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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빨간불, 미래 준비하는 ‘뉴 삼성’] 메모리 반도체 대안 찾고 중저가 스마트폰 원가절감 주력 

 

시스템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 필요… 미래 발목 잡은 ‘과거 문제’도 해결해야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7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 실적이었던 2018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8년 말 시작한 세계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이 삼성전자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어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스마트폰 사업마저 수익성 위기에 빠졌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중국·인도 등 신흥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줄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를 이끄는 양날개다. 10년 전 미래 먹거리라 밝혔던 태양광, 바이오 등은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일찌감치 빠졌다. TV·가전 부문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익 악화를 충당할 정도의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 새로 찾은 미래 먹거리 자동차 전장은 당장 수익 회복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다시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날아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2018년 8월 향후 3년 간 180조 투자를 밝히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5G)을 꺼냈다. AI와 5G는 스마트폰이 주요 플랫폼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익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선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지난해 4분기 들어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회복했지만 향후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D램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술로는 시장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을 키우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은 원가 절감이 절실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가격에 밀려 점유율이 떨어지고, 애플과 수익 격차는 좁히지 못하는 이중고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스마트폰 외주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해결 과제로 채택해 뒀다. 폴더블폰을 새로운 폼펙터로 내고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받치는 것은 중저가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에서 중저가폰은 60~70%를 차지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수익성 회복을 위해선 중저가폰 원가 절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래를 발목 잡은 과거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회복만도 바쁜 판에 노동조합 와해 공작 혐의로 이사회 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된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만든 구조였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서울고법으로 ‘국정농단’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사업부문 수익성 악화 빨간불 아래서 내부 경영불안까지 커진 셈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두 날개를 재정비하고 삼성전자 내부 불안을 챙길 삼성전자 키맨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 | 정은승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60)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정 사장은 대규모 투자로 삼성전자가 새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특히 안으로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반도체 양산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고, 밖으로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주도권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3나노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 얇아 소비전력이 적으면서 처리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칩 면적도 5나노 제품보다 35% 줄어든다.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에 긴요한 기술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최강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절반이 넘는 점유율(52.7%)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위(17.8%)지만 격차가 크다. TSMC는 올해 16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7나노, 5나노, 3나노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반도체 비전 2030’로 맞서고 있다.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로,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파운드리 사업이다. 정은승 사장은 3나노 공정을 선제 도입해 파운드리 규모를 키워야 한다.

실력은 검증됐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를 맡은 지 2년 만에 삼성전자를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린 실력자다. 덕분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실제 김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 닦기에 충실하고, 실무는 정 사장이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정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 초기부터 기술개발에 참여해 온 ‘산 증인’”이라면서 “자체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과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생산 외주화로 원가 절감 | 노태문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노태문(52) IT·모바일(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2018년 말 ‘만 50세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여 만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했던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연말 인사로 노 사장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노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일군 스마트폰 개발 전문가로 불린다.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아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주역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젊은 리더로 참신한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태문 사장은 일단 스마트폰 생산 외주화를 통한 원가 절감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폰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2013년 20%까지 올랐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중국 업체에 밀려 지난해 1%대로 떨어졌다. 인도에서는 점유율 선두인 샤오미(26%)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저가 공세에 대응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노 사장 발탁에는 그의 외주화 경험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2018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중국 제조사개발생산(ODM) 업체인 윙테크에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 A6s 생산을 맡겼는데 이를 주도한 게 노태문 사장이었다. 당시 무선개발실장(부사장)이었던 그는 2018년 9월 임원진을 이끌고 윙테크를 직접 방문해 계약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해 말 주요 임원 회의에서도 “현재 스마트폰 라인업을 관리하려면 품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ODM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부품업체 한 임원은 “노 사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외주화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 이인용 CR담당 사장


“삼성전자가 미래를 발목 잡은 과거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과거를 불러냈다.” 이인용(63) 대외업무(CR) 담당 사장 얘기다. 이 사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때 경영 일선에서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으로 물러났다. 권력유착으로 논란이 된 이른바 ‘장충기(삼성전자 전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 문자’에 빈번하게 등장하기도 했다. 2008년 장충기 전 사장이 삼성그룹 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인용 사장은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 부사장으로 그룹 홍보를 함께했다. 이 사장은 ‘2020년도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이인용 사장을 통해 삼성전자 브랜드 이미지 재고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사업부문별 수익 개선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 내부 경영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사장은 언론을 대하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MBC 뉴스데스크 앵커와 보도국 부국장 등을 역임한 뒤 2005년 삼성전자 언론 홍보 담당 전무로 영입됐다. 이후 2017년까지 대외 홍보 업무를 맡았다. 지난 2015년 삼성병원 메르스 사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파격행보를 펼쳤던 뒤에도 이 사장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인용 사장이 대관 업무를 맡게 되면 삼성그룹의 대관 업무 수행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장은 최근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 유일한 사내 위촉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은 삼성그룹의 대변인으로 불렸을 정도로 대외 홍보에 탁월했던 인사”라면서 “내부 불안 요소인 노조와해 사건, 부회장 재판 등 모든 사안을 두고 삼성전자와 준법감시위원회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신성장 동력된 전장용 MLCC | 삼성전자, 후자(後者) 삼성전기와 협력 늘린다


▎경계현 삼성전기 최고경영자(CEO) 사장 / 사진:연합뉴스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가장 대표적인 삼성그룹의 후자(後者)로 불렸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지만, 매출과 이익에서 전자에 비할 수 없게 뒤처졌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투자 전략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우선 미래 먹거리로 정한 자동차 전장 부품 분야에서 삼성전기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가 사업 확대에 나선 전장용 적층세라믹축전기(MLCC)가 삼성전자에 필요해서다. MLCC는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들어간 제품 대부분에 사용된다. 특히 전장용 MLCC는 고용량·고성능을 요하는 전장용 반도체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공동 개발해 내년 양산 예정인 차량용 통신제어장치(TCU)에 삼성전자 MLCC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경계현(57) 사장이 삼성전기 최고경영자(CEO) 사장을 새롭게 맡은 것도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를 뒷받침한다. 경 사장은 앞서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을 역임하며 삼성전자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사업을 이끌었다. 삼성전기 측은 “경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플래시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기의 도약과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 사장은 중국 천진 전장용 MLCC 신공장 가동 등 삼성전기 전장용 MLCC 강화를 이끌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총 5733억원을 투자한 중국 천진 전장용 MLCC 신공장을 지난해 말 완공하고 올 상반기 중 가동, 전장용 MLCC 사업 확대를 위한 양산 전문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MLCC 제조기술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 김상남 MLCC전장제조기술그룹장을 전무로 승진시켜 미래 경영자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삼성전자와 협력으로 삼성전기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의 전체 MLCC 사업 중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저조하다. 지난해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 약 2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시장 1위 일본 무라타의 시장점유율(34%)를 추격하고 있지만 전장용 MLCC의 경우 삼성전기 전체 MLCC 매출 중 약 6%에 그친다. 권성률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올해 10%에서 오는 2022년 20% 비중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수익성을 확대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PLP(Panel Level Package) 사업을 가져간 것도 호재가. 삼성전기는 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주고 얻은 자금으로 5G 이동통신 모듈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최소형 5G 안테나 모듈을 개발했다. 안테나 모듈은 스마트폰과 기지국 간 통신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스마트폰에 통상적으로 3~4개 정도가 들어간다. 삼성전기는 이를 삼성전자 5G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전장 부품 내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주력하고 있는 MLCC 업황과 5G 전장용 수요가 향후 5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삼성전자와 협력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20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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