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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교통지도 바꿀 GTX는 지금] ‘여유로운 아침, 함께하는 저녁’ 언제쯤… 

 

A노선 늦어도 2024년 6월 개통 기대... B노선 이르면 2022년 착공 전망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된 8월 21일 오후 박남춘 인천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에서 GTX B노선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유로운 아침, 함께하는 저녁’. 정부가 지난해 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식 때 선보인 슬로건이다. GTX를 통해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GTX가 개통하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대에 출근이나 퇴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통근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58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이 같은 바람이 현실이 된다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아침은 한결 여유롭고, 저녁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수도권 직장인의 삶을 바꿀 GTX 3개 노선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8월 21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에서 GTX B노선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노선 등을 변경해 2017년 8월 예타 대상으로 재선정된 뒤 2년 만이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 중인 GTX 3개 노선 사업이 모두 확정됐다. 현재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이 2023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어 C노선이 2021년, B노선이 2022년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르면 2027년께 3개 노선이 모두 개통돼 수도권 교통혼잡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여곡절 많았던 B노선 예타 통과


GTX는 지하 40~50m 아래에서 일반 전철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달릴 예정이다. 그래서 ‘대심도(大深度) 고속전철’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기반시설인데, 한국형 GTX는 평균 시속이 100㎞, 최고 시속이 180㎞에 이른다. 이 속도를 낸다면 정부 주장대로 수도권 외곽에서 업무시설이 밀집한 서울 도심까지 20~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이 같은 GTX A~C노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남북과 동서를 엑스(X)자 형태로 가로 잇는다. 3개 노선의 총 사업비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도 이미 반영했다. 국토교통부가 세운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예년보다 2조2000억원이나 많은 49조8000억원이다. 노후 SOC 유지 보수는 물론 GTX 사업 등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쓰기 위해서다. 이 중 예산은 올해 17조6000억원 대비 12.5% 증가한 19조8000억원, 기금은 올해 25조6000억원 대비 17.0% 증가한 30조원이다. 정부 전체 SOC 예산은 올해 19조8000억원 대비 12.9% 늘어난 22조3000억원으로 2년 연속 증액됐다. 국토부 소관 SOC 예산도 18조원으로 올해 15조8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증가했다.

A노선은 지난해 말 착공식에 이어 공사에 들어갔다. A노선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까지 총 83.1㎞ 길이로 수도권의 남과 북을 연결한다. A노선은 지난해 1차 실시계획이 승인됐고 착공식까지 치렀지만 공사에 필요한 실시설계가 추가로 남아 반년 넘게 착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6월 국공휴지를 시작으로 가까스로 첫 삽을 떴다. 민간이 소유한 토지는 현재 한국감정원에서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다. 9월 말까지는 협의통지 등의 절차가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재 지장물 조사나 토지보상 작업이 필요 없는 국공휴지부터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남은 구간도 토지 보상이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여론도 넘어야 할 산


▎GTX A노선 후암·동자·갈월 대책위와 차량기지 변경노선 대책위가 5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노후주택가 지하발파 작업’과 ‘열병합 발전소 인근 지하를 관통하는 차량기지 노선 변경’을 반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잇는 C노선은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데 이어 지난 6월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했다. 기본계획를 수립하는 데는 약 1년 6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계획 수립이 끝나는 2021년 말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다. 예정대로라면 2025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B노선도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연내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는 현재 B노선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을 위해 민자적격성검토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신청했다. 만약 사업추진 방식 결정과 설계 등 후속 절차에 차질이 없는 경우 이르면 2022년 말께 공사에 들어가 2027년께 개통될 것으로 기대된다. B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를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이어(총 연장 80㎞)진다. 정거장은 13곳이며 사업비는 5조7351억원(3기 신도시 반영 시나리오 기준)이 투입될 예정이다. 송도~망우 간 55.1㎞가 새로 건설되고 망우~마석 구간은 기존 경춘선 노선을 공유하게 된다.

B노선은 A·C에 비해 출발이 가장 늦은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른 노선에 비해 사업성이 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나온 예타 결과에선 B/C(비용 대비 편익)값이 0.33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송도~청량리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노선을 연장해 2017년 9월부터 예타를 재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예타 면제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방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면제 사업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B노선이 개통하면 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대면 오고 갈 수 있게 된다. 인천에서 남양주 마석까지도 40분대면 주파할 수 있다. 인천 송도지구에서 서울역까지는 82분에서 27분으로 1시간 가까이 단축되고, 여의도에서 청량리까지는 35분에서 10분으로 확 줄어든다. 그간 이들 지역에서 서울을 가려면 광역버스나 지하철 환승 등에 의존해야 했던 만큼 서울 서부권의 교통 편의성이 크게 좋아지는 것이다.

B노선뿐 아니라 계획대로 GTX가 건설되면 정부는 ‘교통 사각지대’에 있던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족시설이 부족한 경기 북부는 그동안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 강남 등지와 연결되는 광역교통망을 목말라하고 있었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이들 도시에서 강남으로의 이동시간이 20분대로 확 좁혀진다. 현재 지하철로 80분 걸리는 일산~삼성(강남구)은 20분으로, 의정부~삼성은 74분에서 16분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남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80여 분이 걸리는 수원~삼성은 22분으로, 동탄에서 삼성은 19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사가 순조롭게 이어져 개통했을 때 얘기다. GTX 사업은 사업비가 14조원이 넘는 데다 지하 40~50m에 전철을 놓는 대공사다. 이에 따라 실제 개통까지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당장 A노선만 해도 개통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A노선의 개통 시기를 1년 늦췄다. 목표는 2023년이지만 시공사와 지자체 간의 사업추진 상황에 따라 2024년 6월 말로 늦춰 잡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대로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시공사가 지자체 인허가, 도로점용허가 등의 다양한 이유로 공사기간을 2024년 6월까지 여유 있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노선만 해도 첫 정부 고시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까지만 수년이 걸렸다. 8월 말 착공하는 신안산선 역시 수차례 부침을 거쳐서야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특히 GTX는 사업비의 60% 가량을 민간사업자가 조달해야 한다. 경제성이 없다면 참여할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크지만 민간사업자 참여를 위한 유인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제성 논란도 계속해서 일고 있다. B노선만 해도 경제성 연구를 수행한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2014년 예타에선 B/C가 0.33에 그쳤다. 그러나 5년 새 경제성이 껑충 뛰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7년 맡았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B/C가 1.2쯤으로 높게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중간보고 때까지만 해도 B/C가 0.8 남짓이었던 B노선이 예타를 통과하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종합적인 리스크 대책 마련해야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8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014년 B/C가 0.33 밖에 안 나왔던 상황에서 갑자기 정부가 노선을 연장하면서 아직 터도 닦지 않은 3기 신도시를 예타 평가에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 구색 맞추기를 했다”며 “엉터리 발표”라고 지적했다. 사업 반대 여론도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경기 파주나 고양, 서울 용산구 후암동과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경로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구청도 지난해 말 A노선 착공식 직전 성명을 내 “안전과 소음, 진동 등 주거환경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주민들에게는 설명조차 안 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는 A노선의 환경영향평가 승인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넘어야 한다. 지하 40m 이상 파 들어가야 하는 대심도 공사는 정부는 물론, 건설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할 계획이지만 GTX가 지나는 지하공간에 어떤 지장물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근 지역에 지반침하(땅꺼짐) 현상이라도 나타나면 GTX 공사는 멈춰 설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회사의 임원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사가 수시로 중단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 같은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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