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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뜻미지근한 아시아나 인수전 어디로] 흥행 부진에 매각 표류 난기류 만나나 

 

애경·KCGI만 참여 의사 공개적으로 밝혀… 자회사·종속회사 제외한 분리 매각 가능성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전시된 항공기 모형. / 사진:연합뉴스
사상 첫 국적 항공사 인수·합병(M&A) 거래는 순풍을 탈까 난기류에 휩싸일까. 9월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을 앞둔 가운데, 인수전 분위기는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대외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과 한진그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뿐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의 기대와 달리 SK·한화·GS·신세계 등은 발을 빼는 모습이다. 그나마 인수 의향을 나타낸 애경그룹과 강성부 펀드 모두 단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올해 반기 보고서 기준으로 2013억원에 불과하다. 강성부 펀드의 경우 얼마나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추산하기 어렵지만 단독으로 인수를 추진할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또 사모펀드가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지 않으면 인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외항사의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적 항공사는 국내법상 외국인이 지배가 불가능하다. 물론 국내 기업과 협력해 투자할 수 있지만, 경영권이 없는 지분에 참여할 유인 동기는 크지 않다.

주요 대기업 빠져 9월 3일 예비입찰 흥행 빨간불


금호와 채권단의 희망 매도가는 2조원 안팎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1.05%의 30일 종가 기준 가치는 3700억원 정도다. 금호 측에서는 여기에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금호산업 자회사 6곳과 금호리조트·금호티앤아이 등 종속회사 2곳을 포함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조원가량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5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상환과 아시아나항공 운영 자금 등에 필요한 유상증자에 1조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투자설명서(IM)에서 구주와 더불어 새로 발행할 예정인 신주에 대한 투자금액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사상 첫 국적 항공사 매물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업은 규제가 까다로워 M&A가 아니면 진출 문턱이 높다. 국적 저비용항공사(LCC)가 늘긴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30년이 넘게 운영하며 따낸 70여 국제선 노선 운항권, 영업 노하우 등은 쉽게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게다가 에어부산·에어서울이라는 LCC 면허도 딸려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도 흥행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입찰 공고 직전인 7월 23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루트로 들은 곳도 있고 사적으로 연락이 온 곳도 있다”며 인수 후보군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부진한 업황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에 악화일로의 미·중 갈등, 첨예한 한·일 대립, 원·달러 환율 상승, 유가 상승 등으로 2분기 국내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연결 기준으로 12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애경그룹의 제주항공도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0분기 만에 적자를 봤다. 2분기가 비수기인 영향도 있지만 성수기인 3분기 실적 전망도 신통치 않다. 홍준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공급 과잉으로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의 주력인 중국·일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돈 빌리러 다니기 바쁘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실질적 주체인 금호와 채권단의 셈법이 다른 것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금호산업의 입장에서는 높은 구주 가격을 써낸 입찰자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넘기는 ‘정량적 기준’이 유리하다. 이와 달리 채권단으로서는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채권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인 ‘정성적 기준’이 중요하다. 인수 후보자 역시 채권단과 같은 입장이겠지만 그럴 경우 금호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채권단에서도 금호 측에만 유리한 조건을 내건 후보자 손을 들어주진 않을 전망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구주와 신주 비중에 관련해선 포괄적인 비밀유지조항이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 부진에 2분기 모든 국내 항공사 적자

매각 작업이 순풍을 탄다면 9월 중 적격인수후보를 선정하고 실사 후 10~11월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 가려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을 하게 된다. 다만 지금 상황으로선 난기류를 만날 확률도 높다. 매각이 불발되면 어떻게 될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유찰이 되면 산업은행이 다음 매각 주도권을 쥘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럴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이 실패하면 내년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까지 한번에 팔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종속회사를 분리해서 매각하는 카드도 꺼낼 수 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통매각’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지만 흥행이 부진할 경우 다른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8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금호에서 통매각한다고 하니 일단 시도해보고 여의치 않거나 시장 반응이 냉랭하다면 주관사와 상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는 매각 주체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동걸 회장도 “매각 주체가 분리 매각을 원하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은 흥행을 위해서라도 분리 매각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어부산·에어서울이 매물로 나오면 기존 LCC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금호산업과 채권단 모두 최악의 상황은 가정하지 않고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이제 투자의향서 받아본 단계”라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매각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금호산업이 매각을 주관하고 있어 채권단에서 왈가왈부하면 간섭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매각 실패 상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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