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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환율전쟁의 끝은] 중국이 자본시장 빗장 열어야 휴전? 

 

미국, 무역협상 더디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중국 금융시장에서 국부 늘릴 기회 다가와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7.0039위안으로 고시한 8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6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통화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1~2년 동안 통화전쟁이 더 격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겠지만, 그 끝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일 것이다. 우리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만큼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겠지만, 중국에서 금융으로 국부를 늘릴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확전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지부진한 미중 무역협상에 있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양국 협상 대표단이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9월부터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3000억 달러에 이르는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런데 때맞춰 위안·달러 환율이 2008년 4월 이후 처음으로 7위안을 넘어섰다. 위안 가치가 떨어진다면,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매년 4월과 10월에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환율조작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급하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현 수준에서 위안 가치 하락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 해석할 수 있다.

간접적으로는 미국이 다가올 경기 수축국면에 미리 대비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17년 9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는 ‘골디락스’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연준이 금리를 내린 이유는 경제 각 부문에서 경기가 정점에 다가가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이의 역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5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년 수익률보다 낮아지기 시작했고, 올해 6월 이후에는 대표적 장기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단기 금리(3개월 국채수익률)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7%까지 하락했는데, 갈수록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가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8월에서 2007년 5월 사이에 장·단기 금리차이가 역전된 후 2007년 12월에 경기가 정점을 기록했다. 그와 유사한 모습이 조만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미국, 정책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 유도


미국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면 정책당국은 다시 적극적 통화·재정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나,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질 못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는 정책금리를 5.25%에서 0%로 내렸는데, 이번에는 그만큼 내릴 여력이 없고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 연방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여지도 크지 않다. ‘트럼프의 적은 의회이다’라는 말처럼, 높은 정부 부채 때문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재정지출을 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해 대외 부문에서 수요를 부양하려 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본원통화를 한 해 동안 99%나 늘렸고, 그 전후에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엔과 유로 가치가 상승했는데, 엔·달러 환율은 2007년 6월 말 123엔에서 2012년 1월에는 76엔으로 엔 가치가 38%나 올랐다. 이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일본의 통화 증발을 유도했다. 2012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 본원통화가 318%나 늘었는데, 이 역시 최근 경제사에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 후 엔·달러 환율이 2015년 한 때는 123엔으로 복귀했다.

미국과 일본이 돈을 찍어내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것을 보고, 유럽중앙은행(ECB)도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다. 독일은 1923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다. ECB는 독일의 암묵적 동의하에 2015년 한해 동안 본원통화를 45%나 늘린 데 이어, 2016~18년에도 연평균 21% 공급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로 가치가 달러나 엔에 비해 상승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환율전쟁이 일본을 거쳐 유로존까지 확산되었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단지, 중국의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면서 그 단초를 제공했을 뿐이다.

인민은행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처럼, 중국 정부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가치가 올랐기 때문에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인민은행은 300억 위안 규모의 환율안정채권을 발행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민은행, 미 국채 매도로 환율 안정 모색할 듯


8월 8일 인민은행은 기준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고, 시장에서 당분간 중국 정부가 위안 가치 하락을 더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를 고려하면 시기의 문제이지 위안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제조 혹은 무역 강국을 추구했는데, 양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했다. 중국 제조업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 정도로 독일(18%)을 훨씬 넘어섰고, 지난해 중국의 수출입 금액이 4조6000억 달러를 웃돌 만큼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국이 됐다. 이제 중국이 다음 목표로 설정한 것은 ‘중국제조 2025’에서 나타난 것처럼 기술 강국이고, 그 다음은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이다. 중국이 위안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중국은 1조1102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2013년 말 1조2700억 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0년에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금액 중 중국이 26.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5월 현재 17.0%로 낮아지긴 했지만, 중국은 아직도 미 국채를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여기에 홍콩도 2040억 달러의 미 국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일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에 매각하면서 달러 가치를 급격하게 하락시키고, 미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축소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아가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외환시장과 자본시장 자유화를 더 빠르게 단행할 수도 있다.

멀리 내다보면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위안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미중 양국 경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난 것은 국내투자율이 저축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18년 미국의 연평균 국내투자율은 20.9%로 저축률(17.7%)보다 3.2%포인트 높았다. 그 차이만큼 무역수지 적자가 났다. 근저에는 달러 가치 상승이 있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중국 투자율(43.5%)과 저축률(47.2%) 차이는 마이너스(-) 3.2%포인트였고, 그래서 중국 무역수지는 대폭 흑자일 수밖에 없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 가계의 구매력이 위축되면서 소비가 줄고 저축률이 높아져 무역수지 적자는 감소할 것이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의 소비를 증대시켜 중국 경제가 투자와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 자유화 과정에서 기업·은행 구조조정 빨라질 듯


▎사진:연합뉴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2018년까지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4조7987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미국의 속셈은 이를 찾아오는 데 있다. 미국이 상품을 싸게 생산해서 중국으로부터 그 돈을 벌어들일 수는 없다. 미국이 중국에 훨씬 앞질러 가는 부문은 서비스업 특히 금융업이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 측 대표로 나서는 이유는 중국의 자본시장을 개방하라는 데 있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외환 및 자본시장을 자유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앞으로 1~2년 이내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본시장 자유화 과정에서 중국의 금리와 환율이 시장상황을 반영해 정상화하고(특히 시장금리가 급등할 가능성), 이는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의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4~5%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시기에 중국의 각종 자산가격도 급락할 전망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이후에는 중국 경제가 소비중심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위안 가치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미국은 중국에서 무역으로 잃어버린 돈을 금융에서 찾아가려 할 것이다. 우리도 그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갈수록 중국이 거의 모든 상품을 우리보다 싸게 생산할 것이기 때문에 상품 교역에서 우리가 버는 돈은 줄어들 것이다. 금융을 통해 중국에서 국부를 늘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미중 통화전쟁의 전개 방향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박스기사] 위안화 약세 이어질까 - 위안화 기준 환율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 돌파

중국 인민은행은 8월 8일, 기준 환율 성격의 중간 환율을 전날의 6.9996위안보다 0.06% 오른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간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8월 5일부터 이미 나흘 연속 달러 당 7위안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위안화 약세 현상은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추가 대중 관세계획 발표 등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에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7위안 선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외환시장 방어에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식으로 대미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중간 환율까지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하게 되면 추가 위안화 약세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역내시장에서 위안화는 고시 중간 환율의 상하 2% 범위에서 거래된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중간 환율을 중국 정부의 환율 정책 시그널로 주시한다. 실제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가 발생한 8월 5일 인민은행은 중간 환율을 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이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처음으로 6.9위안 이상으로 올리자 시장은 중국 정부가 ‘포치 용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고, 시중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당 7위안선이 금방 무너졌다. 다만 위안화 중간 환율은 전날의 시장 환율을 차후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중 환율이 이미 달러당 7위안을 넘긴 상황에서 중간 환율 역시 후행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7.5위안 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는 연말까지 위안화 환율이 달러 대비 7.3위안에 도달할 수 있다고 BofA-ML은 전망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금융그룹 DBS의 타이무르 바이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위협적인 언사를 할수록 이는 위안화와 다른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경쟁적 이점을 주기 위해 수류탄을 더 던질수록 리스크가 커져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미국과 미국 국채로 유입돼 달러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 김성희 기자

[박스기사]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무기는 위안화? - 위안화 약세 때 미국 주가 떨어져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무역전쟁에서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 규모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자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8월 5일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중국은 추가 관세 경고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안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다른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그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오던 달러당 7위안 선을 방어하던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환율이 7위안 선을 넘도록 놔두면서 무역전쟁에서 위안화 환율을 무기화할 의도를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 증시 공격을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현재 미국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달러 대비 위안화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달러 대비 7위안 선을 넘는 포치(破七) 이후 미국의 주가는 위안화 가치 등락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S&P 500지수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 하락하고 하락하면 상승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타격을 줄이고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위안 가치 하락을 방관하는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CNBC는 시장에서 이 같은 전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연동되는 메커니즘이 빚어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MRA)의 파생상품·계량분석 전략가 맥스웰 그리나코프도 환율이 시장 변동성에 가장 큰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과 미국 금융가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의 상관관계가 3개월 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김성희 기자

1497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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