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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기준금리 내리나] 이르면 8월에 금리 내릴 가능성 

 

이주열 총재 “아직 때 아니다”서 변화... 일각 “선제적 인하 타이밍 놓쳤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 한국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짙어지면서다. 이 총재는 6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성장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며 “경기 대응을 위한 거시경제 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이 더디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해 돈줄을 풀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진전’이란 언급을 내놨다. 홍 부총리는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 완화적 기조 가능성을 좀 진전해 말한 것 아닌가 이해한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통화정책은 가계와 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한은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해왔다. 5월 3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등장했다. 시장은 이미 훨씬 앞서가 있다. 장기 국채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연 1.75%)를 밑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월 29일 이후 줄곧 기준금리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3년 3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월 12일 연 1.469%로까지 떨어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는 채권시장의 움직임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의 적절한 시점을 놓쳤다는 ‘실기’ 논란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낮아지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선제적인 금리 인하 타이밍은 놓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 부담을 경감할 금리 인하를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향한 문을 좀 더 연 것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방증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세계 교역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는 전망에 수출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정책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한은에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 영국의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Fed가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했다. 현재 Fed의 정책금리(연 2.25~2.5%)는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최고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Fed가 먼저 금리를 내리면 그만큼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줄어든다. 한은으로선 뒤따라 금리를 내릴 때 부담을 덜 수 있다. 6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논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은은 올해 경제 전망 수정치를 7월 중순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현재 2.5%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춘 후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와 재정집행 효과에 따른 경기 상황을 살펴본 후 한은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인하 시사) 발언에 홍 부총리가 가세하며 금리인하 논란은 뜨거워졌다”며 “8월에도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현옥 중앙일보 기자 hyunock@joongang.co.kr

1489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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