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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 60% 밑돌아
배터리운용시스템이나 설계 최적화 문제 가능성EQC의 저온 주행가능거리가 급감하는 주요 원인은 ‘난방’ 때문이라는 게 벤츠 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온도와 공조 단계를 최대로 올리고 주행거리를 테스트하는데, 극한의 추위에서도 난방할 수 있도록 설계된 EQC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히터를 최대치로 가동하고 측정하는 저온 주행거리 평가방식은 히터 성능이 뛰어난 차에 오히려 불리하다”며 “저온 주행가능거리가 떨어진다고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등 국내 브랜드는 전기차의 히터 최대값을 27도로 설계했다. 이와 달리 벤츠 EQC는 내연기관 차량과 마찬가지로 32도다.다만 BMW와 재규어 등의 브랜드에서도 전기차 히터값을 32도로 설계한다. EQC가 BMW와 재규어의 전기차보다 저온 주행가능거리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게 난방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조재필 UNIST 2차전지센터장(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은 “상온 대비 저온에서 효율이 50% 가까이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배터리운용시스템(BMS)이나 자동차 설계 과정에서 최적화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세계적으로 배터리 셀 기술력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배터리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EQC에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의 경우 도이치 어큐모티브라는 자회사에서 배터리 패키징을 하고 배터리운용시스템(BMS)을 다룬다. 이 대목에서 기술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벤츠 측이 한국 정부의 저온 주행가능거리 규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정황도 있다. 벤츠 코리아 측은 EQC 출시를 알릴 당시 한국 정부의 보조금을 기대했다. 마크 레인 벤츠 코리아 제품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지난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EQ Future’ 전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EQC 출시를 알리면서 “구매 보조금 부분 관련 테스트 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EQC의 주행거리 인증은 이미 8월에 완료됐고, 이 무렵에는 보조금을 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받아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11월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EQC를 시장에 내놨다. 전기차 충전서비스 업체 차지인의 최영석 대표(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겸임교수)는 “벤츠가 EQC를 들여오기 전에 한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출문제를 들여다 보지 않고 바로 시험을 본 격”이라고 지적했다.
저온 주행가능거리 평가 기준 더욱 까다로워져EQC와 같은 이유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전기차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저온 주행가능거리 평가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 200~300km 차종에 대해 상온 주행 대비 65%의 저온 주행가능거리를 요구하고, 2021년부터는 주행거리 300km 이상인 전기차도 65%를 충족해야 한다.때문에 업체별로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한창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배터리나 인버터에서 적게나마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에 공급하는 ‘히트펌프’ 등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기아차 니로EV에 히트펌프를 탑재한 모델은 상온에서 385km, 저온에서 348.5km의 주행가능거리를 인증 받아 저온에서도 상온 대비 90%의 효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히트펌프 방식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히트펌프의 난방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존재할 수 있고, 벤츠 EQC의 경우 히트펌프로 난방을 보조하도록 했는 데도 저온에서 효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유럽 업체들도 최대 난방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료 오른다는데 - 특례할인 일몰되면 충전료 두 배로내년부터 전기차 충전료가 오를 예정이어서 전기차의 효율을 뜻하는 ‘전비’의 중요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 충전용 전기는 특례 요금이 적용돼 다른 전기보다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데, 2017년 도입된 이 제도가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한국전력이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제도를 연장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환경부가 운영 중인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충전 요금은 1kWh당 173.8원이다. 특례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던 2016년에는 1kWh 당 충전요금이 313.1원이었다. 별도의 전기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특례할인이 끝나면 현재의 1.5~2배로 오르게 된다.환경부의 계산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을 기준으로 연간 1만3724km를 주행했을 때 드는 연료비는 특례할인을 적용했을 때 38만원이며, 특례할인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68만원이다. 특례할인이 끝난다고 해도 기존의 내연기관차(아반떼 기준 가솔린 157만원, 디젤 100만원)보다는 여전히 저렴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특히 아이오닉은 현재 국내 보조금 대상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전비(6.3km/kWh)를 인증 받은 차다. 자동차의 전비가 나쁘다면 충전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전기차 사용자들은 충전료 할인으로 연료비 부담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전비가 좋지 않더라도 배터리 용량이 큰 차, 즉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긴 차를 선호했다”며 “특례 할인이 끝나게 되면 특히 저가형 모델에서는 전비가 구매에 앞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