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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하는 체외진단기기 시장] 정확도 높이고 가격 낮춰 시장 공략 

 

당뇨병·대장암·치매 조기진단도 가능... 체외진단기기 시장진입 390일→80일로 줄어

▎혈액이나 대·소변, 콧물과 가래 등을 통해 몸 밖에서 각종 질병을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종합병원에서 소변을 이용한 암 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국내 체외진단기기 전문업체인 코젠바이오텍은 유전자 증폭검사 진단키트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여부를 확인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대상자의 폐 근처에서 가래를 추출해 특이 유전자 2개를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이전 검사법(판코로나 검사)은 모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먼저 선별한 후 대상자의 바이러스 여부를 확인하는 2단계 절차를 거쳐 확진까지 1~2일의 소요시간이 발생됐다. 그러나 유전자 증폭검사는 검사 후 확진까지 6시간 정도면 알 수 있다. 현재 이 진단키트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 여부 확인에 사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증가로 진단키트 수요가 늘면서 체외진단기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체외진단기기는 질병 진단과 예방을 위해 신체에서 혈액이나 대·소변, 콧물과 가래 등을 통해 몸 밖에서 각종 질병을 검사하는 분석기와 시약, 소모품 등을 말한다.

질병 미리 예방해 사회적 비용 줄일 수 있어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3년 427억 달러(50조원)였던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720억 달러(85조원)대로 급증했다. 2022년이면 1270억 달러(15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로슈·에보트·지멘스·다나허 등 4개 글로벌 기업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이지만 다양한 기업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글로벌 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수젠텍의 박종윤 이사는 “한국 체외진단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 비슷한 품질에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체외진단기기 시장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염색체 돌연변이 등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측정하는 분자진단과 바이러스 항원, 항체 반응을 이용한 면역화학진단(신속진단)이다. 국내 체외진단기기 기업 중 70%가 신속진단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커지면 우리 사회 생활 전반에 미칠 경제적 이득이 크다. 우선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강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각종 진단을 병원에 가지 않고서도 자신이 직접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병원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줄어든다. 병원의 대형검사기기를 통할 경우 검사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통상 1~2주 이상 걸리는 반면 체외진단기기는 빠르면 2~3분 내로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여기에 체외진단기기를 통해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많이 팔리는 체외진단기기는 당뇨병 진단키트다. 당뇨병 환자들이 스스로 혈당을 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기의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자가혈당측정기는 채혈기로 손가락 가장자리를 찌른 후, 혈액을 묻힌 스트립(혈액을 묻히는 종이 막대)을 혈당측정기에 삽입하면 혈당치를 확인할 수 있다. 자가혈당측정기는 197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현재의 노트북 컴퓨터 크기인데다 정확도가 낮고 가격이 비싸서 이용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꾸준한 기술 개발과 제품 개량으로 지금은 휴대가 가능할 만큼 작아졌고, 측정치도 정확해졌다. 시장이 커지고 국내 체외진단기기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제품에 따라 5000원~3만원, 스트립(50매 기준)은 1만~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술개발이 이어지면서 임신배란, 유방암, 결핵, 알츠하이머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다양한 체외진단기기가 출시됐다. 암 조기진단 기술 전문기업인 지노믹트리는 지난해 5월 대장암 조기진단키트인 ‘얼리텍 대장암보조진단 검사’ 제품을 내놨다. 소량의 대변 DNA를 분석해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금식하고, 대장을 비우는 약을 먹고, 천공이 걱정되는 대장 내시경을 하지 않아도 대장암 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진단키트의 0기~2기 대장암 진단 정확도는 89.1%다.

바이도진단 기업인 수젠텍은 세계 최초로 결핵진단키트를 내놨다. 이 키트에 객담(폐 근처의 깊은 가래)을 배양하면 결핵균 유래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감염 여부를 20분 안에 알 수 있다. 결핵 여부 판별 외에도 폐렴 증상이 나타나는 의심환자가 폐렴인지, 결핵인지, 단순 감기인지도 판별이 가능하다. 수젠텍의 결핵 진단 키트는 식약처의 품목제조허가와 건강보험 등재를 완료했다.

박종윤 이사는 “병원에서 결핵 검사를 하면 평균 비용이 3만~4만원이지만 결핵키트는 1만2000원으로 가격이 절반 이하로 준 셈”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체외진단기기가 출시되고 있지만 현재 일반인이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당뇨병, 자궁경부암, 임신배란 진단키트 정도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체외진단기기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약국·마트서 구입가능 제품 아직은 제한적

그러나 최근 국내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하면서 시중에서 다양한 체외진단기기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 인·허가 제도를 ‘사전규제’ 방식에서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체외진단기기의 시장진입 기간을 390일에서 80일로 대폭 단축시켰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7월 발표했던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방안’의 후속 조치다.

여기에 체외진단기기 기능 변경 허가도 하루만에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출시된 체외진단기기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식약처의 변경 허가를 최장 60일간 거쳐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검체 종류(혈액·소변 등)나 검사 방법 등 중대한 변경 사항이 아닌 단순 기능 변경 등은 60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식약처에서 하루 만에 변경 허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521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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