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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사채시장서도 안 받는 ‘쌍용차 어음’] 유동성 부족에 워크아웃 전망까지 퍼졌다 

 

오는 7월 만기 도래 차입금만 900억원… 모기업은 지원 백지화

▎쌍용차 평택공장.
쌍용자동차 전자어음이 명동 사채시장(명동 시장)으로까지 넘어왔다. 차입금 만기 도래 등 쌍용차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자, 현금이 급해진 협력업체가 명동 시장에서 어음할인을 요청했다. 명동 시장은 어음할인시 할인율을 월 단위로 계산, 연산 할인율이 10%를 훌쩍 넘는 곳이다. 중소기업들에게는 마지막 자금 창구로 통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을 통하면 1%대 할인도 가능한데 명동을 간 것은 금융권이 쌍용차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명동 시장에는 현재 오는 6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쌍용차 발행 전자어음이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쌍용차 발행 전자어음은 지난 4월 20일부터 시장에 들어왔다. 오는 6월 초 만기인 쌍용차 발행 3000만원대 전자어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주 재차 6월 말 만기의 3000만원대 쌍용차 전자어음 유입이 확인됐다. 명동 시장 관계자는 “할의 문의된 쌍용차 어음은 더 많을 것”이라면서 “할인 문의를 받은 곳만 6곳을 넘는다”고 말했다

명동에서마저 쌍용차 어음 할인 거절


기업정보제공 전문업체인 중앙인터빌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 2차 협력사가 발행한 전자어음이 명동 시장에서 현금화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완성차 업체가 직접 발행한 전자어음의 할인 요청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쌍용차에 제품을 납품한 협력사가 그 밑단에 있는 협력사에 배서한 전자어음일 수도 있지만, 제도권 금융은 쌍용차 발행 전자어음을 피했고, 협력사는 3000만원도 아쉬운 상황에 몰려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쌍용차 유동성 위기가 쌍용차 전자어음의 명동 시장 유입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현재 쌍용차는 5월 급여 지급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2016년 4분기 이후 지난해까지 12분기 연속적자를 냈고,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쌍용차는 올해 중 단기차입금 254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도 처해있다.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당초 밝힌 2300억원 지원 계획마저 백지화해 부품 납품 대금이 어음 발행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동 시장 대부업체는 쌍용차 전자어음 할인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 한 건의 쌍용차 발행 전자어음 할인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쌍용차가 오는 7월 만기인 산업은행 차입금 900억원을 막지 못하면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명동 시장 한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이 안 받은 어음의 조기현금화를 명동에서 해주는 것은 맞지만, 쌍용차 상황은 다르다”면서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오는 7월 도래하는 산업은행 차입금 만기 전 워크아웃 신청 등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명동 시장에 유입된 쌍용차 발행 전자어음의 만기가 오는 6월이라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앙인터빌 관계자는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채권·채무가 동결돼 정상적인 어음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서 “협력업체가 도산을 피하기 위해서 쥐고 있는 어음의 조기 현금화에 나서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어음 대금을 지급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차가 팔려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5년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인기를 끌면서 청신호가 켜졌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소형 SUV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쌍용차는 판매 주도권을 뺏겼다. 지난해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과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수출마저 2016년 5만2000대에서 지난해 3만4000대로 급감했다.

협력업체 줄도산 재현 위기마저 커져

이런 가운데 정부는 쌍용차 자금 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쌍용차의 시장·기술 경쟁력과 세금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을 눈 감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주주가 성의를 보이면, 채권 만기 연장 및 투가 대출 등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마힌드라가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기존 방침 역시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지급을 약속한 금액은 향후 3개월 간 최대 400억원이 전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한 달 고정비만도 500억원”이라며 “이대로는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2009년 쌍용차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쌍용차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판매 부진에 시달리다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당시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은 쌍용차가 부품대금으로 발행했던 어음의 결제 동결로 이어졌고, 협력업체들은 연쇄적인 부도 압박에 시달렸다. 현재 쌍용차 노사는 2009년 법정관리 사태 반복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추가 자구안 마련 준비에도 나선 상태다.

자동차업계는 쌍용차의 자구안만이 쌍용차 위기와 명동 시장을 찾는 협력업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쌍용차에 남은 게 산업은행의 지원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임금 동결 등 단기적인 자구안으로는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과감함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은행 지원을 받아 장기 생존이 가능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는 SUV 명가로써 경쟁력이 있다”면서 “임직원 고통분담을 통해 정부나 국민 여론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33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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