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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종근당·유한양행의 혁신] 공격적 투자로 ‘K바이오’ 전성시대 이끈다 

 

R&D 늘리고 플랫폼 전략 채택...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경쟁력 강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유한양행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정부가 이른바 ‘K바이오’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지만 코오롱 인보사 사태, 기술수출 반환, 임상 실패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증시에서 관련 기업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파이프라인 확충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


이런 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묵묵히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며 혁신신약 개발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제약·바이오 회사도 적지 않다. 기존 제품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면서 파이프라인도 확충하며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기술수출, 플랫폼 전략,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혁신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R&D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대형 제약사 중 가장 적극적인 R&D 투자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 10년간 R&D에 투자한 비용만 1조원이 넘는다. 올해 1~3분기에만 1299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6272억원) 대비 R&D 비율이 20.7%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높다. 한미약품이 현재 보유 중인 혁신신약 후보물질은 30여 개다.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수출을 늘리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중 기대감이 큰 것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다. 호중구감소증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한미약품은 2012년 롤론티스를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는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바이오의약품 시판허가 절차에 들어갔다.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사 아테네스에 수출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도 최근 고무적인 글로벌 3상 1차 유효성 평가 결과가 나왔다. 한미약품은 2011년 아테넥스에 오락솔의 기술을 이전했다.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현재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사노피는 모든 임상 과제를 2021년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FDA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근당은 다양한 신약개발과 생산시스템에 범용으로 활용되는 ‘플랫폼 기술’로 신약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의 원천기술로 다수의 신약후보 물질을 만들 수 있어 특정 후보물질의 개발이 실패하더라도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종근당은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다. HDAC6는 인체 내에 있는 효소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현이 증가해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한다.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CKD-506은 HDAC6를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제다.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헌팅턴 치료제 ‘CKD-504’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희귀질환인 헌팅턴병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이상 운동 증상이 나타나고, 인지능력 저하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까지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이상 운동 증상에 대한 개선제만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CKD-504가 개발되면 세계 최초로 환자의 인지 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하는 헌팅턴병 치료제가 된다.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제인 ‘CKD-510’의 개발에도 HDAC6을 억제하는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다. CMT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돼 정상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인데,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 종근당은 CKD-510의 유럽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자사의 자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인력·기술·지식 등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5년 이정희 대표 취임 후 R&D 부문의 투자를 계속 늘리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신 동향을 살피고 유망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찾는 데 집중했고, 도입된 기술이나 약물은 유한양행이 강점을 가진 전임상 연구와 실질적인 개발업무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했다. 2015년 초 9개에 불과했던 유한양행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은 올해 10월 현재 27개로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연구과제에서 나왔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다.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텍에 기술 수출했고, 최근에는 레이저티닙의 임상1·2상 시험에 대한 업데이트 결과도 발표했다. 이 내용은 최근 국제적인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돼 객관적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기간 등 효능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조명받았다. 얀센바이오텍은 레이저티닙의 단독 글로벌 임상 1상과 병용투여 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는 레이저티닙뿐만이 아니다.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치료제 YH14618는 임상 2상 단계까지 진행한 후 2018년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 됐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와 보스턴에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신규 기술 확보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호주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14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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