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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수입차 세금 탈루] 랜드로버·볼보, 판매 늘었는데 이익은 제자리? 

 

수입차 본사 이전가격 통해 실적 조정… 국세청 추징에도 문제 여전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수입·판매하는 레인지로버 벨라.
수입자동차업계에 붙은 ‘법인세 탈루’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판매량이 늘어도 법인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수입차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하는 등 법인세 추징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는 행정소송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수입차 업체는 영업이익 적자에도 당기순이익 흑자를 내며 본사 배당까지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지 32년이 지났지만 법인세 탈루는 현재진행형이다”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자동차 수입·판매법인(유한회사, 딜러사 제외) 중 4개사의 법인세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 중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등 2개사는 판매량 증가에 따라 매출이 늘었음에도 법인세를 전년보다 적게 낸 것으로 나타났다. 3월 결산법인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전년 대비 늘어난 1조18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6%가량 적은 38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지난해 매출이 40% 증가한 볼보자동차코리아 역시 법인세는 전년 대비 6% 줄어든 13억원을 낸 데 그쳤다.

본사 이전가격 조정 따라 바뀌는 법인세 규모

수입차업체 본사의 차량가 산정에 따른 당기순이익 감소가 법인세 감소로 이어졌다. 법인세는 기업이 기업활동을 통해 낸 ‘이익’에 매기는 세금으로 당기순이익이 줄면 법인세도 준다. 우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전년보다 재규어랜드로버 본사로부터 600대가량 더 많은 차량을 가져오면서도 대당 약 20만원씩 더 많은 돈을 지급했다. 차량 수입가가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은 400억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수입가 조정은 수입차 업체가 법인세를 적게 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차량가가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국내 수입차시장에 1만570대를 판매하며 국내 진출 이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덩달아 매출도 크게 뛰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018년 90억원에서 2019년 4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8년 85억원에 달했던 영업외수익 내 이전가격조정수익이 지난해 ‘제로(0)’로 잡힌 탓이다. 이전가격은 다국적기업이 해외로 제품을 보낼 때 적용하는 가격이란 뜻으로, 해외 자회사 실적을 ‘조정’하는데 흔히 쓰인다. 수입차 업체의 전 임원은 “차량 원가 조정이 어려울 경우 이전가격 내 로열티 등을 명목으로 본사가 이전가격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수입차 본사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현지법인에 이전가격으로 차량가를 임의 조정, 이익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자동차를 파는 본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인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유지했다. 본사가 차량을 비싸게 넘기면서 영업이익이 적자가 되자 영업외수익으로 잡히는 이전가격을 조정해 당기순이익을 높여준 덕이다. 다시 말해 수입차업체는 차량가를 애초에 높게 설정해 본사로 가는 수익을 늘릴 수 있고, 또는 이전가격을 통해 수익을 재조정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재규어랜드로버 본사는 이전가격 조정분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다시 되가져갔다. 이전가격 조정에 따라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에도 1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당기순이익의 99%가 다시 본사인 재규어랜드로버로 돌아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이전가격조정을 통해 법인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인세차감전순이익 흑자를 유지했고 법인세를 냈다는 설명이지만, 세무당국은 수입차 업체의 이 같은 차량가 임의 산정 및 이전가격 조정을 법인세 탈루 또는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국세청 국제조사2과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세무법인 법인세 담당자는 “국세청은 수입차업체의 조세회피를 의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법인세 추징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전가격으로 차량가를 조정해 이익을 줄이는 방식의 세금 탈루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포르셰코리아는 전년보다 3배로 많은 93억원을 법인세로 냈는데, 뒤에는 국세청의 이전가격 조작 혐의에 따른 법인세 추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셰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개 년도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있었다”면서 “세무조사 이후 진행된 법인세 추징이 지난해 법인세 증가로 일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르셰코리아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당기순이익의 17% 수준인 20억원을 ‘전기 법인세 조정액’으로 밝혔다.

뿐만 아니다. 판매량 기준 국내 수입차시장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한국도요타자동차 모두 세금 탈루에 따른 법인세 추징 기록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16년 4월 이전가격을 통한 법인세 탈루로 640억2200만원에 달하는 법인세 추징을 고지 받았다. BMW코리아는 2013년 회계상 당기순이익 적자를 냈는데도 147억원의 법인세를 부과받았다. 당시 세무당국은 BMW코리아가 이전가격 등으로 회계를 조정했을 뿐 오히려 700억원가량 흑자를 기록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요타자동차 역시 법인세 추징 전력을 갖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4개월간 한국도요타자동차를 세무조사한 이후 약 25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한국도요타자동차가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을 한국에 들여올 때 가격을 부풀려 한국법인이 거둔 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정상적인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150억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이전 가격이 바뀌며 늘어난 이익 배당에 대해서도 과세(100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원가, 로열티 가격 공개 이뤄져야” 지적

전문가들은 차량 원가와 로열티, 라이센스 비용에 대한 공개 요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의 산발적인 세무조사와 법인세 추징만으로는 수입차업계에 붙은 세금 탈루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수익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원가 및 로열티 공개 제도를 마련해 이전가격을 통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막을 장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전가격 조작 혐의로 추징된 세금 640억원이 부당하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는 등 5년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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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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