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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또 놓친 웅진 왜?] 오너의 지나친 집착, 과도한 차입금이 화 불러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석 달 천하’로 끝난 ‘웅진코웨이’… 한국투자증권에 이자수익만 안긴 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며 웃음 짓고 있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인수 3개월여 만에 다시 매각을 결정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매각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안내문을 돌렸고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8월 예비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매각의 공식적인 원인은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그룹 재무상태에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다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수 전부터 예상됐던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리한 자금 조달로 웅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하고 금융비용 부담이 커졌다. 6년 만에 코웨이 사명에 다시 ‘웅진’을 붙였다가 석 달 만에 떼게 된 웅진그룹이 남긴 반면교사 사례는 무엇일까.


때로는 독이 되는 ‘경영자의 의지’: “코웨이홀딩스와 웅진 사이의 지분 매각 협상과 관련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거나 검토한 바 없음을 확인했습니다.”(2017년 12월, 웅진코웨이 매각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

첫번째 포인트는 ‘경영자의 의지’다.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경영자의 의지’를 거래 성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한다. 다만 웅진코웨이 사례에서는 경영자의 의지가 독으로 작용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시장에 내놓기도 전부터 공공연하게 코웨이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매물로 내놓기 전인 2017년 11월 코웨이 인수를 위한 재무자문사로 삼성증권, 법률자문사로 법무법인 세종을 선정한다. 이에 따라 2017년 말부터 시장에서는 웅진 측이 MBK파트너스에 인수 의지를 어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2017년 말은 웅진 측의 렌털사업 경영금지 조항이 끝나기 직전이다. 웅진 측이 코웨이 탈환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주주가 부인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피력하는 상황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다. 더구나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속내를 꺼내 놓는 순간 가격 협상에서 손해가 불가피하다. MBK파트너스 역시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 시한이 존재하기에 무조건 유리한 상황도 아니었다. 실제로 2015년 MBK파트너스는 웅진코웨이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웅진 측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MBK파트너스는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웅진 측이 웅진코웨이를 다시 사들이는 데 들어간 자금은 1조7000억원가량이다. 당시 웅진코웨이의 주가를 감안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25%가량 붙었다.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하더라도 가격은 1조7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게 된 시발점은 과도한 ‘경영자의 의지’였다.

창업자에게 특별한 회사: “자식을 되찾은 기분, 코웨이 인수를 기점으로 모든 것을 헌신해 코웨이를 성공시키겠다.”(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2018년 10월 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

윤 회장의 강력한 인수 추진 의지를 두고 행동재무학 관점에서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로 해석하기도 한다. 보유효과는 어떤 대상을 소유한 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원래 가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특히 평생에 걸쳐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데, 윤 회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윤 회장이 방판 사원에서 시작해 그룹 회장에 오르기까지 코웨이는 상징적 존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펀드 해산 시점 이전에 인수한 회사를 되팔아 현금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맡겼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웅진 측은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 지분 5%의 블록딜에 나서자 우선 매수권을 들어 계약 위반 소송을 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때문에 웅진그룹 내부에서도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데 투자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최근 거래된 딜만 놓고 보더라도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거래는 ING생명코리아나 롯데카드, 린데코리아, 서브원 등이 있다. 생소한 산업이 부담된다면 내부 투자로 내실을 키우는 편이 나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 몰락의 한 축으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에 투자를 결정할 당시 윤 회장은 사업하는 사람이 그 정도 위험도 지지 않으면서 어떡하려 하느냐며 새로운 산업에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당시 실패로 자식 같은 핵심 계열사를 내주게 되면서 새로운 산업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입금 조달과 거래 주도권: 웅진코웨이를 두고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포인트는 ‘남의 돈으로 진행하는 거래’의 위험성이다. 인수 주체로 나선 웅진씽크빅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 1조10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으로 5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왔다. 여기에 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자금 900억원가량과 유상증자로 마련한 890억원, ㈜웅진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한 2200억원을 합쳐 총 4000억원을 마련했다. 투입된 자금의 80%를 빌려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금융 1조1000억원을 제공했다. 또 전환사채 5000억원을 가져가기로 했던 사모펀드 스틱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해당 물량을 총액인수(Underwriting) 형식으로 책임졌다. 웅진코웨이 재매각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입김이 세진 배경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제공한 인수금융에는 웅진코웨이 지분에 담보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 80%를 넘어설 경우 기한이익 상실 조항이 포함됐다. 또 LTV에 따라 이자율 역시 달리 적용하는 구조가 적용됐다. 웅진씽크빅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수금융 이자율은 4.6%~7.3%다. 웅진그룹의 재무 위험성이 알려지고 코웨이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이자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 조항들은 이번 재매각이 빠르게 결정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결정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1492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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