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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폭탄’ 현실화] 올해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 26% 상승 

 

2주택자 보유세 50% 넘게 급등… 6월전 급매물 늘어날 듯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등 적용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2007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보유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풍경.
올해 고가주택 ‘공시가격 폭탄’이 현실화했다. 공시가격 폭탄은 더욱 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후폭풍을 가져온다. 공시가격이 보유세 산정 기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5.99% 오를 예정이다. 정부가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려 서울은 평균 14.75% 오른다. 강남구가 25.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22.7%, 서울은 28.5%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국 공동주택 1383만가구의 공시가격안에 대한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를 지난 3월 19일 시작해 4월 8일까지 시행하고 있다.

시세 높을수록 공시가격 변동 폭도 커

올해 공시가격은 처음으로 시세별로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차등적용했다. 시세 9억∼15억원 미만은 70%, 15억∼30억원 미만은 75%, 30억원 이상은 80%의 현실화율 목표를 설정하고, 현실화율이 낮은 주택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렸다. 9억원 미만 주택은 시세 상승분만큼만 공시가격에 반영했다.

이는 앞서 국토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서 밝힌 내용대로다.

지난해 집값 변동률과 차등 현실화율이 겹쳐져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시·도별로 서울(14.75%)의 공시가격 변동률이 가장 높았고 대전(14.06%), 세종(5.78%), 경기(2.72%) 순이었다. 강원은 7.01% 하락했고 경북(-4.42%), 충북(-4.40%), 제주(-3.98%), 전북(-3.65%), 경남(-3.79%), 울산(-1.51%), 충남(-0.55%)도 내렸다. 나머지 지역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1% 미만이었다.

시·군·구별로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톱5’는 모두 서울에 포진했다. 강남구(25.57%)에 이어 서구(22.57%), 송파구(18.45%), 양천구(18.36%), 영등포구(16.81%) 순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억원 이상 고가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을 집중적으로 높여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격 변동 폭도 컸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의 공시가격이 최대 4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9㎡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5억400만원에서 올해 21억1800만원으로 무려 40.8%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해 19억400만원에서 올해 25억7400만원으로 35.2% 올랐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23㎡가 지난해 공시가격이 11억5200만원에서 올해 15억9000만원으로 38%나 뛰었고, 올해 공시가격 3위에 오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1㎡는 공시가격이 65억6000만원으로 지난해(50억400만원)보다 30.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북과 지방도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 폭이 크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39㎡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6400만원에서 올해 25.5% 오른 10억8400만원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지방에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대전도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평균 14.06%를 기록하면서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인 단지들이 많다.

한편, 서초구 서초동의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 5차’가 2006년 이후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자리를 15년째 유지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273.64㎡의 올해 공시가격은 69억9200만원으로, 전국 공동주택 중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집으로 올랐다.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율을 1주택자는 종전 세율에서 0.1∼0.3%포인트,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인상하고, 종전 200%였던 2주택자의 전년도 세부담 상한도 3주택자와 마찬가지로 300%까지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세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만큼 현행 세율대로 보유세를 계산하더라도 세부담 상한까지 세금이 늘어나는 경우가 속출할 전망이다.

고가주택 보유자는 보유 주택이 한 채뿐이라도 세부담이 상당하다. 국토교통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책정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해 보유세가 1123만원이었으나 올해 1652만5000원으로 47%나 뛴다. 올해 공시가격이 21억1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40% 넘게 상승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9㎡도 보유세가 지난해 695만3000원에서 올해는 1018만원으로 46% 오른다. 공시가격 상위 5개 아파트 단지는 올해 보유세 부담이 거의 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세 1600만원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더 크다. 개포 주공1단지(전용 50.64㎡)와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95㎡)를 보유한 2주택자는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 합산이 지난해 30억4800만원에서 올해 41억7000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가 지난해 3818만원에서 올해 6325만원으로 66% 상승한다. 만약 12·16대책의 종부세 개편안이 원안 통과된다면 총 보유세는 이보다 높은 7203만원으로 지난보다 88.6% 오른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시가격 발표를 기점으로 급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강남권이나 마포·용산·성동 등 일부 인기지역에 주택 2채만 갖고 있어도 올해 보유세 부담이 일반 직장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늘어난다”며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임대사업등록을 해도 종부세 합산 배제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고가주택을 보유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진지하게 주택 매도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10년 이상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해줬다. 이에 따라 그 전에 매도에 나서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 급등한 보유세를 내지 않으려면 보유세 기준일(6월 1일) 이전인 5월 말까지 매도가 완료돼야 하는 만큼 이달 말부터 5월까지 급매물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는 강남권을 시작으로 당분간 집값이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은 금융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만약 글로벌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장·단기간 집값 급락은 불가피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보유세 인상, 대출 규제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 여러 악재가 많다”며 “한동안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1527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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