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자에게 특별한 회사: “자식을 되찾은 기분, 코웨이 인수를 기점으로 모든 것을 헌신해 코웨이를 성공시키겠다.”(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2018년 10월 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윤 회장의 강력한 인수 추진 의지를 두고 행동재무학 관점에서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로 해석하기도 한다. 보유효과는 어떤 대상을 소유한 후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원래 가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특히 평생에 걸쳐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데, 윤 회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윤 회장이 방판 사원에서 시작해 그룹 회장에 오르기까지 코웨이는 상징적 존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펀드 해산 시점 이전에 인수한 회사를 되팔아 현금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맡겼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웅진 측은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 지분 5%의 블록딜에 나서자 우선 매수권을 들어 계약 위반 소송을 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이 때문에 웅진그룹 내부에서도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데 투자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최근 거래된 딜만 놓고 보더라도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거래는 ING생명코리아나 롯데카드, 린데코리아, 서브원 등이 있다. 생소한 산업이 부담된다면 내부 투자로 내실을 키우는 편이 나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 몰락의 한 축으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에 투자를 결정할 당시 윤 회장은 사업하는 사람이 그 정도 위험도 지지 않으면서 어떡하려 하느냐며 새로운 산업에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당시 실패로 자식 같은 핵심 계열사를 내주게 되면서 새로운 산업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입금 조달과 거래 주도권: 웅진코웨이를 두고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포인트는 ‘남의 돈으로 진행하는 거래’의 위험성이다. 인수 주체로 나선 웅진씽크빅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 1조1000억원, 전환사채(CB) 발행으로 5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왔다. 여기에 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자금 900억원가량과 유상증자로 마련한 890억원, ㈜웅진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한 2200억원을 합쳐 총 4000억원을 마련했다. 투입된 자금의 80%를 빌려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금융 1조1000억원을 제공했다. 또 전환사채 5000억원을 가져가기로 했던 사모펀드 스틱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해당 물량을 총액인수(Underwriting) 형식으로 책임졌다. 웅진코웨이 재매각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입김이 세진 배경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제공한 인수금융에는 웅진코웨이 지분에 담보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이 80%를 넘어설 경우 기한이익 상실 조항이 포함됐다. 또 LTV에 따라 이자율 역시 달리 적용하는 구조가 적용됐다. 웅진씽크빅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수금융 이자율은 4.6%~7.3%다. 웅진그룹의 재무 위험성이 알려지고 코웨이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이자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 조항들은 이번 재매각이 빠르게 결정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결정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어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