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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100년 세월 품은 정미소의 추억 

 


“자유당 시절에 시작해서 58년, 내 청춘 다 여기서 보냈니더.” 100년 세월을 품은 ‘풍국정미소’의 2대 주인 우기섭(81)씨가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도정기계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 경상도와 강원도를 잇는 철도 중심지였던 경북 영주에는 유독 정미소가 많았습니다. 태백을 비롯한 탄광지역 광부들을 먹일 쌀의 도정이 상당 부분 이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쌀 1가마니(80kg)를 찧어주면 2되 반(약 4kg)을 사례로 받았습니다. 기계 소리 가득했던 영주 ‘정미소 거리’를 이제 풍국정미소가 홀로 남아 지킵니다. 도정기계는 4년 전 현대식 장비에 자리를 내주고 멈춰 섰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일제 강점기 나무와 시멘트를 사용해 만든 건물은 여전히 튼튼합니다. 멈춰 선 도정기계는 지금도 전원 스위치만 켜면 바로 굉음을 내며 움직일 수 있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100살이 넘은 주판과 저울도 아직 쓸 만합니다. 정미소 도정 규모를 짐작게 하는 곳간은 쌀 1000가마니도 너끈히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풍국정미소는 근대 양곡 가공업의 형태를 가장 잘 간직한 곳이라는 전문가 평가와 함께 지난해 정미소로는 유일하게 문화재청 지정 등록문화재(제720-5호)가 됐습니다. 우 씨는 “내 인생이나 다름없는 이곳이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니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 사진·글 (영주)=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1505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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