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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달러화와 주가의 관계] 달러화 가치는 미국 주가와 ‘동행’ 

 

달러화는 미국 경제 대변… 비 달러화 진영의 원화는 중국 경제에 민감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하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기 위한 생존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피아(彼我) 구분, 남녀 구분을 포함해 호불호, 선악 구분 등 선호나 가치 판단의 문제에서도 이분법적 잣대를 관습적으로 들이댄다. 극단적인 이분법 사고는 인지적 오류를 일으키기 쉽지만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친숙한 방식임에는 틀림 없다. 환율은 주가나 금리와 달리, 상대가격이다. 다른 통화 가치와 비교해서 측정되는 상대적 숫자다. 또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아 움직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는 이분법적 사고로 단순화해 바라보는 것이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분법적 사고는 한국 경제의 강약 판단을 통해 환율의 변동 방향을 연동시키는 시각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국내 기업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니 원화는 이를 반영해 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한다는 식이다. 반대로 한국 경제가 좋으면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본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 상황만으로 재단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숙에 따라 불가피한 부분이다. 기업 여건과 자영업의 악화는 단순히 한국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과도기에서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환율 설명력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미국과 비교할 때, 그 차이가 크지도 않다. 기업인의 관점에서 기업 여건이 어렵고 한국 경제 전망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며 환율이 상승하리라는 판단은 당연한 귀결이 아니다. 달러화 가치를 좌우하는 대외 여건이 달러화의 하락을 초래한다면, 국내 현실에 걸맞지 않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외환시장은 달러를 두고 양분

글로벌 외환시장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형성된 달러화의 움직임이 원·달러 환율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을 한국 경제와 원화를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대외 여건, 세계 경제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시장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구체적으로는 달러화 대 비(非) 달러화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외환시장 거래의 십중팔구는 상대 통화가 달러화다. 따라서 세계 외환시장은 달러화가 아닌 통화들과 달러화로 사실상 양분할 수 있다. 달러화는 미국 경제를 대변하며, 비 달러화는 미국 외 세계 경제를 대변한다. 현재 미국 외 세계 경제는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산 네트워크로 인해 중국 경기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원화는 비 달러화에 속하기에 한국 경제 역시 중국 경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인 주가도 환율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변수인데, 상호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는 주가와 환율의 관계에도 이분법적인 사고를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가치는 전 세계 주가의 흐름과 역행한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가 오를 때 주가는 하락하고, 달러화가 하락할 때 주가는 상승한다.

국제결제은행인 BIS는 주식의 대표적 변동성 지수이자 이른바 공포지수인 VIX보다 달러화가 시장의 위험 선호(risk appetite) 여건을 나타내는 더 좋은 지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화를 조달(차입)하려는 수요가 세계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달러 차입이 주로 은행 시스템을 통해 일어난다. 하지만 달러화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달러화를 차입한 주체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차입 주체들은 증가하는 부채 부담을 짊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신흥국 경제의 차입 여건마저 악화되어 결국 자국 주식시장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주가는 미래에 기업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가격이다. 분자가 미래 예상 현금흐름이라면, 분모는 금리를 반영한 할인율이 될 것이다. 성장 전망이 악화되어 분자가 감소하더라도, 금리 인하 등으로 완화정책이 더욱 강도 높게 행해지면 분모의 감소폭이 더 커져 주가는 부양될 수 있다. 우리가 환율하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원·달러 환율도 분자/분모로 구도화할 수 있다. 분자는 미국 경제, 분모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로 대응시킬 수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강해져서(분자의 증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경제가 부진해도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더욱 부진하여(분모의 감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이는 달러화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가의 흐름과 역행하는 관계로 나타난다. 미국 증시에 비해, 미국을 제외한 세계 증시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일 때, 달러화는 하락한다. 반대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식시장 대비 미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성과가 우수할 때 달러화 가격이 상승한다. 즉, 달러화 가치는 미국 주가의 상대적 성과와 동행한다. 따라서 2019년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보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76%에 해당하는 세계 경제 전망이 개선되면 달러화는 하락하기 쉽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가 반전되어 하락하려면 중국이나 유럽 등 기타 경제권의 반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 배경 구분해야

한국의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달러화 강세의 배경을 구분해야 한다. 달러화 강세가 세계 경기 상승기 미국 경제의 상대적 호조 때문인지, 세계 경기 하강기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더욱 부진했기 때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지금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더욱 부진했다는 쪽에 가깝다. 한국의 수출 금액은 기업의 이익과 동행하는 경향이 강한데, 환율이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되더라도 글로벌 수요의 감소로 수출 물량 자체가 감소하거나 제품의 단가 하락폭이 크다 보니 수출액 전체가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을 주가에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달러화 강세의 배경이 세계 경기 상승기에 미국 경제의 상대적 호조 때문이라면 환율 상승은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다.

한편, 해외 주식 가격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은 두 가지 요소로 분해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환율 변화가 해외 주식의 본질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해외 주식의 가치를 다시 원화로 환산해야 투자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주식과 미국 이외 주식을 비교할 수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경우, 미국 주가의 상대적 강세와 달러화 강세가 동반돼 이익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대로 미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우에는 달러화 하락까지 겹쳐 투자 성과가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강세는 주식의 본질적 가치 측면에서 보면 미국 글로벌 기업의 해외 사업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는 미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동반되기 때문에 원화로 환산한 투자성과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달러화 약세에는 미국 글로벌 기업의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다만 원화 환산 때 투자성과는 장담할 수 없다.

- 백석현 신한은행 외환이코노미스트

※ 필자는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 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493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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