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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비행하는 외국 항공사] 중·장거리 이어 단거리 노선까지 확장 

 

싼 가격, 차별화된 마케팅, 공세적 노선 확장… 국제선 좌석 증가분의 65% 차지

▎사진:© gettyimagesbank
외국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시장에서 고공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 항공사(FSC)가 외국 항공사와의 중·장거리 노선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특히 외국 항공사들은 직항 노선 개발, 신형 여객기 투입 등으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텃밭인 단거리 노선 확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여객 수요 부진과 원·환율 상승까지 겹친 국내 항공 업계에 외국 항공사까지 설상가상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9월 외국 항공사 이용객 전년비 8% 늘어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외국 항공사 국제선 공급석은 310만3870석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만9242석(1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적사 포함한 국제선 전체 좌석 증가분이 47만8161석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외국 항공사가 국제선 전체의 65%를 공급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가 실적 부진 등으로 주춤한 사이 외국 항공사가 꾸준히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확대는 외국 항공사 이용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좌석 공급을 늘림과 동시에 국내 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 9월 외국 항공사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수는 238만529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4580명(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적사의 국제선 여객수는 458만 2211명에서 446만2265명으로 2.6% 감소했다. 특히 국제선 여객수가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친 지난 8월 외국 항공사는 13% 증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제선 전체 공급석에서 외국 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 31.9%였던 외항사의 공급석 비중은 지난 9월 34.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적사의 공급석 비중은 68%에서 65%로 3%포인트 감소했다.

외국 항공사의 약진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고비용 구조 탓에 가격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 컨설팅 업체 AT커니가 작성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거리 노선 항공권은 중국동방항공 등 외국 항공사보다 40%가량 비쌌다.

실제 지난 10월 인천~로마 노선의 경우 경유지를 거치는 중국동방항공의 왕복항공권은 약 100만원이었다. 이와 달리 대한항공은 직항 항공권을 약 160만원에, 아시아나항공은 130만원에 판매했다. 마닐라~뉴욕 노선의 왕복 운임은 대한항공이 140만원, 아시아나항공이 138원가량이었지만 홍콩항공과 중국 동방항공은 80만원대였다.

외국 항공사의 차별화된 마케팅도 성장의 동력이다. 동남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항공권 서비스에서 여행사가 아닌 항공사가 직접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에어아시아가 처음이다. 베트남의 신생 항공사 뱀부항공은 지난 10월 인천~베트남 다낭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국내 LCC보다 항공권은 저렴하면서도 위탁수하물 20㎏ 무료와 기내식 무료 제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 수준의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국내 여행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도 한몫을 했다. 해외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경유 항공권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국적기만 고집하기보다 가성비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 증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국적기를 고집하는 여행객은 예전보다 줄었다”면서 “외국 항공사 항공권을 구매해 저렴하게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 항공사들은 중국·유럽·중동 등 중·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며 여객 수요를 끌어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낮은 수익률과 높은 부채비율로 주춤했고, 국적 LCC들은 단거리 노선 확충에만 힘을 쏟는 사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3년 55%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39% 정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항사는 중국과 구주·독립연합 등으로 향하는 중·장거리 노선에서 40%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외항사에 내어준 중·장거리 탑승객 수만 약 55만 명, 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탄력을 받은 외국 항공사들은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내년 3월 인천~마닐라 직항편에 신규 취항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는 내년 3월부터 부산~헬싱키 직항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은 물론, 인천발 직항 노선을 늘려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노선도 더 늘리고 있다. 베트남 LCC 비엣젯항공은 인천~하노이·나트랑·푸꾸옥·하이퐁·다낭·호찌민, 대구~다낭, 부산~하노이·나트랑 등 노선을 운영하며 국적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천~다낭의 경우 진에어와 함께 가장 많은 하루 3편씩 주 21회 운항으로 가장 많은 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 LCC 젯스타는 오는 12월 인천~골드코스트 노선을 주 3회 정기 운항하기로 했다.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차세대 항공기를 투입해 수요를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가렛 에반스 젯스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인들은 다른 아태지역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여행을 즐긴다”면서 “저가 직항편만 있다면 여객 수요를 확보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에 직격탄

국내 항공사들은 거세지는 외국 항공사들의 공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 노선의 수요 감소로 동남아 지역으로 눈을 돌린 저비용항공사들은 인기 노선에서 외국 항공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외국 항공사들은 자국 보조금 등으로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내놓을 수 있어 국적 항공사가 가격 0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중국 항공사에 약 129억 위안(약 2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항공사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 좌석이라도 더 팔기 위해 특가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외국 항공사는 정부 보조금 등에 힘입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유가와 원·환율이 호의적이지 않은 가운데 한일 관계 악화에 따라 일본행 여행객마저 감소하고 있는 국내 항공 업계에 외국 항공사의 공세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스기사] 세계 1위 미국 보잉 창사 이후 최대 위기 - 737-MAX 주문 취소에 737-NG 동체 결함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 미국 보잉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최근 연이은 추락 사고로 737-MAX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보잉의 대표적인 소형기인 737-NG의 동체에 금이 가는 결함이 발생하면서다. 737-MAX가 737-NG의 후속 모델인 점을 고려하면 보잉은 주력 항공기 구모델과 신모델 모두에서 안전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항공 업계에서는 보잉이 수리와 배상으로 회사 명운이 흔들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잉은 지난 10월 말 ‘결함 공지’를 내고 세계에서 3만회 이상 비행한 737-NG 1130대 중 53대의 날개에 동체 이음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내에 도입된 150대 737-NG 중 우선 점검한 42대 중 9대에서도 동일한 균열이 발견됐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누적 비행횟수가 3만회 이하(약 2만9900회)였던 이스타항공의 737-NG 기종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면서 “동체 균열 결함 항공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잉으로선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균열이 발생한 737-NG 기체 보유 항공사들이 해당 기체 운항 중단에 나섰고, 보잉은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금과 정비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3년 출시된 737-NG는 1993년 출시 이후 올해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7000여대가 팔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항되는 소형기인 점을 고려하면 보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 737-600~900 시리즈를 통상 NG라고 부른다.

보잉의 고민거리는 이뿐만 아니다. 737-NG 후속 모델인 737-MAX가 2건의 추락 사고로 운항 금지돼 있다. 737-MAX는 기수 센서 관련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각각 189명, 157명이 숨지는 참사를 냈다. 보잉은 지난 2분기 56억 달러(약 6조5447억원)를 737-MAX 운항 중단 등에 대한 손실충당금으로 잡았지만, 배상금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랜디 틴세스 보잉 부사장은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동체 균열이 발생한 737-NG 결함 부위의 부품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안전 우려는 여전하다. 737-MAX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결함을 시정할 방침이지만 항공기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사 플라이어딜은 7조원 규모의 737-MAX 구매 계약을 취소했다.

보잉이 7년 내리 지켜온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 자리도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로 넘어갈 전망이다. 737-NG 동체 균열 결함이 불거지기 이전인 올해 상반기 보잉은 737-MAX 추락으로만 40% 가까운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이와 달리 에어버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89대를 인도하며 보잉과의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상반기(303대)보다 28% 증가했다. 에어버스의 상반기 항공기 순주문에서도 88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119대가 감소한 보잉을 앞섰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09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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