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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1월에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관심을 

 

평균 상승률 2.4%포인트 높아… 양도세 회피 매도 되돌림 가능성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0포인트(1.02%) 내린 2175.17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 사진:연합뉴스
2000년 첫날 4069로 시작했던 나스닥 지수가 3월 9일 5050까지 올랐다. 두달 만에 24% 상승한 건데, 1월 말에는 이틀에 걸쳐 주가가 9% 오를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당시 미국 시장 상승에도 코스피는 1월 첫날 1050을 고점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3년 동안 한번도 해당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나스닥이 오르는 동안에는 제자리걸음을, 나스닥이 하락할 때에는 같이 하락해 상승에서 멀어졌다.

나스닥 상승의 영향은 코스닥에서 주로 나타나 2000년 2월 한달 동안 25% 상승으로 이어졌다. 나스닥 상승의 영향이 왜 코스닥에 나타났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가 여럿 있었지만 설득력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나스닥이나 코스닥이나 성장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므로 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 정도였다. 당시 전 세계 주식시장이 IT를 중심으로 오른 영향도 있었다. 똑같은 성장기업이라도 나스닥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일천한 회사라는 차이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최근 나스닥 시장이 9000을 넘었다. 2000년 버블 당시 주가의 두 배 수준이 됐는데 상황이 2000년보다는 안정적인 것 같다. 이유는 둘이다. 우선 상승 종목의 무게가 다르다. 아마존·넷플릭스 등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나스닥을 끌고 가 시장이 실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성장성에 대한 검증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2000년에는 기대가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때 가졌던 기대 중에서 현실이 된 기술을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실적의 예측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우리시장에서 반도체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도 나스닥 상승의 영향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둘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0%를 넘었다. IT업종 전체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은 적은 몇 번 있었어도 두 종목 비중의 합계가 30%를 넘은 적은 없었다. 네이버 주가 상승도 나스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스닥 시장이 IT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우리 시장에서도 비슷한 종목을 찾게 됐는데 네이버가 그 대상인 것이다.

반도체 주가 이미 높아 상승 부담감

배당락을 감안할 때 2019년 12월 코스피는 7%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S&P500 지수 상승률 2.6%는 물론 신흥국의 평균 상승률 5.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홍콩만 비슷한 수준의 상승을 기록했다. 홍콩시장이 오랜 시위의 영향으로 오르지 못했다면 우리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억눌려왔다. 두 곳 모두 주가를 누르던 요인이 약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여기에 종목별 영향이 더해졌다. 반도체 주가가 14% 가까이 상승해 전체 시장을 4% 이상 끌어올렸다. 나스닥 상승의 영향이 종목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반도체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2019년 반도체 매출증가율은 10년 내 가장 낮은 -15%였다. 이익 역시 50% 가까이 줄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주가는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왔다. 반도체 업종이 바닥을 치고 본격적으로 돌아설 거란 기대가 작용한 덕분인데, 회복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높다. 올해 반도체 업종 경기가 나아져도 속도가 2016~2017년에 비해 느리고 개선폭 또한 적을 걸로 전망된다. 어떤 순간이 되면 주가가 높으냐 낮으냐를 따질 수밖에 없을 텐데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면 반도체 주가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코스피의 적정성으로 번질 것이다. 2019년 말 코스피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1배로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새로운 종목이 나와서 반도체를 대체해 준다면 모를까 반도체만으로는 시장이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됐다.

반도체 이외에 시장을 끌고 갈 종목으로는 먼저 금융주, 특히 은행을 들 수 있다. 오랜 시간 IT와 함께 우리 시장을 끌고 오던 금융주가 최근 3~4년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해 2019년 10월 은행을 규제하는 볼커 룰이 완화되기 전까지 금융업 주가는 S&P500보다 항상 상승률이 낮았다. 지금은 법안 개정으로 은행의 수지가 개선될 거란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 기대는 조만간 우리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2019년에 은행주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부진했던 건 금리 인하 때문이었다. 예대마진 축소 우려가 작용했는데, 올해는 금리 인하가 거의 없을 걸로 전망돼 금리의 영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 은행주가 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4배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지금 당장 은행을 폐쇄하고 남은 자산을 주주들에게 나눠줘도 지금 주가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익이 나쁜 것도 아니다. 주가순이익비율(PER)이 5.3배에 그칠 정도로 실적 대비 주가가 낮다. 실적이 좋아지는 동안에 은행주 주가가 하락해 실적과 주가 사이에 괴리가 커진 결과다.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성장이 둔화되면서 금리 수준이 낮아졌다. 이전 잣대로 고평가, 저평가를 논하기에는 은행주 환경이 너무 달라진 것이다. ‘금융위기 때 PBR에 지나지 않는 주가’란 표현도 특별하게 들리지 않는다. 고령화, 저성장 등 은행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이 즐비하고, 경기가 어려울수록 은행주의 공공성이 강조될 가능성도 크다. 모두 은행의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요인의 영향이 기업 내용 개선보다 클 수는 없다. 최근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치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은행이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PER·PBR 모두 낮은 은행주 주목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상승 종목의 전환도 기대된다. 이들은 반년 넘게 상승에서 소외돼 주가가 낮은 데다, 바이오 업종의 재정비까지 마무리돼 상황이 나쁘지 않다.

코스닥이 의미있는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게 1999년이다. IT버블로 높은 변동을 기록한 2000~2001년을 제외한 18년간 코스닥의 1월 평균 상승률은 2.8%였다. 코스피에 비해 2.4% 포인트 높은 수치인데, 조사 기간이나 상대 격차를 고려할 때 상당히 의미가 있는 걸로 보인다. 1월에 코스닥 등 중소형주가 강세를 기록하는 건 전년도 12월에 있었던 양도소득세 과세 때문이다. 1월에는 해당 이벤트를 다시 되돌리게 되는데, 그 영향이 평균적으로 2주 정도 나타났다. 2019년 12월에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4000억 가까운 순매도를 했음을 감안하면 올해도 이를 되돌리는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17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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