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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TV 시장 판도는] 삼성·LG TV 경쟁자는 애플·구글·넷플릭스? 

 

OTT 서비스 전 세계로 확산… TV 위에 놓였던 셋톱박스가 TV 안으로 들어와

▎사진:애플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수면시간이다. 구독자들은 꼭 보고 싶은 영화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본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자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11월 6일 뉴욕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컫는 OTT(Over the Top)는 셋톱박스를 넘어서 제공되는 동영상 서비스다. 그래서 OTT 서비스 초기에는 TV 셋톱박스, 게임기와 같은 물리적인 단말기를 통해서 제공되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셋톱박스의 유무를 떠나 PC, 스마트폰 단말기뿐 아니라 모든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한다. TV 위에 놓였던 셋톱박스가 TV 안으로 들어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현된 셈이다.

OTT에 TV는 스크린일 뿐일까?


OTT의 최강자 넷플릭스 CEO의 “수면시간이 경쟁 상대”라는 발언은 TV의 미래를 역설적이지만 가장 잘 보여준다. OTT 서비스는 현재 새로운 강자들의 등장으로 가장 첨예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분야다. 스마트폰 등 여러 기기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지만, 주력은 역시 대화면인 TV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구독자들이 어떤 TV, 기기로 보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삼성이든 LG든 애플 아이패드든 이들에겐 모두 스크린일 뿐이다. 그래서 TV 메이커들에게는 지금이 안전한 시기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적어도 넷플릭스나 애플TV+, 디즈니나 아마존이 자체 스크린, 즉 스마트 TV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하드웨어 제조기술이 성장 정체에 빠지면, 언제든지 소프트웨어가 이를 지배할 수도 있다.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7년 이미 100조원대를 돌파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 AMR)는 지난 9월 18일 글로벌 OTT 시장 규모가 2017년 97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고, 2025년이면 3325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6.7%씩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지역은 아시아로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개화하던 무렵 애플과 구글의 전략은 달랐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하는 회사답게 2007년 애플 TV라는 일종의 셋톱박스를 시장에 내놨고, 최근까지 4세대 제품을 판매했다. 애플TV를 TV에 연결하면 인터넷 회선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동영상 앱들이 뜨는데, 소비자들은 이 중 원하는 서비스에 직접 가입하거나 무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다. 구글은 웹사이트 검색엔진이라는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고 철저하게 소프트웨어적으로 OTT 시장에 진입했다. 2010년 최초의 스마트 TV라고 할 수 있는 구글TV 플렛폼이 나왔다. 구글TV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스마트 TV 운영체제로 적용하기 위한 시도였다. 초기에는 TV 제조사들, 셋톱박스 제조사들이 모두 참여했지만, 스마트폰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돼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3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구글이 3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2013년 내놓은 크롬캐스트는 일종의 절충안에 가깝다. USB메모리 크기로 TV의 HDMI 단자에 꽂아서 쓰는 크롬캐스트는 자체적인 스마트 TV 플랫폼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화면을 인터넷에서 직접 끌어와 TV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크롬케스트는 출시 기념으로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걸고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애플이 하드웨어, 앱을 통해서 스마트 TV를 구현하려고 했다면, 구글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뿌리인 웹을 통해서 TV가 돌아가는 것을 원한다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올해는 미래 스마트 TV 시장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좌우할만한 몇 가지 단서가 제공된 해다. 5G와 애플TV+의 등장이다. 올해 4월 3일 4G보다 최대 20배 빠른 5세대 통신 5G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5월 대도시 위주로 5G 시대가 열렸다. 무선통신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이전 세대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거나 안정성이 떨어지던 새로운 서비스들이 맹위를 떨쳤다. 4G 시대에는 라이브 동영상 스트리밍 관련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버 등 개인방송이 가능해졌다. 3G 시대에는 개인 라이브 방송이 불가능했다. 이제 5G 시대에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서비스가 안정성을 더욱 높이면서 자리를 잡게 될 것이고, 게임까지 실시간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구글은 올 3월 실시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TV가 셋톱박스에서 튀어나와 본격적으로 앱으로 변신했다. 애플TV 앱은 올 5월 삼성전자, LG전자 등 TV 메이커들의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애플은 지난 9월에는 본격적인 OTT 서비스인 애플TV 플러스를 론칭했다. 올 9월 10일 이후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맥 등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들은 1년간 무료로 애플TV 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 TV 등에서는 월 구독료 4.99달러(약 6000원)를 지불하고 시청할 수 있다. 애플의 올 3분기 매출은 640억 달러고 이 중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121억 달러다. 넷플릭스의 올 3분기 매출은 52억 달러였다. 1년이라는 무료 이용 기간에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는 미국에서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생관계에사 경쟁관계로

아직까지 TV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생관계다. TV제조사들은 자사 TV에 OTT 앱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구매자들의 편의를 높여주고 있고, OTT 기업은 자사 서비스가 어느 TV에나 최적화 돼 구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후면 OTT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TV화면 대형화는 거실 벽이라는 물리적인 한계에 더욱 근접할 것이다. 스마트 TV 시장을 선도할 기업들은 그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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