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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플러스 정책 적극 펴는 박원순 서울시장] 50플러스 세대는 짐? 능력·의지·경제력 갖춘 사회적 자본 

 

교육 중요성 강조하며 ‘50플러스캠퍼스’ 직접 작명… OECD, 공공부문 우수 혁신 사례로 서울시 선정

▎사진 : 신인섭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50~64세 인구는 약 12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9%였다. 20~29세 인구(13.1%)나 65세 이상 인구(15.4%) 대비 월등히 많다. 서울시 현황도 비슷하다. 2000년 139만 명이던 50~64세 인구는 지난 10월 224만 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시 전체 인구의 23%에 이른다.

서울 전체 인구 중 50~64세 비율 23%로 급증

은퇴를 앞뒀거나 이미 은퇴했게 마련인 이들은 예전처럼 사회적으로 청년과 노인 사이에서 겉돌던 ‘낀세대’가 아니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능력·의지·경제력을 두루 갖췄고, 특히 새로운 꿈을 좇아 자신을 갈고 닦는가 하면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와 나누는 신인류이자 긴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평가 받는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신(新)중년’ 또는 ‘50플러스(+)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인생 2막을 돕는 한편 이들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맞춤형 정책과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들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5년 4월 ‘장년층 인생 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국내 지자체 중 첫 사례였다.

1956년생으로 이들 세대에 속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월 2일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초청으로 독일에 석달간 머물 때 비영리재단에서 1유로만 받고 근무하던 전직 공무원 루거 로이케씨를 만난 계기로 은퇴 이후야말로 스스로 가장 의욕적으로 보람 있게 일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리더의 덕목으로 통찰력을 꼽는 박 시장은 “돌아보기·둘러보기·내다보기로 많은 걸 배우고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50플러스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퇴직 이후 등산이나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는 주변 선배들을 떠올리면서 언젠가 이들의 인생 2막 설계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유로맨을 만나고 귀국한 후 2006년 희망제작소를 만들고 ‘해피시니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보편적 정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시장이 된 후 ‘인생 이모작 정책’을 내놨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던 시기여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을 듯하다.

“선진국에서는 민간 주도로 중장년층을 지원한 사례가 있지만, 지자체가 중장년층 종합지원기관과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서울시가 첫 사례다. 2013년 인생이모작지원센터로 시작해 50플러스정책으로 확산하기까지 여러 나라의 사례를 조금씩 배우며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갔다. 처음에는 기존 복지지원센터와 뭐가 다른지,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준비해보자는 각오로 재선 공약에 50플러스캠퍼스와 50플러스센터 설립 계획을 반영했다.”

50~64세 세대를 위한 정책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교육이다. 특히 인생 전환기의 교육인 만큼 강의뿐만 아니라 현장 실습이나 체험 등 실질적인 과정으로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3년 전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만들면서 교육기관 이름도 ‘50플러스캠퍼스’라고 직접 지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3년여의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성과를 냈다고 자부했다. 그는 “여러 지자체에서 50플러스재단이나 캠퍼스를 도입했거나 준비 중이고, 특히 우리가 한 수 배웠던 미국의 앙코르닷오르그에서도 우리를 두고 청출어람이라고 이야기하더라”며 활짝 웃었다. 이뿐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17년 9월 서울시 50플러스 정책을 공공부문 우수 혁신 사례로 채택했다. 토론토·벤쿠버·보스턴·암스테르담 등 6개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3년여 동안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부캠퍼스(은평구)·중부캠퍼스(마포구)·남부캠퍼스(구로구)에 78만 명이 다녀갔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청년 세대와 제살깎기 경쟁을 피하면서 50~64세 세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일자리2.0’ 사업도 벌이고 있다. 기존에 운영해온 사회공헌 중심 자원봉사·보람일자리 사업(50+보람일자리)에 더해 인턴십(50+인턴십), 창업(도시재생 창업지원 프로젝트 등) 등으로 일자리 플랫폼을 확장했다. 박 시장은 “50플러스캠퍼스는 일과 가족에게 헌신하느라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학교’이자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꿈꾸게 하는 ‘희망의 캠퍼스’로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청강한 50플러스캠퍼스의 대표 강좌인 ‘50플러스 인생학교’는 교육 기간 못지 않게 졸업 이후의 활동 열기도 뜨겁다”라며 “함께 교육을 받은 참가자들이 동문회를 결성해 사회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천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50플러스 정책이 세대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청년 실업이나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의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하지만 50플러스 세대를 북돋아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이들이 두 세대를 잇고 떠받치는 허리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50+인턴십에 참여한 30년 경력의 회계 전문가는 작은 화장품 제조사에 인턴으로 일하면서 사업계획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 50플러스캠퍼스를 수료한 분들이 경로당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며 노인들의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청년들에게 수당이나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게 이들의 부모 세대에게도 분명 도움이 된다. 세대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의 50플러스 세대들이 지역으로 내려가 여러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귀농·귀촌 관련해 아이디어가 있다면.

“귀농·귀촌은 도심에서의 분주한 인생 1막과는 다른 인생 2막을 준비하고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도시와 농촌, 서울과 지방을 상생의 가치로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귀농창업교육, 귀촌교육, 귀농·귀촌지역교류 등 예비 귀농인을 위한 귀농교육, 교류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 5월엔 전국 최초로 중장기 ‘지역 상생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교육 프로그램 중심이었던 귀농·귀촌 지원 사업을 농촌 살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서울농장’이란 체류형으로 진화시켰다. 2022년까지 전국에 총 10개(연 2만 명 이용)가 차례로 문을 연다.”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정책 계획은?

“노인 한명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한사람의 인생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혜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 50플러스 세대는 역동의 근·현대를 살며 지금의 한국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지식과 경험을 놓치는 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다. 열심히 달려온 이들이 ‘쓸쓸하고 소외된 은퇴자’가 아니라 ‘평생 현역’으로 당당하게 살도록 지원하겠다.”

- 남승률·이창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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