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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경기 둔화와 유가 급락에 미국 고금리 채권 신용도 추락 

 

주식시장은 美 정부의 회사채시장 대책에 따라 결정될 전망

미국 회사채 시장 규모는 9조 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발행한 정크 본드가 1조200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에 비해 4000억 달러가 늘어 전체 회사채 시장의 13% 정도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이 에너지 기업들이다. 미국 셰일오일 기업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20달러대 초반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가 커져 도산할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전체 채무는 이들이 발행한 채권과 은행 대출을 합친 금액으로 계산된다.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규모가 1%대 수준이라 에너지 기업들이 부도를 내도 미국 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문제는 이들을 시작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부채가 미국 GDP의 10.7%에 달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2008년을 회상하는 미국 회사채 시장

코로나19가 본격화되자 이를 걱정한 미국정부가 CP(기업어음)매입 방침을 내놓았다. 매입기구를 만들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기업에 우회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건데 처음 발표 때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매입 대상이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에 한정돼 있어 시장이 매입을 원하는 BBB등급 기업이나 고금리를 주는(하이일드, High yield) 기업과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국채 금리와 차이가 커졌다. 에너지기업 중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는 국채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져 수익성이 계속 낮아진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자 다수 기업이 자금 확보에 나선 결과다. 그 동안 금리가 높았다면 기업들이 금리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을 텐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저금리 환경에서 2019년에 하이일드 에너지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이 1.3배에 지나지 않는 등 이자 지출이 작아 금리 상승에 대한 적응력이 없는 상태다.

미국 회사채시장이 불안해지자 사람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3000억달러 밖에 안 되는 서브프라임모기지가 파생상품으로 규모가 커져 통제할 수 없을 상태로 번졌다. 잘 모르는 부분에서 사고가 터진 경험 때문에 지금 회사채 시장도 그렇지 않다고 보장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은행이 기업에 대출해준 채권을 기초로 만든 상품으로 은행이 대출 채권을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에 매각하면 이 회사가 증권을 발행해 시장에 내놓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동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도구로 많이 썼다. 해당 상품이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비슷한 구조인지, 신용도 낮은 기업의 채권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알려진 게 없다. 그래서 시장이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속 시원하게 다 밝혀졌으면 믿을 텐데 사정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미국 정부가 회사채시장 대책으로 어떤 걸 내놓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금융위기 때에도 금리를 0.25%까지 내리고,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처음에는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모기지에서 시작된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연준이 양적 완화를 발표하고 모기지 채권 매입에 들어가자 비로소 주가가 하락을 끝내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지금에 적용해 보면 시장이 회사채 시장에 대한 대책이 마련됐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되야 주가가 반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 사이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최고로 혼란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 2008년 금융위기다. 당시 기록을 보면 금융기관 사이에 불신이 얼마나 컸던지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도 돈을 빌리지 못할 정도였다. 금융위기 때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년 5개월에 걸쳐 1576에서 666까지 57.7% 떨어졌다. 하락은 몇 번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1차는 5개월간 1576에서 1256까지 20% 떨어졌다. 대형 투자기관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실화 돼 다른 기업에 인수된 게 원인이었다. 이후 잠시 반등했던 주가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에 3주간 33.1%가 떨어지는 본격 하락을 맞았다. 그리고 2009년에 3월에 마지막 하락을 겪은 후 장기 상승에 들어간다. 이번에 미국 주식시장이 3주에 걸쳐 32.8% 떨어졌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하락률이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0%까지 내려갈 걸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성장률도 -3% 정도 될 걸로 보고 있다. 질병으로 사람의 활동이 멈추는 이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만큼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금융위기 때에는 위기 이전에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한 반면 지금은 사상 최고치에서 사태가 터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이런 약점을 모두 반영하더라도 이제 주가가 반등할 때가 됐다. 특정 시점에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가격대가 있다. 그래서 주가가 갑자기 바뀔 경우 원래 주가수준으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작동한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낮아지면 매도가 줄고 반대로 매수는 늘어 바닥이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 투자자들이 하락한 주가가 익숙해지면 반등이 약해진다. 추가 하락은 이 과정을 거친 후 경제 수치가 전망치 보다 나쁠 때 나온다. 아직 경제 수치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주가가 반등에 들어갈 걸로 전망된다.

조만간 반등이 나타날 듯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흐름이 괜찮았다. 외국인 매도가 대형주에 집중돼 이들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이 거세지면서 이 전략도 무용지물이 됐고 지금은 종목에 관계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주가가 반등할 때 어떤 주식이 더 많이 오르는가는 직전 하락률에 의해 결정된다. 크게 떨어진 종목일수록 크게 오른다. 이번에는 종목선택에 우량주라는 조건 하나가 더 들어가야 한다. 국내외 경제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고 우량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실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내용이 부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하락 이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반도체와 2차 전지관련 주식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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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8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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