아 전 부사장도 머지않아 복귀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대거 매입해 사실상 최대주주인 이른바 강성부펀드(KCGI)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KCGI, 조원태 회장 취임 문제 제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조현민 한진칼 전무./사진:한진그룹
2018년 4월 ‘물 컵 갑질’ 사태 이후 짐을 쌌던 조현민 전무는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두 달여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한진그룹은 6월 10일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이사와 정석기업의 부사장을 맡는다고 알렸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그간 상속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그룹 3남매가 상속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일치시켰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6월 3일 IATA 연차총회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관련 가족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가족들과 많은 협의를 하고 있고, 완료됐다고 말씀을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막내인 조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재계에서는 3남매가 승계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마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전무의 경영복귀 방식을 살펴보면 3남매가 그룹 전반의 경영권과 관련해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전무는 한진그룹의 신사업 개발 및 그룹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Chief Marketing Officer) 역할을 맡는다. 대한항공 및 진에어 등 계열사 전반의 마케팅 프로세스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진칼이나 정석기업의 사내이사로 등재하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머지않아 둘 중 한 곳의 사내이사 등기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오너일가 중 조 회장만이 한진칼 사내이사(대표이사)로 등재돼 있고, 정석기업에는 이명희 전 이사장만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앞서 5월 31일 조 회장은 정석기업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이명희 전 이사장도 한진칼 등 그룹 지배 핵심지분을 나눠 상속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그룹 전반의 경영권에 대해 분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무가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조현아 전 부사장도 머지않아 경영 복귀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과 관련된 형사고발 건도 마무리돼 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6월 13일 명품 밀수 관련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남아있지만, 이 건에 대해선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한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재직 당시 호텔 등의 서비스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한진칼과 칼호텔네트워크를 통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이후 조 전무의 물 컵 갑질 사태가 발생한 뒤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각종 논란이 나오며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밀수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이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항공사 임원으로 재직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부에서 조세·관세 포탈 및 밀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3~5년간 항공사 등기임원에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3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항공사업법안에 이런 내용이 담겼고 소위 계류 중이다.

3남매 합동 경영체제의 윤곽이 나오면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와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 같다. 조 전 회장 사망 후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섰던 KCGI는 최근 오너일가를 향해 다시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KCGI는 먼저 조 회장의 회장 선임 과정과 조 전 회장에게 지급된 퇴직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6월 4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KCGI는 5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진칼에 대한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KCGI는 조 전 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지급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와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다면 해당 이사회의 구체적인 논의 내역 및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의 명단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적법한 이사회 절차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KCGI는 한진칼이 지난해 말 늘린 단기 차입금 1600억원의 구체적 사용내역에 대한 장부 등 열람 허용 가처분 신청도 냈다. 지난해 말 제기된 감사선임 회피 의혹에 대해 검증에 나선 것이다. KCGI는 이번 조 전무 복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폭락했고 임직원의 사기저하를 불러온 만큼 경영에 복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KCGI 측은 “조 전무의 경영 참여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CGI는 조 전무의 복귀와 관련해 한진칼의 이사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 전무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한진칼 계열회사 등의 주가 폭락 피해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 등을 묻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다만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늘린 KCGI도 앞으로 지분을 더 사들이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최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빌린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만기연장 불가 결정이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채 발행 시장 등에서 큰 손인 한진그룹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미래에셋대우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퍼지면 KCGI의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항공업계, 진에어 제재 해소 여부 관심

항공업계에선 조 전무의 경영 복귀가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의 조 전무가 2010~2016년 등기이사로 불법 등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8월 국토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은 항공사의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다. 진에어는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조치로 올 상반기 몽골·싱가포르·중국 등의 신규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모두 배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의 한진칼 경영 복귀가 진에어에도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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