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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의 사업 다각화 이유는?] 할부금융·인증중고차·모빌리티 사업 확대 

 

‘수익사업’ 보다는 ‘판매 증대’ 수단 가까워… ‘중기적합업종’ 갈등도

▎2019년 12월 3일 서울 강남구 EQ Future 전시관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MBMK)’ 공식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이본 로스린브로이쉬 다임러 모빌리티AG 아프리카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총괄이 프리미엄 장기 렌터카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년간 성장세를 이뤄온 수입차업계가 본업인 자동차 수입 및 판매 외에 할부금융·인증중고차·렌트카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수입차업계가 진행하는 신사업을 보면 ‘외국계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라기보다는 ‘차량판매’를 극대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다각화한 사업이 해외 본사의 이익 증대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시장 질서를 흐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서 영향력이 커지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드사 진입에 힘 잃어가는 캡티브 금융


수입차업계의 외도 중 가장 활성화 된 것은 할부금융업이다. 고가의 수입차를 일시불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고 할부금융이나 리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가 시장 성장기에 들어서며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 금융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차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판매량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수입차업계가 할부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2001년과 2002년 각각 설립된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BMW파이낸셜)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벤츠파이낸셜)가 시초다. 2005년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2010년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설립됐다. 딜러사도 할부금융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효성은 효성파이낸셜에서 2004년부터 수입차 할부금융업을 시작했고, 도이치모터스는 2013년 도이치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자동차 수입사의 캡티브 금융 사업은 최근까지 무섭게 성장해왔다. 벤츠파이낸셜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채택국제 회계기준을 채택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기준 이 회사의 매출(영업수익)은 1085억원, 영업이익은 254억이었는데 불과 3년 뒤 각각 1750억원, 871억원으로 불었다.

그러나 수입차 캡티브 금융사의 영업방식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장을 ‘큰 이득을 챙긴다’고 단순 평가하긴 어렵다. 수입차 캡티브금융사는 할부금융이나 리스 사업의 예대차익으로 할인 금액을 회수하며 수익을 낸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차를 구매할 때 캡티브 금융사의 상품을 사용하면 더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할부금융사의 성장은 결국 수입사나 딜러사의 마진을 일정부분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벤츠파이낸셜은 지난해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와 한성모터스, 스타자동차에 각각 76억원, 12억원, 12억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했다. 2018년엔 지급 금액이 225억, 31억, 34억원으로 더 컸다. 재무제표상 나타나진 않지만 지분관계가 없는 딜러사들에도 판매량에 따라 이 같은 장려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수입차 캡티브 금융사들의 성장은 2018년부터 정체 상태다. 벤츠파이낸셜의 2018년 매출은 1948억원으로 전년대비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87억원으로 9.7% 감소했다. 지난해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24억원, 78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수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5조4378억원, 2180억원으로 2017년 대비 각각 27.5%, 46.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캐피탈사의 성장세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게 명확히 드러난다.

BMW파이낸셜도 비슷한 흐름이다. BMW파이낸셜의 2018년 매출은 7029억원으로 전년(7280억원)대비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27억원을 기록해 전년 824억원보다 감소했다. 다만 BMW는 같은 기간 BMW코리아의 매출도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캡티브 금융사인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2019년 매출(2728억원)이 전년(4384억원)대비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171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벤츠파이낸셜 관계자는 매출 성장 정체에 대해 “최근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카드사와 기타 캐피탈사업자 등이 자동차 금융시장에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최근 수입차 할부금융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1월 자동차할부금융 부문 조직개편을 단행해 오토사업본부와 수입차금융팀을 신설하고, 수입차 금융센터를 확대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신용등급이 높은 카드사들이 캡티브 회사에 비해 확연히 낮은 금리로 할부금융을 제공하고 있어 캡티브 회사의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수입금융 상품 중 캡티브 금융사의 금리는 카드사에 비해 확연히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금융 금리는 삼성카드가 2020년 4월 13일 기준 신차에 대해 1.9~4.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KB국민카드는 4월 17일 기준 3.5~4.9%다. 벤츠파이낸셜이 최대 8.57%(4월 1일 기준), BMW파이낸셜이 최대 8.99%(2019년 12월31일 기준), 도요타파이낸셜이 최대 6.75%(3월 19일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2~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캡티브 금융사들은 최고금리만 공시하고 있다. 캡티브 금융사 관계자는 “수입사 배경의 영업력으로 배짱 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많은 것을 알고있다”면서도 “캡티브 금융사들이 카드사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업계 위협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


캡티브 금융에 이어 수입차업계가 실시한 신사업은 ‘인증 중고차’다. 중고차 매물에 대해 ‘브랜드가 성능을 인증하는’ 매물을 내놓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딜러사 위주로 사업이 시작됐고, 2005년 BMW코리아가 BMW프리미엄셀렉션(BPS)을 내놓은 이후 수입사 업체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2011년 스타클래스 전시장을 오픈했고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수입사들도 딜러사를 통해 인증중고차 사업을 영위한다.

인증중고차의 판매량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BPS의 차량 판매는 2017년 1만대를 처음 돌파한 뒤 2018년 1만1600대로 늘었다. 지난해 8521대로 줄어들었지만 향후 성장가능성은 높다고 평가받는다. 벤츠 스타클래스 차량 판매도 2017년 3790대에서 2018년 4640대로, 지난해에는 6450대로 급증했다. 벤츠는 지난해 인증 중고차 매입 기준을 기존 4년 10만㎞ 이내에서 6년 15만㎞ 이내 차량으로 확대하면서 사업 확장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인증 중고차 사업 역시 외국회사의 직접적인 수익 사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인증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딜러사이기 때문이다. 한성자동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딜러사는 국내자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이유는 딜러사의 수익 창출 목적도 있지만 중고차 감가상각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덜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감가상각이 크기 때문에 ‘인증 중고차’ 제도를 통해 딜러사가 양질의 차량을 좋은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소비자의 불안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차 판매와 연계된 마케팅을 활성화할 수 있어 충성고객 유지 등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재고차량을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기도 한다. 아우디는 지난 2018년 A3 모델을 인증 중고차 형식으로 일반 소비자에 판매했다. 판매 전시장에서 시승차 등으로 사용하던 차량을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입차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영세한 중고차 업계에 타격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고차 업종은 앞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SK 등 국내 대기업은 중고차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수입차업체들은 오히려 사업을 확대했다. 중기적합업종의 경우 명목상 외국계 대기업에 대해서도 국내기업과 동일한 권고가 적용되지만, 이렇다 할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중고차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해 2월 중고차 업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일몰되면서 중고차업계의 위기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중고차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했지만 지정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수입차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매입을 늘리고 있어 연식이 짧고 상태가 좋은 매물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법적 강제성이 없다면 수입차업체가 신경 쓸 리 만무하다”고 호소했다.

중기적합업종 단기 렌트카 언제 진입할까

최근 뛰어든 신사업은 렌트카 시장이다. 벤츠가 최근 국내에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코리아(MBMK)’라는 법인을 신규 설립하고 렌트카 업종에 진출한 것. MBMK는 현재 장기 렌트카 사업을 시작했다. 모빌리티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기존 렌트카업계가 하는 ‘신차 장기 렌트카’ 사업을 캡티브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MBMK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 렌탈보다는 단기렌탈과 카셰어링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MK는 사업목적에 자동차 단기 렌탈 사업과 카셰어링, 시장조사 서비스, 자동차 대여 관련 사업지원 서비스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차업체들이 중고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중기적합업종 권고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동반성장위는 2019년 1월 1일부로 1년 이하의 단기 렌트카 사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유효기간은 2021년 말까지다.

이와 관련해 MBMK 관계자는 “MBMK는 우선 장기 렌터카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라며 “단기 렌터카 사업 진출 등에 대해선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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