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단 1900선도 안심 못해여기에 기업 이익까지 감소한다면 증시엔 더욱 악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비금융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121조원으로 지난해 수준(173조원)보다 52조원(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보기술(IT), 반도체 등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업종별 이익 둔화로 기업별 전망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은 상반기 64.8%, 하반기 60.9%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철강 부문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1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렇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전망은 어려워지고 있고, 투자리포트를 내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얼마 전에는 개별종목의 방향성을 예측하지 못한 투자보고서로 투자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최근 솔브레인 주주들은 키움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액체 불화수소 제조기업인 솔브레인은 7월 들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솔브레인이 일본 수출 규제 항목인 불산(HF, 고순도 불화수소)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그러나 7월 19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이 낸 보고서에는 “솔브레인은 액체 불화수소를 다루는 기업으로, 이번 규제 항목인 가스 불화수소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며 투자의견을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으로 두 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솔브레인의 주가는 4.35% 하락세로 마감했다.솔브레인 보고서를 보고 주식을 매도한 30여 명의 주주들은 “잘못된 보고서로 주가가 하락했다”며 소송키로 한 것이다.대형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충분한 기업정보를 가지고 객관적인 보고서를 써야하는 게 맞지만 갈수록 기업들이 정보공개를 꺼려하기 때문에 기업분석이 쉽지 않다”며 “오히려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보고서를 내기가 수월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고 기업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매수(BUY), 매도(SELL) 선택이 어렵다”고 말했다.갈수록 리서치센터의 입지는 예년만 못하고, 애널리스트들의 운신의 폭도 좁아지면서 이런 고민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예측하기 어려운 정치 문제가 꼬여가며 전선을 넓혀가는 건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다. 그렇다면 리서치센터는 주가 회복이 언제쯤으로 보고 있을까. NH투자증권은 “주가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게 기업 실적과 수출, 반도체 업황인데 수출과 반도체 모두 회복세로 돌아설 4분기에나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현재 불안한 장세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투자전략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금·달러·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면서 약세장에서 수익을 볼 수 있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를 추천한다.인버스 ETF는 기초자산이 하락할 경우 하락률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7월 말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인버스 ETF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8일 기준으로 KBKBSTAR코스닥150선물 인버스증권 한달 수익률은 24%, 키움KOSEF코스닥150선물 인버스증권ETF은 23%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0%다.
안전자산 비중 늘리며 증시 관망투매하지 말고 관망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가 수준에서 투매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며 “반도체 업황의 바닥 통과 가능성, 배당성장주에 대한 투자매력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매도보다 관망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개별 업종 중에서는 제약·바이오주 투자는 보류하는 게 좋다.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는 시점이 되면서 조만간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