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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5G·소재·부품·장비주에 관심 둘 만 

 

성장성 있는 중소형주 투자 유망… 미 증시 추가 상승 여부도 관전 포인트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세 번째다. 지난 5월과 7월에도 최고치를 경신하긴 했지만 0.5%, 2.7% 더 오르는 데 그쳤다. 그래서 이번 주가 흐름에 관심이 더 모이고 있다. 고점 돌파 이후 상승이 이어질 경우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해 내내 좌절됐던 저항선 돌파가 이뤄지면서 추가로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 시장 고점 높아지고 국내 시장 낮아지고

금리 인하가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7월 이후 연속 세 번 금리를 내려 투자자들에게 지난 10년간 이어진 ‘금리 인하=주가 상승’이란 등식을 상기시켜 줬다. 이런 상황은 금리 인하가 있기 전부터 예상됐다. 지난 2009년 시작된 1차 금융완화 때 선진국 시장이 40% 올랐다. 2011년 2차 금융완화 때도 비슷한 폭의 상승이 있었다. 두 번 모두 상승했는데, 이번 3차 금융완화 때만 다른 모습이 나타날 이유가 없어서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아직 우리 시장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5월과 7월에도 비슷했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는 사이 우리 시장은 직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그치고, 미국 시장이 하락하기 전에 먼저 떨어지는 등 하락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고점도 2233(5월)→2134(7월)→2101(9월)으로 계속 낮아졌다. 국내 요인 때문에 선진국 주가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도 국내 사정 때문에 선진국 시장과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 3분기에 S&P5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75%가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발표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 이익은 30% 넘게 감소했다. 반도체 이외 종목에서도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많이 나왔다.

4~5년 전부터 우리 주력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선·건설·철강·자동차 등이 그 예인데, 이들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을 감안하면 지금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지난 몇년 동안 그 공백을 화장품을 비롯해 게임, 엔터테인먼트 같은 콘텐트 산업과 바이오가 메워왔는데 최근에는 그 흐름마저 끊어졌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 시장을 움직이는 최고 동력은 선진국 주가 상승이다. 자체 동력 없이 다른 시장 상승에 편승해 올라가다 보니 주가가 급변할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우리 내부에서 상승동력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에서 선진국마저 상승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가 좋지 않다. 유럽 경제는 이미 1년 전부터 둔화에 빠졌고 미국도 내년에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후퇴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 이 전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금처럼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는 기대하는 모든 게 들어맞아도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금리를 내리고 경기가 나쁘지 않거나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게 기대에 해당할 텐데 이 중 하나라도 채워지지 않으면 주가가 빠르게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협상과 금리 인하 등 호재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올해 선진국 시장이 세 번이나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건 갑자기 악재가 나와서였다. 협상이 틀어지면서 미국이 관세를 인상했거나, 중국이 강공으로 돌아선 게 그 예다. 제조업 경기가 크게 둔화된 부분도 주가를 꺾는 역할을 했다. 1차 무역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다. 1차 타협은 실질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가 컸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100억 달러어치를 더 사주는 대신 예정된 관세 인상을 유보시킨 데 지나지 않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협상에 들어갈 경우 언제든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적 위험이 커졌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지표가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가와 경제 변수 사이에 차이가 클 경우 주가는 경제 상황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이익은 경제 상황을 기업 단위로 쪼개 놓은 것이어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이익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이 계속 오른다면 반도체 등 기존 대형주가 시장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반면 선진국 시장이 주춤하면 투자 종목은 성장성이 돋보이는 중소형주로 바뀔 것이다. 대형주는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소형주에 맞춰 얘기를 진행한다.

현재 시장에서 성장성 테마로 거론되고 있는 종목군은 두 개다. 하나는 5G 관련주인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주요 경쟁국들이 해당 부문의 상용화와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5G 시대가 열려 국내만 수십조, 전 세계까지 따지면 수백조에 이르는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시장에서는 케이엠더블유·RFHIC·오이솔루션·쏠리드·다산네트웍스·머큐리·와이솔·인크로스 등을 해당 종목으로 꼽고 있다.

선진국 시장 계속 오르면 대형주 유리


또 하나는 소재·부품·장비 관련주다. 지난 8월 5일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된 법률과 위원회도 만들었고 예산 확보 방안도 내놓았다. 지금은 100개 혁신 기업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조만간 해당 기업 명단이 발표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솔브레인·동진쎄미켐·유진테크·이오테크닉스·유니테스트·원익IPS·AP시스템·이엔에프테크놀로지·비에이치 등을 관련 주식으로 꼽고 있다.

연초 이후 어떤 종목도 시장을 뚜렷하게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종목도 요즘 오르는 것일 뿐 지난해 하락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이 아니다. 앞으로 업황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오도 마찬가지다. 한달 사이 배 이상 상승한 종목이 나왔지만 2년 가까이 하락했던 걸 감안하면 많이 오른 게 아니다. 중소형주는 종목별 순환이 있었을 뿐 시종일관 시장을 리드하는 종목은 없었다.

이제는 내용이 있는 중소형주로 대상을 좁힐 때다. 성장성 있는 종목이 가장 좋은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걸 감안할 때 5G와 소재·부품 관련주가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09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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