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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확충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
종근당은 다양한 신약개발과 생산시스템에 범용으로 활용되는 ‘플랫폼 기술’로 신약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의 원천기술로 다수의 신약후보 물질을 만들 수 있어 특정 후보물질의 개발이 실패하더라도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종근당은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다. HDAC6는 인체 내에 있는 효소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현이 증가해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한다.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CKD-506은 HDAC6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제다.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헌팅턴 치료제 ‘CKD-504’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희귀질환인 헌팅턴병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이상 운동 증상이 나타나고, 인지능력 저하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까지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이상 운동 증상에 대한 개선제만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CKD-504가 개발되면 세계 최초로 환자의 인지 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하는 헌팅턴병 치료제가 된다.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인 ‘CKD-510’의 개발에도 HDAC6을 억제하는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다. CMT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돼 정상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인데,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 종근당은 CKD-510의 유럽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유한양행은 자사의 자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인력·기술·지식 등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5년 이정희 대표 취임 후 R&D 부문의 투자를 계속 늘리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신 동향을 살피고 유망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찾는 데 집중했고, 도입된 기술이나 약물은 유한양행이 강점을 가진 전임상 연구와 실질적인 개발업무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했다. 2015년 초 9개에 불과했던 유한양행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은 올해 10월 현재 27개로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연구과제에서 나왔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다.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텍에 기술 수출했고, 최근에는 레이저티닙의 임상1·2상 시험에 대한 업데이트 결과도 발표했다. 이 내용은 최근 국제적인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돼 객관적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기간 등 효능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조명받았다. 얀센바이오텍은 레이저티닙의 단독 글로벌 임상 1상과 병용투여 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는 레이저티닙뿐만이 아니다.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치료제 YH14618는 임상 2상 단계까지 진행한 후 2018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 됐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와 보스턴에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신규 기술 확보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호주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