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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33) 차경애 ㈜올비트앤 대표] 보행보조차로 노인들의 플랫폼 만든다 

 

프레미엄 제품 양산 앞둬... 보행 중 미세먼지 정도도 체크

▎사진:김경빈 기자
“이것은 보행보조차인가, 카트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유모차?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남의 눈에 ‘보행보조차나 밀고 다니는 노인네’로 비치는 걸 싫어하세요. 늙어서 이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이죠.”

고급형 보행보조차 ‘이조(E:ZO)’를 만드는 ㈜올비트앤의 차경애 대표는 “공공기관에서 나눠주는 저가형 보행보조차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도 어르신들이 나라에서 지원 받아 살아가는 노인처럼 보이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조 역시 걷기 힘든 할머니들이 밀고 다니는 보행보조차이다. 유모차처럼 의자 겸 바구니가 달렸는데 바구니는 탈부착할 수 있다. 지하철 같은 데서 유모차처럼 접어서 세워놓을 수도 있다. 앞바퀴가 360도 돌고 일자로 고정할 수도 있다. 보급형 제품과 다른 점들이다. 이조는 또 아시아계 사람의 평균 키에 맞춘 제품의 높이를 레버를 조절해 약 9cm 키울 수 있다. 의자에 앉았을 때 기대는 등받이는 척추에 좋도록 딱딱하게 만들었다. 차 대표는 두 시간이 걸린 인터뷰 내내 이조에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 이조는 가볍다. 6.5kg. 차 대표는 주사용층인 할머니가 집을 나설 때 대문 앞에서 한 손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라고 했다. 그는 제품 개발 당시 몇 달 동안 이조를 휴대하고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밀고 다니다 지하철 안이나 역사 같은 곳에서는 이조에 앉아 있었다. 앞뒤 바퀴는 직경 8인치로 시판되는 제품 중 가장 큰데 그래서 요철이 있는 비포장길에 강하다. 이 바퀴에 보호용 프레임을 달았다. 차 대표는 조사에 따르면 보행보조차 애프터서비스 요청 중 가장 많은 것이 바퀴가 떨어져나가는 고장이고 기존 제품은 일단 이렇게 바퀴가 이탈하고 나면 구조상 수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급형 저가품이라 바퀴가 떨어져나가면 핸들까지 통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조는 바퀴, 핸들, 의자, 바구니 등을 부분 교체할 수 있다. “이렇게 부품을 교체해 4~5년 사용할 수 있죠.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제품 이조-Q엔 안전을 위해 무동력 감속장치를 답니다. 가속도가 붙는 내리막길에서 자동으로 감속을 해 주는 장치죠. 또 잇츠오케이(itsOK)라고 명명한 모니터링 장치를 달려 하는데 이동 거리, 미세 먼지 정도, 사용자의 건강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조가 노인들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어요.”

양산을 앞둔 이조는 소비자 가격이 53만원인 고급형이다. 고령친화 우수제품 인증을 받았고 건강보험공단 복지용구로 지정돼 있다. 차 대표는 그 덕에 내수 시장에서의 판로는 어느정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렌탈 장기 렌털 제품으로 선정돼 곧 렌털 서비스될 예정이기도 하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의 경우 소비자가가 아니라 건보 심사 가격의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돼 8만원선에 이조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보행 보조차 시장은 양극화돼 있는데 보급형이 10만원대죠. 이조보다 무게·내구성 등이 떨어지는 일본·유럽 산 고급형이 60만~80원선입니다.”

이조는 상상 속 상서로운 새인 봉황 한쌍이란 뜻이다. 봉황은 태평을 상징한다. 곡선인 이조의 옆 라인은 이런 봉황의 옆모습을 형상화했다. 손잡이에 달린 핸드 브레이크와 연결된 선을 이 알루미늄 소재의 옆 라인 프레임 속에 집어넣었고 그래서 기존 제품보다 외관이 깔끔하다.

이조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이 뭔가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품위가 있어 보이죠.”

고급형 유모차에 비하면 그렇게 럭셔리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아빠가 주로 밀고 다니는 유모차처럼 크게 만들면 우아한 곡선 디자인을 구사할 수 있어요. 그런데 보행보조차는 걷기 힘든 할머니가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작고 가벼워야 되죠.” 그는 대부분의 유럽산 제품은 무게가 18~23kg으로 체구가 작고 근력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할머니에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보행보조차를 사용하는 할아버지는 못 봤습니다. 나이든 남자들은 왜 안 쓰나요?

“요즘 유행어로 ‘모양 빠져서’입니다. 남자 어르신들은 지팡이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요양원이나 재활병원에 들어가시면 또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사용해요. 지난해 국제의료기기 박람회에 출품했을 때의 일입니다. 현지에 사는 한 한국 여성이 달려와 ‘이조가 바로 내가 찾던 아버지용 제품’이라고 하더군요. 연로한 아버지를 위해 보행보조차처럼 보이지 않는 제품을 찾다가 마땅한 게 없어 마트에서 쓰는 카트를 구해 드릴까 하던 참이라고 하더라고요.”

차 대표는 뇌신경과학을 전공했다. 2012년 창업해 뇌파를 활용하는 수면장애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다 시장 수요가 없어 접었다. 기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다. 그 후 무동력 감속 메커니즘에 착안해 유모차 바퀴 안에 이 감속장치를 넣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유모차의 실제 사용자인 젊은 아빠들은 감속장치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래서 다시 노인용 보행보조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 감속장치가 바로 프레미엄 이조에 부가하려는 무동력 감속장치다.

고궁 등 공공장소에 보행보조차 비치해야

어떤 분들에게 이조를 권하고 싶나요?

“혼자서 걷는 게 다소 힘들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분들입니다. 걷기 힘든데, 뭐 쓸 만한 게 없을까 하는 분들이죠. 지팡이가 대용품이지만 그렇다고 무릎이 아플 때 이조에 앉듯 지팡이에 앉아서 쉴 수는 없어요.”

어쨌거나 53만원이면 구매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보급형은 안 만드나요?

“우선 고급형에 집중하고 매출이 안정되면 내년 하반기 10만원 대 보급형을 출시하려 합니다.”

렌털 시장은 어떻게 보나요?

“렌털 서비스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인공관절 수술이나 척추 수술 후 몇 달 간 쓰기엔 렌털이 낫죠.”

고급형 보행보조차가 해외 시장에서도 먹힐 거로 보나요?

“내년 봄 일본·대만 시장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일본 남자 노인들은 우리나라보다 ‘가오’를 덜 따지고 유럽인들은 남의 시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요. 유럽에 진출할 때 제품을 더 크게 만들어야겠죠.”

그는 아마존에서 팔리는 100위권 보행보조차를 전수 조사했는데 이조가 내구성·디자인·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무엇보다 최경량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공원, 고궁, 대형 병원, 박물관, 수목원 등에 휠체어처럼 이조를 비치시키려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가족들과 같이 외출해 ‘나는 차에 있을 게’ 하시는 노인들이 고궁 등에 보행보조차가 비치돼 있으면 가족 나들이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고속도로 휴게소도 빌려주는 휠체어, 유모차, 목발은 있는데 정작 보행보조차는 없어요. 사실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은 차에 휠체어를 갖고 다녀요. 보행보조차가 없어 대용품으로 휠체어를 빌리는 겁니다. 이런 사정을 정책을 결정하시는 분들이 잘 모르는 게 안타깝습니다.”

1502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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