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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로나19 이면의 증시 쏠림 현상 

 

2월 경기회복 기미에 중국 경제 요인 돌출… 국내선 반도체·전기차 종목 강세

▎사진:© gettyimagesbank
주가가 전고점에 다가섰지만 상황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코로나19에 모여 있는 동안 여러 경제지표가 발표됐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지표는 개선됐다. 1월 미국의 ISM 제조업과 비제조업 지수가 생각보다 좋았다. 유로존의 1월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 역시 상향 조정됐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6개 주요 신흥국의 경기 반등 시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2월이 실물 경기 반등의 출발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월 수출입동향 발표 미룬 중국 경제 우려 높아


이와 달리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컸다. S&P가 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0%로 하향 조정했고, 일부에서는 1분기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거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춘절 직전부터 중국 내 조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이해된다. 코로나19가 과거 전염병보다 치사율은 낮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 그만큼 이동 제한과 조업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는 점이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제 주체의 심리적 악영향까지 감안하면 1분기 중국 소비와 생산, 수출입 전반에서 둔화가 불가피하다.

경기 둔화에 대한 전망에도 전망치 변화를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는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보니 1분기 성장률 전망치의 분포가 넓어질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불안 심리가 커졌다. 춘절 직후 발표되는 소비 데이터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의 세관당국인 해관총서가 2월 7일 발표하려던 1월 수출입 동향을 2월과 통합해 3월 7일 공개하겠다고 얘기하면서 불안이 더욱 커졌다. 상황이 얼마나 나쁘면 지표를 발표하지 않을 정도냐는 얘기였다.

국내 기업 실적도 좋지 않았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의 4분기 실적 발표가 거의 마무리됐다. 많은 기업이 자료 제출 마감일에 성적표를 내놓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대세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 현재까지 집계된 코스피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전망치 21.7조보다 4.7% 작은 20.7조, 순이익은 전망치 13.3 조보다 45.5% 낮은 7.3조이다.

다른 나라 역시 최근 이익 전망치 변화가 좋지 않았다. 2019년 12월 이후 소폭 개선세가 나타났다가 올해 다시 악화됐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양호한 상태여서 실적 둔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기대하는 실적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순간부터 질병의 영향은 사라지고, 대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어떤 부양책이 나올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12개월 예상 이익이 완만하지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IT 업종의 이익 전망치 개선이 가장 빠르고 최근 주가가 오른 호텔, 화장품 등도 이익 개선 기대감도 높다. 반면 기존에 부진했던 금융, 에너지, 소재, 산업재의 이익 전망치는 하향세를 지속 중이다.

시장의 쏠림 현상이 굉장히 강해졌다. 미국 시장이 높은 주가에 대한 두려움에도 상승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나 국내 시장이 한전, 포스코 등 전통적인 대표주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연중 최고점에 도전하는 것 모두 주도주의 쏠림때문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반도체’로 설명이 가능했다면 올해는 ‘반도체+전기차’만 알면 모든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쏠림 현상은 과거에도 자주 목격됐다. 주가가 장기간 상승해 가격대가 높아졌을 때 혹은 더 이상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시장은 가장 강한 종목을 추려 상승을 이어갔는데 이때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쏠림현상의 첫 번째 주자는 IT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이 코스피의 30% 가까이 된다. 2015년초 20%에 비해 10%p 늘어난 건데 특정 종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이렇게 빨리 올라간 예가 없었다. 여기에 배터리를 재료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의 시가 총액 비중 3.6%까지 더하면 반도체와 전기차 관련 4개사의 시가총액이 전체의 33%나 된다.

바이오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영업 상황이 안정적이고 신약 개발이 일정 궤도에 오른 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사이에 쏠림 현상만 있었는데 이제는 우량 바이오 사이에서도 층이 나뉘고 있다. 삼성바이로로직스 주가가 50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한 반면 셀트리온은 아직도 20만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승 종목이 세분화되면서 힘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미국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단일 기업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의 5% 이상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2000년 IT버블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고, 애플 역시 2012년 아이폰 열풍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비중이 5%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두 종목 모두 시가총액 비중이 5%를 넘었다. 여기에 시가총액 4%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까지 더하면 세 종목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까지 올라간다.

독점적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 장기화 전망

관심사는 쏠림 현상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장기화될지 여부다. 지금까지는 장기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미국에서는 FAANG으로 통칭된 주요 종목의 이익과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쏠림 현상의 주역은 성장성이 높으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세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만큼 영향력이 갑자기 사라질 이유가 없고, 해당 기업이 하기 따라서는 더 높은 지배력도 가질 수 있다. 오랜 상승으로 주가가 높긴 했지만 고주가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실력의 뒷받침 아래 진행된만큼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쏠림 현상이 강해진 것과 반대로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업종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10개 업종 중 3~4개 정도가 평균치 이상이었다면 지금은 1~2개로 줄었다. 이런 현상은 2013년부터 본격화됐으니까 지난 7년간 투자전략은 분산투자보다 집중투자가 답이었던 같다. 주가가 한정된 종목을 중심으로 오르다 보니 특정 종목의 주당순이익배율(PER)이 80배까지 올라가고 그 때문에 시장 PER이 올라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S&P500 지수의 PER이 IT버블 이후 가장 높은 18.5배, 코스피 PER도 11배 가까이 된다. 쏠림 현상에서 소외된 쪽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23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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