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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TV의 세대 교체] 20년 LCD 전성기 넘어 OLED로 대전환 

 

기술 발달로 가격 떨어지고 화질 개선… 2025년 OLED 비중 40.2%로 LCD 육박

평평하게 만들기도, 모서리를 꺾기도, 프레임을 없애도 봤다. 액정표시장치(LCD) TV가 대세로 자리잡은 후 TV에 여러 기술적 혁신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산업을 전환할 만한 힘을 갖지는 못했다. 과거 TV 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화질 개선과 가격 인하, 실용성 개선 등 세 요건을 충족하는 기술이어야 세대를 바꾸는 큰 변화를 일으켰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OLED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과거 가격이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었지만 공정 선진화와 양산 체제 구축, 제조사 증가 등으로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OLED로의 TV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TV 시장 동향과 OLED 기술의 발전 전략, 주요 기업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LG전자가 지난 1월 CES 2019에서 선보인 OLED 디스플레이 ‘올레드 폭포’ 조형물.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4분기 OLED TV 판매량은 109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 첫 분기 100만대 판매 고지 달성이다. 내년 1분기 97만대, 2분기 113만대 등 올 4분기를 기점으로 OLED TV 시장은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LCD TV 출하량이 분기당 5000만대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시장 규모는 미미하다. 그러나 TV의 대형화 바람 속에 제조사들이 대거 OLED로 전환에 나서고 있다. OLED가 LCD를 몰아내고 TV 시장의 왕좌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OLED TV 판매량 역대 첫 분기 100만대 돌파

이런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LCD 공급 과잉을 야기한 중국 업체들이 대거 OLED로 뛰어들고 있어서다. 샤오미 TV 부문장 리샤오솽은 최근 현지 정보기술 전문 매체 IT즈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에 OLED ‘미(Mi) TV’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리샤오솽은 10월 웨이보에서 퀀텀닷(QD) 기술과 OLED 기술을 설명하며 “OLED TV의 블랙 표현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 명암비는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샤오미는 OLED TV와 더불어 멀티플 스크린 TV,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전 단계인 ‘미니 LED TV’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 기업 중에 선 스카이워스·콩카·창홍·하이센스 등이 OLED TV를 생산하고 있다. OLED TV 진영에 합류한 중국 업체는 2013년 2개에서 올해는 9개로 늘었고, 글로벌 OLED TV 진영은 17개사가 됐다. 세계적으로 OLED TV를 생산하는 회사는 한국 LG전자와 미국 비지오, 일본 소니·도시바·파나소닉, 유럽 필립스·그룬딕·뢰베·메츠·베스텔·뱅앤올룹슨 등이다.

TV에 사용하는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는 세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TV는 제조사들이 주력하는 제품에 따라 시장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양산능력이 있는 중국 등 글로벌 대기업의 OLED 시장 진출은 시장 전환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OLED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LCD 패널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등장으로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중국의 BOE와 차이나스타 등은 2014~15년 조 단위 투자로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을 장악했다. 세계 LCD 패널 시장점유율은 BOE가 20.3%(올 1분기 기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16.5%), 대만 이노룩스(15%), 차이나스타(13.2%), 삼성디스플레이(12.5%) 등이 뒤를 잇고 있다.

BOE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5위권 밖이었다. 전에는 주로 TV 진공관과 PC용 일반 모니터를 생산하는 작은 회사였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로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을 세워 월 12만장의 수율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던 65~75인치 이상 크기의 고급 제품도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의 제품 인증을 받는 등 품질도 크게 개선됐다. 10.5세대 공정에서는 패널 1장당 75인치 패널을 6장을 찍어내 94%의 면취율을 자랑한다.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공정에서는 두 종류의 패널을 한번에 찍는 멀티모델글라스(MMG)를 적용해도 면취율은 80%에 불과하다.

중국의 10.5세대 공정에 LCD 시장 레드오션


저가 LCD 패널이 넘치자 중국의 중소 가전 회사들도 대거 LCD TV 제조에 나서며 TV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 3~4년 전부터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30만~40만원대 55인치 중국산 LCD TV가 등장한 것도 이런 시장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도 중국의 공세에 10.5세대 공정 도입을 검토했지만, 경쟁 심화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OLED TV로 방향을 틀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LCD 공장을 OLED 공장으로 전환하는 한편 경기도 파주에 도입한 10.5세대 공장을 OLED용으로 짓는 등 사업의 구심점을 OLED로 잡았다. LG디스플레이 10.5세대 생산라인에서는 65인치 이상 초대형 OLED를 중심으로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라는 대형 OLED 공급자가 등장하자 TV 제조사들도 OLED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IHS마킷은 OLED TV 판매량이 2021년 770만대에서 2022년 1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OLED는 나노셀LCD 등보다 화질이 좋고 색재현율이 높으며, 두께가 얇아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초대형 TV와 스마트 디바이스 등에 OLED가 널리 쓰이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10.5세대의 비용 절감 효과와 생산 효율성 향상 등으로 OLED 분야의 선두를 견고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시장에 출격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월 10일, 2025년까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충청남도 아산시의 LCD 라인을 퀀텀닷 기술을 활용한 ‘QD’라는 OLED 라인으로 전환해 대형 OLED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분야에서는 글로벌 강자다. 최근까지 애플 아이폰 납품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등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한다. 그러나 대형 OLED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수익성 문제로 2014년 사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아산 공장을 찾아 “당장 LCD 사업이 어렵다고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하면 안 된다”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대형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OLED 전환과 LCD TV 경쟁 심화로 가전 회사들이 대체 시장을 찾기 시작하며 OLED가 주류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LG·삼성 LCD 패널 공장 OLED로 전환


과거에도 TV 시장은 기술 개발에 따른 화질 향상과 경량화, 가격 인하에 따라 시장이 좌우됐다. TV 디스플레이의 원조격인 ‘브라운관(CRT)’은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가 브라운관 유리의 형광물질을 자극해 여러 화면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했다. 전자총과 스크린 사이에 거리가 필요해 뒷부분이 불룩하게 나왔다. 국내에서는 금성사(현 LG전자)가 1966년 VD-191라는 모델을 최초로 내놨다. 당시 판매 가격은 6만8350원이었다. 당시 쌀 27가마니 값에 이르는 고가였지만, 공개 추첨으로 판매 순서를 정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흑백TV의 시대는 1980년 컬러TV의 등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1970년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컬러TV는 잘 팔리지 않았지만 일본 가전 회사들의 양산과 1980년대 세계적인 경기 호황 덕에 판매량이 크게 늘어 흑백TV를 빠르게 대체했다. ‘안방 극장’이란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컬러TV는 선풍적 인기를 모았고, 세계적으로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당시 제조사들은 CRT TV의 무게와 크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골몰했다. CRT 디스플레이는 화질이 뛰어나지만 전자빔 편향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상 왜곡이 없도록 앞뒤 공간을 크게 만들어야 했다. 브라운관 크기를 키우면 사각면이 불룩해 영상은 구부러지고, 전력 소모가 컸다. 이에 영상 출력면을 평면으로 구현한 평면 브라운관 기술과 전자총을 여러 개 배열해 영상을 출력하는 FED 기술이 등장하며 TV 시장은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CRT의 단점인 부피를 대폭 개선하는 한편 TV 대형화가 가능했고, 전력 소모도 적었다. 1990년대 TV 시장의 일대 변혁을 이끌었다.

FED TV의 권좌는 짧았다. LCD와 플라즈마표시패널(PDP)로 만든 TV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며 2000년대 시장이 빠르게 바뀌었다. LCD와 PDP는 대형화가 쉽고 화질이 뛰어나며 얇다는 게 강점이다. 벽걸이형 TV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LCD·PDP TV 영업사원들은 “집이 한평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표준을 둘러싼 LCD와 PDP 간 경쟁도 치열했다. LCD는 앞에 편광 패널, 뒤에 백라이트를 배치해 편광 패널이 빛을 가려 투과해 화면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주로 한국 기업들이 주력했다. 가스 방전 현상을 이용한 PDP는 전기를 흘려 유리 뒤의 네온·아르곤 등 가스를 방전시켜 화면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일본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이다.

당시 TV 대형화가 화두였기 때문에 화면을 키우기 쉬운 PDP가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듯했다. LCD는 액정이 비싸고 색을 고르게 쏘기 어려워 대형화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가격도 비쌌다. 그러나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이 7세대 LCD에서 대형화에 성공하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PDP는 80인치 이상의 초대형 TV에, LCD는 50~60인치 대형 TV 시장에 주력했는데, 결과적으로 화면 표현이 밝고 가벼운 LCD로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실제 화질은 PDP가 더 좋지만 무겁고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이 LCD 패널을 대량 생산해 가격을 크게 떨어뜨려 대중화에 앞장섰다. LCD 패널은 장기간 일본이 장악하던 TV 시장을 한국이 장악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2010년을 전후해 LED 디스플레이 TV를 선보였다. 2013~14년부터는 진보한 기술인 OLED TV를 내놓기 시작했다. OLED는 자체 발광하게 때문에 화질이 뛰어나고 선명하고 TV를 더욱 얇게 만들 수 있다. 신문이나 두루마리처럼 말 수도 있다. 빛을 직접 발산하기 때문에 어떤 위치에서도 영상 왜곡 등이 없다. 오랜 시간 TV를 시청해도 피로감이 적다. 그러나 대형 OLED TV는 가격이 비싸고 아직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해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OLED의 진출에서 알 수 있듯 기술 발전과 양산, 생산 효율성 등의 향상으로 LC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8.8%에서 2025년 59.3%로 작아지고 OLED는 같은 기간 20.5%에서 40.2%로 커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6세대 글래스의 하프컷 제품 외에는 유기막 증착을 할 수가 없어 당장의 공정과 장비로는 양산 수율이 나오지 않아 채산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신공정에서는 채산성이 높아 OLED 가격을 낮출 수 있어 대중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운관→PDP·LCD→OLED로 주도권 이전


현재 한국 기업들이 OLED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국·일본 기업들도 추격에 나섰다. 일본은 소니와 파나소닉이 주요 기업이다. 2017년 OLED TV 시장에 뛰어들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공격적 판매에 나서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때 TV 판매가 늘며, 방송 화질 등 송출 기술도 발전한다. 현재로서는 자국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LCD TV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TV 제조사들도 OLED TV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의 1위 OLED TV 업체 스카이워스는 청두 공장을 증설하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016년 뛰어든 필립스·그룬딕·뢰베 등 유럽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글로벌 OLED TV 판매량의 45.5%가 유럽에서 나올 정도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공세에 LG전자의 글로벌 OLED TV 판매 점유율은 62.2%로 전년 대비 11.8%포인트 감소했다. LG전자는 3300만 화소를 조절할 수 있는 ‘8K 올레드 TV’와 화면을 말아 넣을 수 있는 ‘롤러블 올레드 TV’ 등 차별화 제품으로 선두 자리를 지킬 계획이다.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의 주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삼성·LG 간 갈등도 첨예하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느냐는 아직 모호하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아직 LCD에 기반을 둔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최근 기술 개발을 밝힌 QD디스플레이는 퀀텀닷 기술을 사용해 QD화소가 색을 재현하지만 액정 패널과 백라이트 사이에 퀀텀닷 시트를 끼워 넣는 LCD 방식이다. 이에 LG는 “삼성이 QLED를 OLED인것마냥 홍보하고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에 LG·삼성 갈등도 격화

삼성디스플레이는 10월 아산 공장의 LCD 라인을 전면 교체한다고 밝힐 당시에도 OLED가 아닌 QD라인으로 에둘러 표현했다. 삼성은 OLED 디스플레이의 번인 현상을 지적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LG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의 성장과 선점의 의미로 삼성전자도 공격적으로 QLED를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기술적 논란이 있지만, 백라이트가 있으면 OLED 화면을 굴곡시킬 수 없어 결국 삼성전자도 100% OLED TV를 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 간 논쟁은 있지만,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BOE도 OLED 수율을 7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글로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이 LCD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여 주도권을 장악했다”며 “국내 기업들은 60인치 이하 패널을 생산하지 않는 게 오히려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은 “국내 업체들이 선제적 투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했다”며 “OLED와 롤러블, 폴더블 등의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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