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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 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우버·타다는 파괴적 혁신기업 아니다?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우버·타다 vs 택시의 싸움이 아닌 기업 vs 드라이버의 싸움이 본질

▎사진:© gettyimagesbank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지 8년이 지났다. 바른말 산책, 우리말 나들이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자장면’의 잘못된 말로 단골로 등장하던 설움도 끝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단어라도 더 바른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는 주무대인 지리산 언저리 마을들과 만주, 함경도 사투리들이 대거 등장한다. ‘바른말’은 아니다. 특히 ‘풍지박산’이라는 대표적인 잘못된 표현도 나온다. MS 워드로 이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에도 묻지도 않고 자동으로 ‘풍비박산’으로 수정될 정도지만, 토지에는 이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조선 농민들이 실제로 썼을 법한 말이기 때문이다. 경남 하동군 평사리의 한 농민이 ‘풍지박산 났네’라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사실적이다.

리프트 “10년 안에 자율주행으로 전환”

경영학에서 대표적으로 잘못 쓰이고 있는 개념으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들 수 있다. 파괴적이라는 말이 가진 파괴력이 카테고리 킬러, 마켓 메이커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파괴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의 수식어로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버·리프트·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스타트업(이제는 대기업이 됐지만)들이다. 특히 우버가 지닌 막강한 전투력 때문에 이 오래된 경영학 용어를 만든 학자가 직접 “우버는 파괴적 혁신기업이 아니다”라고 해명 아닌 해명까지 해야 했다. 1997년 [혁신가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파괴적 혁신’이란 단어를 사용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2014년 한 경제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경영학 용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한 차례 경고했고, 그것도 부족했는지 다음해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직접 기고해 ‘우버=파괴적 혁신기업’이라는 등식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일종의 미국 경영학계판 ‘바른 우리말 산책’이다.

원작자인 크리스텐슨 교수의 노력은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우선, 우버 자체가 자신들이 어떻게 정의되는지에 큰 관심을 가질 만한 시기가 아니었다. 2014~2015년은 우버가 2017년 이후 뉴욕타임스 등이 잇따라 우버의 불법 감시 프로그램 스캔들을 터뜨리고 창업자가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는 계기가 된 일을 내부적으로 막 진행하던 때였다. 경제 잡지 포춘의 애덤 라신스키가 2017년 발표한 [우버 인사이드(원제: Wild Ride)]는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트래비스 칼라닉은 물론이고 우버 창업에 관련된 실리콘밸리의 유명인들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쓰여졌다.

칼라닉 전 우버 CEO는 2009년 막 대학을 중퇴할 무렵 이미 실리콘밸리에선 유명(기업)인이었다. 칼라닉은 자신의 집에서 냅스터의 창업자인 숀 패닝 등과 함께 ‘잼 패드’라는 모임을 만들어 이런 대화를 나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대화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참석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래를 구상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기존의 질서를 ‘파괴’할 것인지, 성공을 위해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우버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크리스 사카는 저자인 라신스키에게 “이것이 기업이라는 환경이 운영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유명인들은 ‘파괴적 혁신’의 원 뜻보다는 단어의 뉘앙스를 살리는 걸 택했다.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이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 크리스텐슨은 혁신을 지속적인 것과 파괴적인 것으로 나눴다. 일반적인 기술기업들이 열심히 연구개발(R&D)을 해서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게 지속적 혁신이다. 파괴적인 혁신은 누군가 기존 제품보다 품질이 낮은 싸구려 물건을 수익에 보탬이 안되던 고객층에게 일단 팔기 시작하고, 이어서 품질과 수익을 높여 기존 메이저 회사들이 속한 시장 전체를 가져가는 행위를 말한다. 크리스텐슨은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자신이 만든 ‘파괴’의 정의를 확립하려고 애쓰지만, 그 역시 다른 학자에게 빚을 지고 있다. 1939년 경기순환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의미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말을 쓴다. 창조적 파괴가 오늘날 흔히 오용되는 ‘파괴적 혁신’의 뜻에 더 가깝다. 슘페터는 새롭게 발전된 기술이나 생산공정, 마케팅 기법 등이 실제 산업계에 도입되기까지의 과정이 창조적 파괴라고 했다.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은 더 오래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을 활용해 저가 시장부터 시작해 결국 전체 시장을 공략해나가는 과정이다.

승차공유 기업의 속성에 대해서도 ‘파괴적 혁신’에 버금가는 오해와 오용이 존재한다. 타다·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기업의 반대 지점에는 ‘구식 서비스 마인드’를 지닌 고령의 택시기사들이 서있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이는 기본적으로 타인들 간의 전쟁이다. 승객들은 ‘신식 서비스 마인드’를 지닌 승차 공유 서비스를 위해 10~20% 정도의 추가 요금은 충분히 감내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6월 2일 ‘승차공유가 수익을 내는 길은 요금 인상으로 시작된다’는 칼럼에서 이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승차공유 승객들은 자신들이 우버나 타다의 유일한 고객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승차공유 기업들에게는 자신들의 플랫폼에 들어오는 드라이버들이 일반 승객보다 더 중요하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이 칼럼은 이를 가격탄력성으로 설명한다. 가격탄력성이란 가격이 1% 변화할 때 수요량은 몇 % 변하는가를 절대치로 나타낸 크기다. 굴스비 교수는 뉴욕대 연구 등을 종합해 우버 이용 가격이 10% 오를 때 승객의 수요는 5% 떨어지지만, 드라이버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주장했다. 승객에게는 여러 지출 중에 하나고 습관을 바꿔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쉽게 지출을 끊을 수 없지만, 드라이버들에게 이 가격 차이는 곧 임금의 차이가 되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더 쉽게 이탈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우버 X 드라이버들은 시간당 평균 15달러를 벌었지만, 연료비나 차량 감가상각 등을 공제하면 실제로는 8달러에 그쳤다.

마부·인력거꾼이 자동차 운전사 되지 못해

미국 포춘의 기자이자 [우버 인사이드]의 저자인 에덤 라신스키에 따르면 승차공유와 관련된 더 큰 오해는 10년 후에 나타날 예정이다. 라신스키는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만든 자료에 “10년 후 드라이버들은 모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로 대체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승차공유 기업들과 택시 업계의 대립을 놓고 누군가는 ‘조선시대 마부와 인력거꾼도 택시의 도입을 반대했다’며 과거의 일자리를 새로운 일자리가 대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마부나 인력거꾼도 자동차 운전사가 되진 못 했다. 자동차 운전사에는 고학력자들이 우선적으로 채용됐다. 공장 자동화가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몇 개 만들 수는 있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생산직 인력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몇 가지 오해에도 승차공유 기업들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 우버는 10년 만에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상장사가 됐다. 카카오의 택시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는 시작한 지 4년 만에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애플리케이션 설치 기준). 우버가 대대적으로 한국 진출에 나섰던 게 5년 전이고, ‘타다’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됐다. 타다의 CEO는 따로 있지만 대주주인 이재웅은 SNS를 통해 가감 없는 의견을 내고, 정부 고위직 인사의 의견에도 거칠게 반박한다. 현재로서는 반대 진영에 서있는 택시 기사들의 미래까지 걱정해 주는 광폭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6월 9일 북유럽 3개국 순방에는 이재웅의 쏘카가 인수해 타다를 운영하고 있는 VCNC도, 그가 11년 전 처음으로 투자한 위즈돔이란 회사도 동행했다.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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