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치킨게임 직면한 LCC 업계] 일본행 여행객 감소에 불시착 우려 

 

3분기에도 적자 불가피 전망… 과잉 공급 우려에도 내년까지 신규 3사 진입

저비용항공사(LCC)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20분기(5년) 만의 영업손실(-274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도 모두 적자다. LCC 업계에서는 단기적 업황 부진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을 악재로 꼽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국내 여행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바탕으로 비교적 손쉽게 성장하다 여행객 증가세가 꺾이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지 못하면 어려움을 더욱 커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보잉 B737-NG 결함 논란도 악재

항공 업계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LCC들의 실적 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포함된 3분기는 항공 업계 최대 성수기다.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까지 포함됐다.

그런데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7월부터 본격화된 ‘노 재팬’ 운동 영향으로 일본행 여행객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억원 영업손실로 집계됐다. 티웨이항공(3분기 컨센서스 영업손실 62억원) 등 다른 LCC도 영업적자가 점쳐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보잉 B737-NG 기종의 결함 논란으로 해당 기종을 운용하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은 예상 밖의 타격까지 입을 전망이다.

LCC에 닥친 시련은 실적 부진뿐만이 아니다. 먼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지난해 8월 미국인 조 에밀리의 외국인 등기이사 선임 논란으로 받았던 국토부 제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신규 기재 도입과 신규 취항이 막혀있다. 진에어는 그동안 국토부가 요구한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며 제재 해제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항공 업계에선 조 에 밀리 리가 한진칼의 임원직을 맡아 진에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내년 2월 정기 운수권 배분 때까지 제제가 해제 되지 않는다면 진에어의 경영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에어서울이다. 이들은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항공면허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년 이상 자본금 절반이상 잠식된 항공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지난 8월 27일에는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개선명령을 2년 동안 이행하지 못하는 항공사의 항공사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출범 후 지속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 48%를 기록했다. 가까스로 자본잠식률 50%를 벗어났지만 최근 업황 부진으로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항공기 운용리스를 부채로 보는 새로운 회계 기준이 올 초부터 적용되며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의 취약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국토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현재 운용 중인 항공기 23대는 모두 운용리스 방식으로 도입했다. 최근 이스타항공이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보니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 측은 “매각설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회사는 영업활동 개선 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에어서울 역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63% 수준으로 올해 말까지 이를 50%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면 재무개선 권고 대상이 된다. 일본 노선 비중이 절대적인 에어서울은 그렇지 않아도 영업에 타격이 큰 데, 관계사인 에어부산이 최근 인천발 노선 운항을 하겠다고 나서며 흑자 전환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비상장 항공사인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등에 대해서는 분기별로 재무상황을 별도로 보고받고 있다”며 “현재의 재무상태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분기별 보고 내용을 토대로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업계 전문가들은 LCC의 부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의 위기는 단기적인 악재 탓도 있지만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하게 늘며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LCC 6개사의 공급석은 1377만여 석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만석 늘었지만 실제 여객 수송 실적은 1148만 명 수준으로 같은 기간 불과 30만 명 느는 데 그쳤다. 평균 탑승률도 88.1%에서 83.3%로 급감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과 교수는 “2010년대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LCC들은 국내 여행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에만 치중해 성장해왔는데, 항공 수요 증가율이 급감하며 어려움이 찾아온 것”이라며 “항공여행 가용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에서 인바운드 수요를 찾아내고 제5자유 운수권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먹구름 속으로 날아오르는 신규 LCC


이런 가운데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이 지난 4월 신규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받고 내년까지 취항에 나선다. 양양공항이 거점인 플라이강원은 10월 28일 국토부로부터 운항증명(AOC)을 받고 11월 22일 양양-제주 노선에 첫 취항한다. 하지만 양양-제주 노선이 수익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플라이강원은 수익성이 높은 김포-제주 노선에도 취항할 방침이다. 기존의 LCC와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3월쯤 에어로케이가 취항할 예정인 청주-제주 노선도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이 이미 많은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도 내년 10월 국내선을 시작으로 시장에 진입하는데, 결국 김포 혹은 인천발 제주 노선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신규 항공사들이 다시 비상하기 위한 지름길은 국제선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신규 항공사들은 모두 면허 신청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세웠다. 관광 연계 항공사(TCC)를 강조하는 플라이강원은 결국 중국 관광객 유치가 핵심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AOC 취득 전이라 올해 5월 중국 운수권 배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내년 5월 운수권 배분을 신청해 중국 노선 취항에 나설 것”이라며 “부정기선도 운항해 회복되는 중국인 관광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 유치가 회복 지름길

초저가항공사(UCC)를 지향하는 에어로케이는 기존 LCC보다 얼마나 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내년 말 때쯤 취항할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지향하는데, 유럽·미주 노선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별화를 내건 신규 항공사들이 LCC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내놓는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규 취항 항공사들이 기존 업체들과는 달리 각기 다른 사업모델을 내세운 만큼 성과를 거둔다면 항공 업계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기대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09호 (2019.11.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