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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인의 창업 성공기 담은 '창업지름신'] 부자로 가는 지름길에 올라타다 

 

평범한 직장인, 주부, 실업자들을 사로잡은 반전의 ‘창업 아이템’

어느 책의 부제가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이라면, 과연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일(Working)’이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터뷰어였던 스터즈 터클은 서문에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미리 밝힌다. “이 책은 폭력에 대한 책이다. 여기에는 신체에 대한 폭력뿐 아니라 영혼에 대한 폭력도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일상의 모멸감을 다루고 있다. 상처 입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날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공이다.”

퇴사의 시대이자 창업의 시대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지만 퇴사를 공부하고, 퇴사에 성공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은 어떻게 해도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 회사형 인간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또 평범한 직장인들은 이렇게 회사를 사랑해서 다른 직원들을 쫓아내면서까지 회사에 남아있고 싶어하는 회사형 인간들이 정작 회사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도 생각한다. 똑똑한 직원들이 가장 먼저 나간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에 남으려고 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는 국가보다 기업이 개인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지름신 - 꿀창업 40인전]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를 어떻게 뛰어넘고 창업의 귀재로 변신했는지를 설명해주는 창업의 바이블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40명의 창업자들이 다 직장생활을 하진 않았다. 일부는 실업 상태였던 이들도 있고, 결혼해서 전업주부 생활을 하던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창업을 한다는 데 어느 정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지니고 있었다는 공통점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40명의 창업자들 중 강원도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서핑 장비 대여, 서핑 강의를 하는 서프숍 ‘팜서프’의 공동 창업자 4명은 모두 직장인이었다. 서핑이라는 공통의 취미를 가지고 있던 두 부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름휴가 기간까지 맞춰가면서 국내외로 서핑 여행을 다니다가 취미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이들은 각각 광고회사, 인터넷쇼핑몰, 스포츠 선글래스 제조 업체,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던 30대 직장인들이었다. 팜서프 공동창업자들은 직장을 관두고 귀촌해서 창업한 게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엄청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이 ‘왜 멀쩡히 잘 다니는 회사를 관두겠다는 거냐’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사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았다.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안정된 직장 박차고 나와 서핑숍으로 성공한 부부


▎[창업지름신] / 이준우·이승아·송영조 지음 / 이앤송, 320쪽 / 가격 1만6000원
걱정과 불안, 공포를 이겨내는 힘이 오직 즐거움에서만 나온 건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40인의 창업자들에게는 정말 자신 있는 무기가 하나쯤은 있었다. 간식 구매 대행 서비스를 하는 ‘스낵포’ 이웅희 창업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일에서 길을 찾아냈다. “7년 동안 간식 구매를 맡았죠. 간식 사는 일은 겉보기와 달리 쉽지 않아요. 정해진 예산으로 여러 사람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적당한 양만큼 골라야 하죠. 제품을 선택해 몇개를 살지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남이 대신 간식을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낚싯배 예약결제 시스템을 개발한 ‘마도로스’ 조맹섭 창업자는 “처음에는 숫자 데이터를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4년부터 낚시 인구가 해마다 40~50%씩 증가했거든요. 우리나라 낚시 인구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그런데 서비스는 옛날 그대로인 거예요. 사람들이 일일이 전화로 낚싯배를 예약해야 하고 신용카드 결제도 안 됐죠. 그래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서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세탁물을 편의점에 맡기고 찾는 신형 서비스를 만든 리화이트 김현우 대표는 첫 번째 창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 “아무래도 세탁 서비스는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편의점 택배 서비스에서 착안해 거점형 세탁 서비스를 고안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세탁소를 검색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은 그냥 출근할 때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고, 퇴근할 때 찾아오면 되는 겁니다.”

커피 찌꺼기를 커피 벽돌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업체 커피큐브의 임병걸 대표는 호기심에서 창업의 길을 찾았다. “카페에서 커피찌꺼기를 그냥 버리더군요. 저걸 활용하는 방안이 없을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탈취와 각질 제거 효능이 있더군요. 방향제 역할도 하고 습도 조절 기능도 있었습니다. 가루 형태인지라 흩날리는 게 문제였어요. 그것을 굳혀 모양을 내면 상품성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카페에서, 직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창업

출판사의 말처럼 기회에는 꼬리가 없다. 창업은 실력과 기질이 중요하긴 하지만, 타이밍과 순발력의 운도 중요한 게 사실이다. 40인의 창업자들은 창업 지름신이 오기 전에 그들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그 기회를 잡았을 때 이들의 인생은 달라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이건 창업 경험담이라기보다는 기회를 어떻게 잡아서 인생을 역전시키느냐를 밝힌 ‘창업 지름신의 간증’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스토리 끝에는 창업자가 창업을 결심한, 혹은 아이디어를 얻은 결정적 순간을 ‘창업 INSIGHT’로 따로 정리해 놓았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대한민국 창업의 전체적인 그림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딱딱하지 않고 이야기처럼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514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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