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PB들이 꼽은 2020년 재테크 키워드 5선] 국내 IT 주식, 리츠, ELS, 달러, 금 유망 

 

국내 증시 상반기 호조 전망… 불확실성 감안해 안전자산도 담아야

▎사진:© gettyimagesbank
새해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흰쥐의 해’다. 하지만 재테크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대선, 홍콩 시위 사태, 한반도 지정학적 이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웬만해선 물가상승률 이상 투자수익을 거두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어떤 재테크 전략을 세워야 연말에 지갑이 두둑해질까. 국내 은행·증권사의 베테랑 프라이빗뱅커(PB) 5명에게 대안을 모색해봤다. 이들은 새해 재테크 황금쥐로 ①국내 IT 주식 ②리츠 ③주가연계증권(ELS) ④달러 ⑤금을 꼽았다. 2020년 증시가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은(상고하저)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연초엔 위험자산을, 하반기에는 안전자산을 담는 전략을 주문했다.


국내 IT 주식: 굴곡은 있겠지만, 국내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는 데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다 주가가 지난해 세계적 증시 호황에서 소외된 측면도 있다. PB들이 국내 주식, 특히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를 새해 유망 투자처로 꼽는 이유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새해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이 본격화되고, D램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 실제로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2월 D램 현물 가격은 한달 새 10% 이상 올랐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는 “새해 주식시장이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는데, 국내 IT주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만하다”고 말했다. 중소형주보단 대형주를 주목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대체로 상승장에서 주가 오름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외국인이 많이 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는 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리츠(REITs): 리츠는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 등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배당금을 받는다. 배당수익률은 연평균 5% 안팎. 지난해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대에 그친 가운데 ‘인컴(income·소득)형 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 전망도 밝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고, 미국도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진여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전 세계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배당 매력이 여전한 상품이라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이 부동산인 만큼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 투자 효과도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리츠도 괜찮다고 PB들은 평가한다. 국내의 경우 부동산 가격 조정이 오더라도 사무실 빌딩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 아닌 주택시장에 한정될 것으로 보여,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투자 방법으론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를 주식처럼 사거나, 해외의 경우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를 통해 할 수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증권(ELS)은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지만, 도박 성격이 짙다. 주가나 종목 같은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놓은 범위를 유지하면 연 5% 전후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 범위를 이탈하면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PB들은 개별 종목보단 코스피나 미국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추천했다. 유성옥 신한은행 신한 PWM서초센터 팀장은 “S&P500 지수 등이 가입 시점보다 40~50% 빠지지만 않으면 수익을 보는 구조인 데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꽤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어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대선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주가가 급격하게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2019년 하반기 금융권을 뒤흔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에 ‘리자드(lizard)형 ELS’가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다. 도마뱀이 위기 때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약정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곧바로 정산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달러: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달러는 2020년에도 매력적이란 평가가 많다. 잠재적인 글로벌 위험 요소가 많아서다. 미국과 중국은 1차 협상을 넘어 최종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고, 미국 대선을 전후해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무역갈등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면 달러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진여 센터장은 “달러는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라며 “1달러가 1150원 밑으로 내려가면 달러를 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말 1115.7원이었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지난해 8월 1223원까지 급락한 뒤, 12월 30일 1156.4원을 기록했다. 1년 새 원화가치는 3.7% 떨어졌다. PB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일 1250원까지 올라갈 수(달러 강세) 있다고 본다. 투자법으로는 달러 정기예금이 꼽힌다. 은행에 달러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넣으면 입금 시점 환율로 환전이 된다. 금리는 연 2% 전후로 낮지만, 이자와 환차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단 매력이 있다.

금: 금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현재 온스당 1500달러 수준인 국제 금값이 새해 16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자산인 만큼 세계 경제의 향방이 불확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이 돈을 풀며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는 점도 한몫한다. 금은 이자가 붙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땐 투자 매력이 낮고, 금리가 낮을 때 선호도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 V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팀장은 “2020년 하반기 미국은 경기 둔화가 예상돼 금리 인하 기조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온스당 1500달러 아래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에선 펀드·ETF 투자나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거래를 권한다”고 했다.

- 황의영 중앙일보 기자 apex@joongang.co.kr

1517호 (2020.01.1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