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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외치던 팀장의 ‘원위치’에 내부 반발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취임 후 대대적으로 개선되었던 것들이 하나둘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 회의를 대폭 축소하겠다”던 약속은 간 곳 없고,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사장님 특별 지시사항” 등의 이유로 하나둘씩 원상복구되더니 이제는 거의 예전 방식으로 돌아갔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간단하게 정리하고 처리해주던 그의 말 또한 점점 길어져 이제는 회의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혼자 말하는 날이 많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하자고 했었는데 이 또한 그가 필요로 할 때마다 수시로 열린다. 이유는 역시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다.요즘 세상이 워낙 천변만화하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 실망하는 이들이 많다. 직원들이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면 얼마 전부터 그가 하는 답변이 있다. “여기까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여러분은 이 정도만 알면 됩니다.”정말로 알면 안 되는 기밀사항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니 의견을 내놔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겉돈다. 누군가의 푸념처럼 “다시 원위치”한 느낌이다. 예전 팀장들처럼 말이다. 원활한 소통이나 정보 공유 없이 목표만 강조하고, “왜 내가 말한 대로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게 좋은 예다. 지금이야 한 마디 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경험으로 볼 때 그런 그의 말들은 곧 질책과 닦달이 되고, 시간이 갈수록 짜증과 호통으로 변할 것이다. 실무자들이 요즘 시장 상황을 말하면 “그래 가지고 어떻게 남다른 성과를 올리겠느냐”고 어깃장을 놓는다. 자신은 말끝마다 ‘요즘 시장 상황’을 들먹이면서 말이다.아마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1월 초에 인사를 한 곳은 이제 곧 다가올 미래일 수도 있다. 승진한 리더들이 전부 이렇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낯선 모습도 아니다. 팀장에 오르기 전에는 합리적이고 괜찮던 이들이 왜 그 자리에만 가면 달라질까?(사장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마다 시장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조직 구성이 다른데 왜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날까? 특히 앞의 영업팀처럼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이일 때, 그러니까 내부승진일 때 실망의 정도는 훨씬 깊어진다. ‘이게 아닌데’ 하는 갸웃거림이 심해지고, 팀장과의 사이 또한 곱절로 멀어진다. 기대했던 대로 안 되면 더 실망하기 때문이다.그동안 쌓아왔던 충정심에 애써 자리를 마련해 하소연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때가 많다. 다들 “내가 뭘? 뭐가 변했는데? 왜 그래? 나는 그대로야”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한 마디 더 한다. “야, 이 자리 올라 보니 정말 보이는 게 달라.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야.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한 마디로 도로아미타불이다. ‘괜히 말했다’는 불안과 함께 ‘팀장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싹튼다. 다들 알고 있고 그 혼자만 모르는 걸 알려주는데도 인정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럴까?
몸 속 호르몬이 ‘그’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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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예스맨’을 만드는 리더들왜 이런 일이 우리 몸에서 일어날까? 자기 확신이 있어야 어려운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 없이 어떻게 생각이 다르고 일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미지의 곳을 개척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반대급부가 있게 마련이다. 이 또한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도 모르게 ‘내 생각이 맞다’고 강조하게 된다. 이걸 전체 조직에 확실하게 전파해야 하니 자꾸 강조하게 되고, 현장 직원까지 알아야 하기에 자꾸 확인하게 된다. 더구나 아랫사람들 눈치 볼 필요가 적어지니 지위가 높아질수록 모든 걸 편(리)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운용하고 말이다. 더 나아가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또 일하게 하니 자신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여기게 되고 그 결과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갈수록 긍정성을 강화시킨다. 물론 이 ‘긍정성’은 스스로가 느끼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볼 때는 갈수록 자기중심적이 되어갈 뿐이다.이상하게도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하다. 이유가 있다. 진심이 진실이 아니듯 자기 확신과 옳은 것 또한 다름에도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면 두 가지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과 남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확신하게 된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나는 높고 너는 낮다’ ‘내가 낫고 너는 별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확신이 강해질수록 확신을 지키는 것, 그러니까 허점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 의식도 강해진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자신의 존재에 대한 반대로 받아들여 배척하게 된다. ‘다른’ 의견인데도 ‘틀린’ 의견으로 치부한다. 자신을 거스르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권위주의까지 발동하게 되면,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틀린’ 것들을 억누른다. 강조가 강요가 된다. 앞에서 말한 ‘통제감 환상’이 작동해 ‘혹시 안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가능성을 ‘쓸데없는 생각’으로 몰아부쳐 입도 뻥긋 못 하게 한다.(더대니얼 패스트 연구)결과적으로 예스맨이 나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충동을 이기지 못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스맨을 만든다. 권력에 중독되는 것이다. 권력 중독은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다. 침략을 받아 무너지는 나라보다 스스로 무너지는 나라가 많듯 리더도 마찬가지다. 보통 권력 중독의 징후는 직원들의 마음에 먼저 포착된다. 직원들이 ‘재수 없는 상사’라고 여기면 거의 틀림없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눈가리개로 작용하는 까닭이다.당연히 구성원들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세 번째 징후가 나타난다. 상대의 주파수에 맞추는 공감능력이 서로를 가까워지게 하는데 이런 기능을 스스로 꺼버리기 때문이다.(물론 본인들은 ‘결코’ 그렇다고 하지 않는다)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자신의 이마에 알파벳 대문자 ‘E’를 써보라고 했다. 다들 영문을 몰라 하며 썼는데 그룹 별로 차이가 있었다. 1그룹에서는 앞에 있는 상대가 보기에 반대로 보이게 쓴 사람이 33%였다. 같은 곳에서 같은 지시를 받았는데도 2그룹은 12%만 그렇게 썼다. 두 그룹의 차이는 딱 하나, ‘E’를 이마에 쓰라고 하기 전, 무엇을 떠올리라고 했는지였다. 1그룹 사람들에게는 누군가에게 명령하거나 지시했던 경험을 떠올리라고 했다. 2그룹에는 누군가로부터 명령이나 지시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라고 했다. 바로 이것이 두드러진 차이를 만들어냈다. 명령이나 지시했던 걸 떠올렸던 이들은 상대방이 읽기 편하게가 아니라 자신이 쓰기 편한 방식으로 썼다.이 연구를 진행했던 미국 노스웨스턴 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애덤 갈린스키 교수는 이 실험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권력을 가질수록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권력을 가지면 상대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거울뉴런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말을 듣거나 표정·몸짓을 보면서 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다.(제레미 호기븐, 마이클 인츠리트 연구)자기 확신이 강해질수록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저하되기에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걸 읽어내는 능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에 상대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어떤 일을 처음 하는 사람은 당연히 서투르기 마련인데도 ‘그것도 못해?’ ‘이게 그렇게 어려워?’라는 평가를 내린다. 자기 중심적이 되어 자신에게 쉬운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하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듯, 자신이 서툴렀던 걸 까맣게 잊고 모든 걸 지금에 맞춰 생각한다.
여성 리더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스타 선수가 스타 감독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런 성향은 의외로 여성 리더들에게서 좀더 많이 나타난다. 남자 천하인 곳에서 어렵게 유리 천장을 뚫은 성공 경험이 거꾸로 작용해 자신과 같은 여성 구성원들과의 사이를 멀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겨난다.더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눈치 볼 필요가 적어지니 자신의 행동 방식을 수정하려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누군가 조언을 해주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람을 잘 알아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거꾸로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상대에게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전문가인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이안 로버스튼 교수에 의하면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어 자기 파괴를 스스로 재촉한다.사실 더 큰 문제는 정작 자신은 모르거나 알아도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어떤 흐름에 휘말리는 까닭이다. 뛰어난 리더들이 하나 같이 자기 성찰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차 하는 순간 옆길로 샐 수 있어서다.안타깝게도 승진한 상사가 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히기 때문에 쉽게 인식하기도, 고치기도 힘들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이들을 흔히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 [계속]※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