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고평가 논란 휩싸인 국내 리츠] 미국 리츠 가치의 2~3배 수준 기록 

 

45조원대로 덩치 커지며 투자 주의보… 롯데리츠 자산 매출성장률 주춤해 열풍 식어

▎롯데백화점 창원점 매출은 롯데리츠 투자자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러나 최근 매출이 하락 추세다.
돈은 금리가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른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충분조건이다. 낮은 원금 손실 위험과 가치 상승 가능성, 쉬운 자금 회수 등의 필요조건이 충족돼야 투자가 몰린다. 예금은 가치 상승 가능성 면에서, 주식은 위험성 측면에서 이들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최근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는 조금 다르다. 수익형 부동산을 주식으로 유동화한 상품이라 안정적이고, 배당수익과 더불어 가치 상승까지 노릴 수 있다. 투자자로선 건물주가 되는 셈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때문에 일반 부동산과 달리 자금 회수도 용이하다. 다만 세상에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리츠도 위험성이 작지 않으며, 언제든 투자자를 배신할 수 있는 상품이란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내 전체 리츠 자산 규모는 9월 말 기준 약 45조원에 달한다. 2014년 15조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설립인가 리츠 수도 98개에서 200여 개로 늘어났다. 리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대개 미국·일본처럼 저금리가 고착화되면 성장한다.

한국 경제도 기조적으로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안정적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리츠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2021년까지 리츠 시장을 6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며, 적절한 투자처를 잃은 시장도 리츠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리츠 역시 원금 손실 위험성이 있다. 종목별로 투자자산이 천차만별이며, 안정적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롯데리츠의 경우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63대 1에 달했고, 청약 증거금이 4조7600억원이나 몰렸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첫날인 10월 30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초반 광풍이 일었다. 그러나 11월 26일 기준 롯데리츠 주가는 6460원으로 상장 첫날 주가에 못 미치는 등 투자 열기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4곳(강남·구리·광주·창원), 롯데마트 4곳(의왕·서청주·대구율하·장유), 롯데아울렛 2곳(청주·대구율하)로 총 10곳을 기초자산으로 조성됐다. 이들 매장의 연면적은 총 63만8779㎡(약 19만3500평), 총 감정평가액은 약 1조4900억원이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과 9~11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이들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한다.

내년 예상 수익률을 6.3~6.6%로 제시했다. 그러나 롯데리츠가 투자한 롯데백화점 4곳의 2018년 매출은 하락했거나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실망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창원점 매출은 33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광주점은 3361억원으로 1.7% 각각 하락했다. 창원점과 광주점은 2017년에도 2.3%, 2.4% 각각 떨어졌다. 강남점은 매출 성장률은 2017~18년 0.9·0.3%로 저조했고, 이 기간 구리점도 -4·0.2%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아울렛 청주점도 2018년 매출 성장률은 1%, 율하점은 -6%에 그쳤다. 롯데마트의 경우는 국내 대형마트의 업황 부진에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 떨어진 1조882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81% 급감한 62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치 하락하면 주가 하락 위험


주요 투자자산의 매출 부진으로 기대만큼의 배당수익률이 나올까 의문이 든다. 롯데리츠는 매년 임대료가 1.5%씩 상승하도록 설계했는데, 매출 감소 영업점이 입점 업체에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롯데리츠는 투자자산에서 꾸준한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자산에서 배당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도 있다.

NH프라임리츠의 경우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인 서울스퀘어·강남N타워·잠실SDS타워·삼성물산 서초사옥 등을 기초자산으로 담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이 가능할 전망이다. NH프라임리츠은 7년간 연 평균 5.5%(공모가 5000원 기준)의 배당수익률을 내걸었다.

e커머스 시장의 성장도 롯데리츠의 펀더멘털을 흔든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100조원을 넘기는 등 꾸준히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선식품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5월 롯데쇼핑의 실적 저하 속도가 빠르고 온라인 투자가 상대적으로 늦다는 점을 이유로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또 롯데리츠의 구성 자산 중 롯데백화점 강남점 등 일부를 제외하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 여부도 불투명하다. 롯데백화점은 올 5월 인천점과 부평점을 매각했는데, 매각가는 최초 감정가의 절반에 수준인 1150억·350억원에 그쳤다.

롯데리츠뿐만 아니라 최근 양호한 증시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리츠 전체에 단기 악재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회피 자산으로, 주로 저금리·저성장 국면에 배당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한다.

그러나 증시가 오르면 배당수익보다는 자본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늘기 때문에, 리츠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 한국 증시는 올해 경제 부진에 대한 기저효과와 반도체 경기 회복, 미·중 무역분쟁 완화, 선거 특수 등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11월 25일 ‘아시아-태평양 포트폴리오 전략 : 2020년 비전’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비중’(market 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높이기도 했다.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설비 등 하드웨어 업종에 투자할 만한 기업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리츠의 투자매력은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리츠의 고평가 논란도 나온다. 리츠는 주로 주가 대비 배당가능이익(FFO 배율·P/FFO)을 밸류에이션 평가의 척도로 삼는다. 주가(P)를 리츠의 현금창출력 FFO(Funds From Operation·운영자금)로 나눈 값이다. FFO는 순이익에 감가상각비와 투자자들의 자산매각에 따른 손실을 더해 리츠의 실질 현금창출력을 보여준다.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와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의 경우 주요 리츠의 P/FFO는 12~18배 수준이다. 리테일 자산의 경우 소비시장 위축과 온라인 마켓 대두 등으로 역대 최저인 6.7배까지 하락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3개 리츠의 P/FFO는 모두 20배 이상이다.

정부, 리츠 투자 벤치마크 마련에 업계 반대

이에 국토교통부는 리츠 투자의 벤치마크로 삼을 수 있는 수익성 지수와 신용평가 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리츠의 배당수익률과 수익성과 안전성 등이 검증되지 않았고, 평가 잣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리츠를 통한 민간 자금 조달로 역사 상업시설 등 공공 사업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 리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리츠 업계에서는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을 막연한 호재로 인식해 과도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며 “리츠 역시 일반 주식처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12호 (2019.12.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