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전방위적 압력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에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한다. 고령층의 증가에 따른 복지비용의 증가와 이를 둘러싼 세대 갈등, 정년 연장 등 근로조건의 변화, 실버 데모크라시로 표현되는 정2019.7.1치 지형의 변화, 노년층의 빈곤화와 사회 양극화, 초저출산과 1인가구의 증가….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문제에 대해 적확한 솔루션을 도출한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인구구조는 투자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구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고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20~30대 청년층의 소비와 60~70대 노년층의 소비는 다를 수밖에 없다. 40대 가구의 주택 수요와 70대 노인의 수요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례로 고령화가 가장 심한 일본에서는 2011년부터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아기용 판매량을 앞질렀다. 기저귀 산업의 소비자가 재정의된 셈이다.인구구조와 관련해서 가장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은 단연 ‘주택시장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부동산 대폭락을 주장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제는 부동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송에 나와 주택가격은 반 토막이 날지도 모른다는 살벌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내서운 근거 중 대표적인 것이 고령화와 인구 감소 그리고 옆 나라 일본의 경험이었다. 물론 이 세 가지는 암수 한몸처럼 붙어 있다.일본은 1989년 주식버블, 90년 부동산버블이 꺼지고, 사회가 급속히 늙어갔다. 그러면서 주택시장은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것도 몇 년이 아니고 20년 이상이었다. 도쿄역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치바현에 위치한 한 맨션의 사례를 보자. 이 맨션의 1985년도 시세는 1200만엔. 버블 정점기인 1991년도의 가격은 3800만엔으로 불과 6년 사이에 3배 이상으로 올랐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시세는 450~500만엔 선이라고 한다. 작금의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의 주택 구입은 전혀 자산 형성에 도움이 안 됐던 것이다.비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세상이 펼쳐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회복됐고, 주요 선진국 대도시들의 경우에는 2008년 전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제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고 인구구조와 주택시장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득세했다. 한마디로 인구구조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인구라는 변수 하나만으로 주택시장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하는 것이다.비관론자의 주장이 앞으로 옳다고 판명 날지, 아니면 주택시장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상승할지, 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는 가격의 등락에 상관없이 상당 기간 동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 더욱 메가시티로 변하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도시의 병원 인프라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 가구 단위가 점점 작아질 것이라는 점, 쇼핑시설의 몰링(malling) 기법처럼 도시의 생활공간도 더욱 집적되고 효율화될 것이라 점 등은 현재에도 그렇고 빠른 미래에는 변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래에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도시를 확장하기보다는 축소해서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트렌드가 지속된다면 대도시, 그것도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 될 것이다.당연한 얘기지만 고령층이 두터워지면 소득(income)형 자산(또는 현금흐름)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령층 자산 운용의 핵심은 안정적인 월생활비 조달이다.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니즈에 적합한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가 리츠와 같은 간접 부동산 투자상품이다. 일본의 경우 2001년 9월 도입 후 현재까지 17여 년 동안 높은 투자성과를 보여주었다. 임대소득 등 배당금 재투자를 감안하면 누적 총수익률은 300%가 넘는다. 물론 일본의 상황을 우리에게 단순히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고령자가 많아질수록 리츠처럼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는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 자산도 주목해야 한다. 고령자들은 변동성이 큰 자산을 선호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애써 모은 자산에 큰 구멍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 한 국가에 투자해서는 변동성을 낮출 수 없다. 변동성을 줄이는 검증된 방법은 분산투자이다. 그래서 소위 중위험 중수익 자산은 대개 한 자산과 한 국가에 투자하지 않고 자산 배분 형태로 출시된다. 배당, 리츠, 부동산, 채권, ETF(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인컴형 자산에 자산배분해서 변동성은 낮추면서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군의 위치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변동성 관리에 초점 맞춘 자산에 주목연기금과 같은 대형 투자 기관들은 변동성을 낮추고 투자 기회를 다양화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과 같은 전통적 자산에 더해 헤지펀드, 부동산펀드, 원자재와 인프라 펀드 등 다양한 대체 투자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주식과 채권 이외에 대체투자산에 자산배분을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양한 ETF의 등장, 헤지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펀드 등이 출시돼 자산배분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하지만 나름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스스로 자산배분을 해서 변동성을 낮추기란 쉽지 않다.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해 주거나 자산배분 형태로 구조화된 상품 등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많아져야 한다.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저금리 구조가 지속될수록 개인투자자들도 자산배분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산배분 능력이 생존능력을 의미하는 시대로 진입하는 듯하다.※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