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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로] 개·고양이 구분 못한 AI, 2045년 인간 앞설 듯 

 

구글·MS·아마존·인텔 등 글로벌 IT 공룡 파트너십 구축 잰걸음... 삼성·LG·현대차·네이버도 선제적 R&D 확대

구글은 배우자나 부모, 심지어 나 자신보다 나를 잘 안다. 어떤 학자보다도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으며, 누구보다도 정확히 미래를 예측한다. 구글트렌드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거의 유일하게 예측했다. 하루 60억건에 이르는 검색량으로 이슈의 흐름과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감지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하웅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2014년 내놓은 책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란 도전적 제목은 이미 현실이 됐다. 복잡계 네트워크란 씨줄과 무한한 데이터의 날줄을 엮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인터넷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사람과 돈이 더욱 많이 몰리고 있는 AI 분야 기술 현황과 글로벌 트렌드, 이를 둘러싼 논란과 규제 등을 짚어봤다.


▎대기업은 물론 주요국 정부는 미래 산업 전환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인공지능(AI) 지원에 나서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1. 지난 7월 4일,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AI 기술이 정보의 전달 체계를 비롯한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얘기다.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손 회장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원, 투, 쓰리도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라고 제시한 바 있다. 실제 그의 말처럼 2000년대는 세계적인 IT 열풍과 스마트폰 혁신으로 온라인에 기반을 둔 정보혁명이 일어났다. 손 회장은 AI 분야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7월 25일 1080억 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제2비전펀드 출범 계획도 내놨다.

#2. 인텔은 7월 15일 디지털 뉴런 800만개를 활용한 신경모방 시스템 ‘포호이키 비치(Pohoiki Beach)’를 공개했다. 인간의 뇌 신경 구조를 모방한 컴퓨팅 기술을 하드웨어로 구현한 AI 반도체 시스템으로, 병렬 구조로 그래프 검색이나 복잡한 수학 연산 처리 등을 한다.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최대 약 1000배 빠르고, 에너지 효율은 100배나 좋다. 이론적으로는 CPU 1202개가 동원된 알파고의 수퍼컴퓨터에 육박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 인텔은 올 연말에는 디지털 뉴런 개수를 1억개로 늘릴 계획이다. AI의 문제로 지적돼온 계산량과 방대한 에너지 소비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는 셈이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들의 기술 개발과 파트너십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2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개방형 AI 스타트업에 10억 달러(약 1조1885억원)를 투자했고, 구글·아마존은 의료·통신 등 AI를 이용한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AI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기술이 정보·지식의 폭발을 일으키며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고 판단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AI 기술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이점이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AI가 온라인 등 공간에 누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이성과 의식을 생성, 인간 이상의 지능을 발휘하는 순간을 뜻한다. 미국의 수학자 존 폰노이만이 처음 언급한 용어로, 미래학자이자 현재 구글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이 2005년 [특이점이 온다]는 책에서 ‘2045년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커즈와일은 AI가 튜링테스트(컴퓨터가 생각이 있는지 판정하는 테스트)를 통과하는 시점을 2020년대 말로 예상했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오면 인간의 지능은 우리가 만든 지능과 통합돼 10억배 높아지며, 컴퓨터가 뇌에 이식되고 클라우드에 연결돼 인간 존재를 확장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실제 AI는 딥러닝 기술의 급진적 발전과 함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AI는 지난 50년간 연구에도 수퍼컴퓨터가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인위적 조작 없이도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며 스스로 데이터를 분류, 집합의 상하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간이 가르치지 않아도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이다. 사람은 흔히 젊은 시절 내린 판단이나 습득한 정보를 죽을 때까지 가져가는 경향이 있지만, AI는 지식을 업데이트하며 새로운 판단과 이전과는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늙지만 AI는 늙지 않고 무한한 발전이 가능한 셈이다.

딥러닝 급진전, 90년 후 AI 개발자도 대체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의 확산과 사물인터넷(IoT)의 대중화로 관련 디바이스 보급이 확산되면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데이터의 축적은 AI의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손 회장은 2017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 기조연설에서 “30년 안에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는 아이큐 1만의 수퍼 인텔리전스 컴퓨터가 탄생할 것”이라며 “IoT 칩이 사용된 기계·로봇이 세계 인구수를 추월할 것이다. 30년 내에 신발 속 칩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세 명의 예언자처럼 AI가 강력 범죄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미리 예측하는 날이 도래할 수도 있다.

물론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일은 분야에 따라 시차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와 미국 예일대 정치학부 연구진이 2017년 AI 전문가들을 상대로 고도기계지능(Highlevel machine intelligence, HLMI)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시점을 예측하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답변자 352명은 45년 안에 모든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앞설 확률이 50%라고 내다봤다. 직업별로 이런 AI가 등장하는 시점은 빨래 개기 2021년, 번역 2024년, 고교 에세이 작문 2026년, 트럭운전 2027년, 유통매장 점원 2031년, 베스트셀러 집필 2049년, 외과수술 2053년 등이었다. AI 연구자를 대체하는 AI도 90년 후면 등장할 것으로 봤다.

AI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큰 혁신과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자금도 AI 투자에 베팅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7월 25일 이사회에서 1080억 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2호’를 만들기로 했다. 1펀드는 온디맨드(O2O) 등 플랫폼 기업과 반도체 같은 기초 기술 기업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에 2펀드는 AI 기업에 집중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소프트뱅크그룹과 국민연금공단, 국내외 투자기관, 기업 등이 참여한 3200억원 규모의 ‘그로스엑 셀러레이션펀드’를 만들어 AI 기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등 아시아 AI 기업을 물색해왔다.

글로벌 VC, AI 기업에 투자 늘려


글로벌 리서치회사인 CB인사이츠의 ‘2018 머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VC들은 AI 기업에 93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했다. 전년(54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2000년에 비하면 25배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AI 기업 투자가 이어져 이 분야에서 적지 않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공동 설립자 스티븐 슈워츠먼은 메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으로 10억 달러(약 1조1250억원)를 들여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터대학이란 AI 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AI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1990년대 인터넷 기술 표준을 둘러싸고 주요국이 경쟁을 벌였듯 AI 기술 육성을 둘러싸고 미국·중국·일본·독일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 특허 데이터베이스 기업인 IP리틱스에 따르면 국가별 AI 특허 출원건수는 미국이 27만9145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2~5위를 합한 것보다도 많았다. 2위는 중국 6만6508건, 3위 유럽연합(EU) 6만346건, 4위 일본 5만8988건, 5위 독일 5만3897건 등 순이다. 한국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국가적 AI R&D 전략을 시작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AI 분야의 선도적 지위 유지, 근로자 지원, 공공 R&D 촉진, 혁신을 방해하는 장애물 제거 등 4대 과제를 설정해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국가 주도로 직접 AI R&D에 나서는 모습이다. 스탠퍼드·MIT·하버드대 연구진이 주축이 돼 발간한 ‘2018 A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간한 AI 논문 가운데, 2007~17년 사이 정부 연계 논문은 400% 늘어난 데 비해 이 기간 기업 논문은 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별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1만8365건으로 가장 많았고, IBM이 1만5046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삼성전자(1만1243건)가 차지했다. 이 밖에 퀄컴(1만178건)·구글(9536건)·필립스(7023건)·지멘스(6192건)·소니(5526건)·인텔(4464건) 등 기존의 정보통신기술·전자기업들이 AI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AI 개발에 한발 늦은 만큼 속도감 있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가 짧게는 추천 등 마케팅 분야에서, 길게는 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로봇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대부분 기업인들이 인정하고 있다. AI 기술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AI 관련이라는 게 현장 개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사 기술과 제품·서비스에 당장 활용활 수 있는 AI를 개발하라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미·중 AI 기술 패권 전쟁, 한국은 한발 뒤처져


▎7월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세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 사진:연합뉴스
AI 분야의 국내 대표기업 격인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AI 센터를 만드는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지에 AI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2020년까지 AI 선행 연구·개발(R&D)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 AI 연구소를 개설하는 한편 5월에는 AI망 분야 전문가 다린 그라함 박사에게 소장을 맡겼다. 4월부터는 LG사이언스파크에 AI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AI 담당을 신설했다. 현대자동차도 전략기술본부 아래 인공지능리서치(AIR) 랩을 두고 미래차 개발, 모빌리티, 생산효율화 등 과제를 연구 중이다.

국내 IT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2013년 네이버랩스를 설립해 AI와 로봇 분야 R&D를 펼치고 있다. 인공신경망 번역(NMT)을 적용한 통번역 애플리케이션 파파고를 비롯해 AI 로봇 ‘M1’, 웹브라우저 ‘웨일’ 등 폭넓은 연구에 나서고 있다. 유럽 최대 AI 연구소인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 유럽)을 2017년 6월 인수하기도 했다. 카카오도 2017년 AI 기술 전문회사 카카오브레인을 만들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에 일찌감치 AI R&D 조직을 꾸렸다. 김택진 대표 직속 조직으로 스피치, 비전, 언어, 지식 등 AI 기반 기술을 연구 중이다. 현재 150여 명의 AI 전문 연구 인력이 상주 중이다.

척 홀리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처 수석 부사장은 사내 기고를 통해 “고객 서비스, 재무, 영업, 인사, 공급망 등에 연결된 인텔리전스를 구축한 조직은 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가치 창출의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들도 AI에 기반을 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구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현재 AI 기술의 한계도 명확하다. 딥러닝 등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이며, 비즈니스 현장에서 쓰는 AI는 알고리즘 설계, 데이터 학습 결과 등 거의 대부분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한 전문 인력 영입과 방대한 데이터 확보·처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 AI가 학습하지 않은 상황 대처 능력의 한계와 리스크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또 아직 기술적으로 입력한 내용과 최종 모형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 받는다. ‘왜’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초 ‘AI가 번성하려면 자기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이런 한계를 꼬집은 바 있다. 김석태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보고서에서 “AI는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취사선택이 필요하다”며 “AI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 확보 발등의 불, 일본은 정부 주도 육성


한편 지난 3~4년새 AI가 급부상하며 AI 연구·개발 인력 확보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대학교에서 아직 AI 연구인력이 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AI 연구·개발 수요가 늘어나며 인력의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AI는 개발 분야에선 최종 단계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학습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라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AI는 수학적 기초와 데이터 관리 및 분석, 파이썬·하둡 등 프로그램 응용 등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며 “AI 분야는 석·박사 소지자도 많아 자격이 되는 경우 연봉도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기업의 AI 관련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 수는 2013년 대비 4.5배나 늘었고, AI 스타트업 숫자도 650여 개로 2000년 이후 무려 14배 증가했다. 당연히 취업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미국은 기초 학문 연구가 활발한 편이라 주요 대학들은 20~30년 전부터 대학에 AI 관련 강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인력 수급은 용이한 편이다. 연봉도 수직 상승 중이다. 미국의 IT·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 회사인 몬도(Mondo)가 올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AI 개발자와 머신러닝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20만 달러에 달했다. IT 기업 기술 임원 평균 급여 27만~3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문·이과를 불문하고 대학 신입생 60만 명 모두에게 AI 기초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미 사회에 진출한 직장인을 위해 2022년까지 대학에 전문 교육 과정도 설치할 계획이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496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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