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수입차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 레드오션에도 투자 지속한 BMW 1위, 2·3위 AVK·MBK, 꼴찌는 닛산 

 

매출 대비 투자·고용·기부·법인세 비교… BMW는 이익잉여금도 많아

▎BMW 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 지은 BMW 드라이빙 센터 / 사진:BMW
1988년 4월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완전히 개방된 후 국내 수입차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뤘다. 하지만 이 성장세는 2015년 이후 멈춰섰다. 2016년 전 세계를 달군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와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침체, 2018년 벌어졌던 BMW 화재사태 등이 수입차의 성장세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시장의 2010년~2015년 성장세와 2015년~2019년의 성장세를 비교해보면 이런 흐름은 명확히 나타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통계를 보면 2010년 9만대였던 우리나라 수입 승용차 등록대수는 2015년 24만3900대로 2.5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2019년에도 24만4780대로 제자리걸음 상태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비슷한 흐름이다. 2010년 6.9%였던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15.5%까지 늘었는데, 지난해는 15.9%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수입차 시장의 전체적 흐름을 보면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블루 오션’이 아니다. 진입할 브랜드는 모두 진입했고, 수입브랜드에 대한 맹목적 선호현상은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수입차 시장은 성숙 단계에 이르렀으며, 소비자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각 수입차 브랜드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공헌을 하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레드오션이 된 한국 시장에서 어떤 브랜드가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지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과)는 “브랜드 수입사의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은 한국 시장에 굳건히 뿌리내리려는 노력과 의지로 볼 수 있다”며 “수입차 브랜드의 한국 경제 공헌도를 따지는 것은 그 브랜드의 앞날을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출 떨어져도 고용 늘린 BMW·AVK


한국 경제 기여도 종합평가에서 1위는 총점 47점을 받은 BMW코리아(BMW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포함)다. BMW코리아는 매출 대비 투자와 이익잉여금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는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이하 AVK,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포함)가 차지했다. AVK는 매출 대비 기부금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지난해 화재 사태와 디젤게이트로 최근 매출이 떨어진 상태다. 기존 사업 구조가 건재했기 때문에 매출 대비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두 브랜드는 매출이 감소하기 이전과 비교해도 각 항목의 절대 지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 우선 BMW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563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17년(4조3580억원)보다 20% 정도 줄었는데, 임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는 오히려 늘어났다(262억원→310억원).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204억원→155억원)은 줄었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최고 수준이다.

AVK도 2015년 3조2526억원이던 매출이 2016년 디젤게이트 사태 여파로 지난해 절반 이하인 1조4740억원으로 떨어졌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늘어났고(0→27억원), 급여도 크게 늘었다(193억원→312억원). 두 회사 모두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에도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사회공헌 비용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3위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MBK, 벤츠 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포함)다. MBK는 수입차 업계에서 매출액(5조6402억원)이 압도적으로 높다. 2위인 BMW코리아(3조5639억원)의 1.5배 수준이다. 기부금과 법인세 납부는 절대액수로는 가장 많지만 매출과 비교하면 4위, 5위 수준이었다. 다만 매출 대비 임직원에게 지급한 급여의 비율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셰코리아는 매출 대비 가장 많은 법인세를 냈고, 기부도 많이 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한국 경제 기여도가 가장 낮았던 회사는 한국닛산이다. 비교대상 10개 법인 중에서 매출이 가장 적었던 게 발목을 잡았고, 매출 대비 법인세 비용도 가장 낮았다. 다만 매출 대비 임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는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입차 업체(수입사)들의 최근 연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 기여도를 매출 대비 당기순이익, 투자, 기부, 급여로 나눠 비교·분석했다. 직접적인 한국 경제 기여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법인에 남겨둔 이익잉여금도 집계했다. 각 항목별 순위에 따라 1~10점의 점수를 부여해 종합 순위도 매겼다. 꾸준한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을 증가시킨 것도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종합 순위 점수에는 매출 순위도 반영했다.

자동차 브랜드와 관계없이 10개 수입 법인 별로 구분했으며 유한회사인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테슬라모터스코리아 등은 제외했다. 공식수입사가 아닌 국내 딜러사인 한불모터스, FMK도 포함하지 않았다.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로 바뀌어 매출과 급여 등이 늘어난 지엠코리아도 제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캡티브 금융사를 운영하는 경우 두 회사의 수치를 합산했다.

수입사는 국내에서 판매권을 받아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사’와 함께 투자 및 사회공헌활동 등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딜러사의 매출 규모와 사회적 역할도 함께 조명해야 하지만 소규모 딜러사의 경우 매출 규모가 작아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고, 대형 법인은 여러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감사보고서 또는 사업보고서 내용으로 브랜드별 한국 경제 기여도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딜러사를 제외한 것은 이번 평가의 한계점이다.

BMW는 매출대비 투자 압도적, AVK는 기부 많아


수입차 업체의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잡은 것은 매출 대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이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해당 법인이 그만큼의 금액을 투자활동을 위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매출대비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기준 BMW의 투자활동 현금 순유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회계연도 동안 277억원이 유출됐고, 122억원이 유입돼 매출액의 0.43%(155억원)가 투자활동으로 인해 순유출됐다. BMW코리아법인이 192억원의 차량운반구를 구입했고, 27억원의 기타 유형자산을 취득했다. 캡티브 금융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건설 중인 자산의 증가’로 38억원을 썼다.

매출 대비 투자활동 현금유출 비중이 두번째로 높았던 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다. 2018년 4월~2019년 3월 매출대비 0.26%(26억원)가 순유출됐다. T맵을 사용하며 24억원의 라이센스 비용을 지급한 금액이 가장 컸다. 매출 대비 세번째로 높은 비중을 투자한 것은 AVK다. AVK는 캡스톤 금융사인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와 함께 16억원의 현금을 투자활동으로 순유출했다. 약 12억원이 순유입됐음을 감안하면 28억원을 쓴 셈이다. 취득 항목 중 비중이 컸던 항목을 보면 AVK가 유형자산 취득을 위해 19억원을 지출했고,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6억원을 무형자산 취득에 썼다. 4번째로 매출대비 높은 비중의 현금을 투자에 순유출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임차시설물 취득’에 5억원을 사용하는 등 총 7억여원을 투자활동으로 순유출했다. MBK는 5번째로 많은 비중(0.09%, 51억원)을 투자활동으로 순유출했다. MBK가 유형자산취득을 위해 55억원을, 벤츠파이낸셜은 무형자산 취득으로 27억원을 썼다. 각각 7억원, 39억원의 유입이 있었다.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곳은 한국닛산과 혼다코리아 2곳이 있다. 두 곳 모두 3월결산법인으로 2018년 4월~2019년 3월 기준이다. 투자활동 현금 흐름이 플러스이면 투자했던 시설을 매각해 현금화한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사업을 축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닛산과 혼다코리아는 차량운반구를 처분해 각각 13억원, 9억원을 현금화했는데, 순유출을 제외한 유입금액은 각각 6억원, 2억원 이다.


두번째 기준은 급여다. 손익계산서에서 ‘판매비와 관리비’에 포함되는 급여 항목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해당 회사가 얼마나 많은 고용창출 효과를 내는지 간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수입차 10개 법인 중 매출 대비 급여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는 한국닛산이다. 회계연도 대비 매출액이 줄어들었음에도 급여 지출절대 액수는 47억원으로 전년(40억원)대비 오히려 늘었다. MBK의 경우 매출 대비 고용창출 효과는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체 중 가장 규모가 커 급여로 지출한 절대금액(315억원)은 가장 많았지만 매출과 비교하면 가장 적은 수준(0.56%)이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볼보자동차코리아도 매출 대비 급여 지급액 비중이 각각 0.56%, 0.67%로 낮았다.

세 번째로 평가한 항목은 매출 대비 ‘기부금’이다. 기부금은 법인이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한 금액으로 한국사회 기여를 위해 직접적으로 내놓은 돈을 말한다. 기부금의 절대량은 34억원을 기록한 MBK가 가장 많았다. MBK와 BMW코리아 등 선두권 회사는 딜러사와 함께 고정적인 기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BK는 MBK 사장을 위원장으로 다임러 계열사와 딜러사들이 참여하는 사회공헌위원회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BMW코리아는 BMW미래재단을 통해 딜러사들과 사회공헌을 진행한다. MBK 관계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회공헌위원회의 지난해 기금액은 45억원이며, 2014년부터 현재까지 사회공헌위원회의 누적 기부금은 24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만 놓고 보면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AVK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부금이 27억원으로 매출대비 0.18%다. 포르셰코리아가 매출대비 0.12%(4억원)를 기부해 두 번째로 높았다. 기부를 전혀 하지 않는 회사들도 많다. FCA코리아, 혼다코리아 등은 최근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기부금으로 구분한 비용이 없었다. 한국닛산은 3000만원을 내놓았다.

순이익 비중은 도요타가 높아


사실 수입차 업계는 직접적인 시설이나 인건비 투자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한국 경제 기여도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주요 거래 재화인 자동차의 ‘이전가격’ 조정을 통해 세무 상 이익을 줄이고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사와 한국법인 간 상품, 용역을 거래하는 가격을 높여 이익을 줄이고 과세금액을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는 각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서 거두는 매출과 비교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지를 비교하는 게 한국 경제 기여도를 평가하는 데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재무제표 상 최근 회계연도에 가장 많은 ‘법인세 비용’을 지출한 것은 MBK(634억원)다. 매출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제표 상 법인세 비용 항목에는 이연법인세(이월하여 연기하는 법인세) 등에 대한 계산이 포함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따라서 매출 대비 법인세 납부 정도를 상대평가하기 위해 손익계산서 상 ‘법인세 차감 전 순손익’ 항목을 비교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손익은 법인세 과세의 기준이 된다.

집계 결과 최근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상 법인세차감전 당기순이익을 가장 많이 남긴 회사는 한국도요타다. 한국도요타는 매출 대비 5.36%인 685억원을 수익으로 남겼다. 다음으로는 MBK(5.06%), BMW코리아(4.56%)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닛산은 최근 회계연도 기준으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회계분기 감사보고서에서 각각 186억원의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추가적으로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평가 항목에 더했다. 흔히 사내유보금이라고 표현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거둬들인 순이익 중 배당을 하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 본사 및 관계자들이 한국법인의 주식을 모두 가지고 있어 배당금은 모두 해외로 향하기 때문에 남은 이익잉여금이 잠재적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인 설립 이후 수년간 누적된 수치이기 때문에 절대 액수로 비교했다.

최근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기준 가장 많은 이익잉여금을 둔 것은 BMW코리아(파이낸셜 포함 5862억원)다. BMW파이낸셜코리아의 경우 배당을 하고 있지만 BMW코리아는 2011년 이후 본사에 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잉여금을 적립하고 있다. MBK는 본사와 2대주주인 화교계 페이퍼컴퍼니 스타오토홀딩스에 매년 상당한 배당을 하고 있음에도 5297억원을 적립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고배당으로 이익잉여금을 남기지 않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34억원을 사실상 전액 배당하고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단 71만3063원을 남겼다. 한국닛산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결손금이 440억원 이월된 상태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34호 (2020.05.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