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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손사래 치는 면세점 사업] 제2의 중국 관광객 유치가 급선무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 사상 첫 유찰… 중동 등지의 ‘큰 손’ 관광객 유치 늘려야

관세청이 11월 11~14일 진행한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입찰)에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가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서 면세점 1곳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만 입찰에 참여했다. 관세청은 서울 3개, 인천·광주·충남 각 1개로 모두 6개 사업권을 내놨다. ‘빅 3’ 기업이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을 포기하면서 사상 최초로 사업권이 유찰됐다. 4년 전 입찰에 경쟁적으로 참여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매출 늘었지만 영업손실로 실속 없는 장사


이런 분위기는 면세점 간의 출혈경쟁과 높은 송객수수료(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나 가이드에 내는 수수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636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객수수료가 매출의 최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전체 면세점 매출은 2016년 12조2757억원에서 지난해 18조9602억원으로 54% 증가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정작 실속은 없었다. 중소·중견 면세점 영업손실률은 2016년 4.9%, 2017년 7.4%, 2018년 2.5% 등 매년 적자다. 대기업들도 2016년 -0.8%, 2017년 -2.2%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따이공(代工·중국인 보따리상) 증가에 따른 반짝 특수로 3.1% 성장세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올해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관광 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들어 면세점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관세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두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신규 면세점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전국 시내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이용자 수 50% 이상 증가와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수 30만 명 이상의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면세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으로 돈 버는 게 아니라 버티는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입찰에 참여하는 건 제살 깎아먹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 면세점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의 경우 면세업 전체 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세점 시장은 3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어 대기업이라고 해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면세점 63은 9월 말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사업 종료 기간은 내년 말이었지만 1년 반가량 앞당겨 문을 닫았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은 매년 적자를 거듭해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이 넘는다. 두산면세점도 내년 4월 영업을 종료한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입지는 더 줄어들고 있다. SM면세점은 3년간 6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동화면세점도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계륵이 됐다. 면세점 사업도 대내외적인 악재로 출렁거림을 반복하고 있다. 1979년 시내면세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동화·롯데가 면세점 사업에 참여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으로 시내면세점 사업자는 총 29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사스(SARS) 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한진·SKM·AK를 포함한 19곳이 특허권을 반납, 양도했다. 이후 10년 동안 11개 사업자가 면세점 사업을 하다 2013년 17개로 늘어났다. 이후 메르스 사태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관광객이 급감해 타격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80%가 서울에 몰려

앞으로도 높은 송객수수료, 출혈 마케팅 등이 이어진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면세점의 전체 매출의 70%가 따이공, 30%가 나머지 관광객들이다. 여기에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 마케팅 경쟁이 더 치열해져 돈 버는 것보다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가 더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면세 업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과 대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고객 다양화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매출 70%가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구매객 중 중국인 매출액은 13조9201억원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73.4%를 차지했다. 중국인 매출액은 3년 연속 증가세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 면세점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도 관광객 유치에 애를 쓰고 있다. 지난해 1535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에는 2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광객 유치 노력으로 관관객 수를 확장하는 효과는 있지만 질적 성장은 역부족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방한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경비는 평균 1482달러다. 중동과 중국, 러시아, 인도, 싱가포르 관광객이 평균 1700~2232달러를 쓰는 ‘큰 손’인 데 비해 최근 한국 방문이 증가한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관광객의 평균 지출경비는 1100달러에 못 미친다. 때문에 중동과 같은 큰 손 관광객 유치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

지방공항 취항 노선 더 늘려야

업계에서는 지방공항에 취항 노선을 늘려 지방 관광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 인천공항으로 입·출국을 하다보니 외국인 관광객 중 79.4%가 서울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화된 관광콘텐트와 지역 관광 인프라가 그만큼 부족하단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도처럼 대구, 울산 등과 같은 곳에 취항항공편이 늘어 외국인 입·출국이 많아지면 관광 인프라가 구축될 것”며 “유흥, 숙박, 쇼핑 시너지 효과가 난다면 면세점도 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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