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새 판 짜는 스마트워치 시장] ‘손목 위 전쟁’에 구글·화웨이까지 참전 

 

애플 vs 삼성 양강 구도 깨질 가능성... 2022년 연간 9430만대 판매 전망

▎(왼쪽부터) 핏빗, 애플워치5, 갤럭시 워치 / 사진 : 각 사
웨어러블의 원조(元祖) 격인 스마트워치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건강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본체인 스마트폰을 위협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2분기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12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오는 2022년에는 연간 9430만대로 커질 것으로 SA는 전망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시장은 그동안 ‘1강 2중’ 체제를 유지해 왔다. 1강은 애플, 2중은 삼성전자와 핏빗이다. 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애플의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점유율은 46.4%로 절대 강자다.

애플은 지난해 2분기 380만대에서 올해 2분기 570만대로 약 200만대의 스마트워치를 더 팔며 1강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 뒤를 삼성(15.9%)과 핏빗(9.8%)이 추격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200만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2분기(90만대) 대비 122%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핏빗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7.6% 감소해 시장점유율도 15.2%에서 9.8%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이 같은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 같다. 구글이 핏빗을 인수하며 스마트워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웨이가 새로운 스마트워치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웨어러블 시장 재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글, 21억 달러에 핏빗 인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1월 1일 핏빗을 21억 달러(약 2조4500억원)에 인수한다. 핏빗은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가 2007년 공동창업한 회사로 걸음 수와 달린 거리, 소모 칼로리 등 운동량과 심장박동 수, 수면시간 등 건강 정보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핏빗 누적 판매량은 1억대를 돌파했고 사용자는 2800만 명 이상이다. 구글 외에 페이스북 등이 핏빗 인수 경쟁에 나섰으나, 2배 이상 가격을 제시한 구글이 핏빗을 품에 안았다. 구글은 핏빗 인수로 단숨에 전 세계적인 웨어러블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 사실 구글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는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나 웨어러블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구글이 새롭게 내놓겠다 발표했던 스마트워치인 픽셀워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올해도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지난 4월 구글이 파슬의 일부 지적재산권을 4000만 달러에 사들여 기대를 증폭시켰으나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구글은 핏빗을 통해 ‘웨어운영체제(OS)’ 기반 웨어러블 생태계 확장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현재 시판 중인 스마트워치는 모두 독자적인 OS를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가 구글의 웨어OS를 사용해했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자체 OS로 갈아타는 모양새다. 올해 출시한 스마트워치 GT2는 ‘훙멍’ 기반을, 지난 9월 공개한 스마트폰 메이트30 역시 ‘AOSP’ 기반 OS를 탑재했다. 이처럼 웨어OS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이번 인수로 핏빗에 웨어OS를 탑재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릭 오 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수석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핏빗과 긴밀히 협력하고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통합해 웨어러블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LG전자 같은 스마트폰 업체는 물론 포슬·엠포리오·아르마니 등 시계 업체와도 협업 중이다.

업계는 구글의 핏빗 인수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충분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우선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 핏빗의 ‘버사2’나 ‘아이오닉’ 모델은 20만~30만원 대로, 50만원 중반대에서 시작하는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의 반값이다. 여기에 핏빗을 인수하는 데만 21억 달러를 쏟아 부을 만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웨어OS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판을 흔드는 데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이 핏빗을 인수함으로써 핏빗의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지 주목된다”며 “배터리도 오래가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디자인도 뒤처지지 않는 만큼 구글이 (핏빗을) 어떻게 셋팅하느냐에 따라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이 핏빗을 인수하면서 스마트워치의 ‘건강관리’ 기능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핏빗은 2800만 명인 핏빗 사용자의 식사·수면·운동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 핏빗을 통해 구글은 신사업 중 하나인 헬스케어 경쟁력을 강화할 태세다. 구글의 헬스케어 계열사 베일리를 2015년 구글X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이후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질병 진단, 치료, 의료 기기 개발, 건강 정보 분석 등 헬스케어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R&D) 등이다. 지난해 알파벳 자회사로 설립한 구글헬스는 AI ‘알파고’의 개발사 딥마인드의 의료 사업부문인 딥마인드헬스를 흡수하기도 했다. 딥마인드헬스는 2016년 의료 정보를 취합해 의사, 간호사 스마트폰으로 급성 신장 손상 의심 환자를 알려주는 스트림즈를 개발한 곳이다.

심전도측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애플워치도 10월 25일 국내에 출시한 애플워치5에 생리주기 추적, 활동 추세 등 건강관리 기능을 새롭게 탑재했다. 국제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을 통해 150개 이상 국가에서 아이폰 없이 애플워치로만 긴급 전화도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액티브2’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은 달리기·걷기·자전거·수영·로잉머신 등 7개 종목을 자동 측정하고 총 39개 이상의 운동을 기록 관리할 수 있다. 특히 페이스메이커와 달리기 기능은 사용자가 운동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와 협업해 ‘언더아머 에디션’도 선보였다. 불면증 환자를 위한 기능도 있다. 수면 분석 알고리즘을 탑재해 보다 정확하게 수면 상태를 감지하고, 양질의 수면 패턴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시간으로 스트레스 수준을 확인할 수도 있다.

최근 ‘워치GT2’, ‘밴드4’ 등을 선보이며 스마트워치 시장에 등판한 하웨이도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워치GT2는 달리기, 걷기, 등산, 사이클링, 하이킹, 수영, 철인 3종 경기 등 총 15가지의 스포츠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데이터 기록 등을 분석해 효과적인 운동을 위한 코치 역할을 한다는 게 하웨이 측의 설명이다. 밴드4는 실내·외 달리기나 걷기, 사이클링, 자유운동 등 9가지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이 모드에서는 심박 수, 걸음 수, 거리, 속도, 칼로리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 더 향상될 듯

건강관리 기능과 더불어 배터리 수명 역시 스마트워치 대전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분야에서도 핏빗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는다. 한번 충전으로 애플워치는 대략 18시간, 갤럭시워치는 2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핏빗은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서도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워치GT는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일주일을, 밴드4는 6일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또한 스마트워치의 주요 선택 요인”이라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 기능과 배터리 수명을 중점적으로 향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10호 (2019.11.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