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고영민 파렐 대표] “골프광(狂)이 만든 수제 골프화는 확실히 다릅니다.” 

 

클래식 구두 디자인에 통기성, 방수기능 더해 완성

▎고영민 파렐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한 수제 골프화를 선 보이고 있다 / 사진:김경빈 선임기자
“파렐에 제 영혼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수제화의 기본 틀이 되는 나뭇조각, 라스트를 직접 하나하나 깎으면서 온 힘을 다했죠. 파렐을 신는 모든 소비자가 골프화에 발을 넣는 첫 순간부터 일반 제품과 많이 다른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웰링턴CC, 이스트밸리,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 소노펠리체CC 등 국내 유명 골프장에서 최근 눈길을 끄는 골프용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수제 골프화 브랜드 ‘파렐’이다. 개인의 발 모양에 맞춰 수작업으로 제작해 편안한 착화감을 높였고, 디자인도 클래식 구두 형태로 독특하다. 멋과 기능성을 모두 원하는 골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브랜드를 론칭한 2017년보다 35배나 늘었다. 올해 한화호텔&리조트 골프클럽의 회원에게 제공하는 입회 선물로 선정돼 매출은 지난해보다 더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5월 12일 파렐의 디자이너이자 경영자인 고영민 대표를 만났다.

고 대표는 브랜드 개발의 첫 시작은 ‘남’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2016년 골프 매력에 푹 빠져 살았어요. 거의 매일 골프연습장을 가고 매주 라운딩에 나설 정도로 골프광(狂)이었어요. 자연스럽게 골프용품에도 관심이 쏠렸는데, 유독 골프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편안하면 예쁘지 않고, 예쁘면 편안하지 않았어요. 또 평소 클래식 정장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클래식 구두 스타일의 골프화를 찾아봤는데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해외 브랜드였고 게다가 대부분 100만원이 넘더라고요. 이 가격이면 직접 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처음 골프화를 만들게 됐어요.”

수제 구두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고 대표는 편안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제 골프화를 만들어 신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그 골프화는 어디 브랜드냐’고 많이 물어왔다”며 “저처럼 수제 골프화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골프광(狂)이 ‘좋아서’ 만든 수제화에 대한 반응은 예상보다 상당했다. 해외 브랜드의 값비싼 골프화처럼 천연가죽으로 만들었지만 가격은 그 절반인 40만~50만원에 출시한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또 맞춤형이라 발볼이 넓거나 발등이 높은 사람, 평발인 골퍼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았다. 개인의 발 치수를 잰 후 그에 맞춰 제작되는 수제화이기 때문에 일반 기성 골프화와는 구분되는 착화감이 자랑이다.

고 대표는 “수제화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골프화이기 때문에 하루에 최대 제작할 수 있는 물량은 50켤레다. 기성화와 다르게, 소비자가 원한다면 밑창만 따로 교체하는 등 신발을 부분적으로 수선할 수 있다. 구입 후 1년 동안 무상으로 밑창을 교체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파렐 골프화를 산 소비자는 대부분 1년 이상 신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화 형태가 아닌 구두 모양인 디자인도 이색적이다. 파렐 골프화는 멀리서 보면 패션구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바닥에 스파이크가 달려있다. 골프화 1족당 11개가 달린 스파이크는 나사 형태로 연결돼 있어서, 골프장이 아닌 곳에서는 쉽게 분리될 수 있다. 골프장에서는 스파이크를 끼우고, 밖에 나가면 나사를 돌려 스파이크를 빼면 된다. 고 대표는 “지난 2018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선수인 최나연 프로에게서 골프화 지원 요청이 왔다. 그 후 최 프로에게 파렐 수제 골프화를 지원한 바 있다”고 말했다.

파렐 수제 골프화를 완성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감각적인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능성을 확보해야 했다. 고 대표는 “착화감과 통기성을 살리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방수기능이었다. 클래식 구두처럼 만들고 싶어서 이탈리아산 천연가죽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방수기능이 필요했다”며 “외피뿐 아니라 내피와 외피 사이에도 방수기능을 더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더할 때마다 직접 골프화를 신고 골프장을 누볐다. 불편한 점을 보안하고, 또다시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100% 코르크 깔창으로 하중 분산 효과


▎각양각색 디자인의 파렐 수제 골프화. / 사진:김경빈 선임기자
발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기능도 연구를 거듭했다. 고 대표는 “푹신한 라텍스 깔창도 깔아보고, 기성화에서 사용하는 일반 깔창도 깔아보는 등 다양한 깔창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해외 구두 브랜드에서 코르크 깔창을 발견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코르크 깔창은 부분 코르크 제작 제품들이었다. 이 때문에 깔창 전체를 코르크 재질로 제작했다. 코르크 깔창은 신으면 신을수록 신은 사람의 발 모양대로 높낮이가 바뀌어 하중을 고르게 분산시킨다. “내가 찾던 깔창이 이거다!” 코르크 깔창을 신발에 깔고 18홀을 모두 돌고 나오면서 그가 외친 말이다.

고 대표는 “신발을 신어보고 추가로 구매하는 고객을 보면 뿌듯하다. 요즘엔 해외에서도 SNS를 보고 주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해외결제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판매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멀리서도 제품을 인정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파렐을 구매하는 고객은 골프화를 처음 맞출 때 발 치수를 자세하게 재는데, 이때 정보는 자동으로 저장된다. 이 때문에 제품을 구입할 때는 다시 발 치수를 잴 필요가 없다.

현재 수제 골프화만 판매하는 파렐은 앞으로 품목을 확장할 예정이다. 고 대표는 “가격을 낮춘 기성화 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기성화 라인에도 파렐만의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다”며 “또 골프바지도 맞춤 형태로 상품화할 것이다. 골프화만큼 중요한 것이 골프 바지다. 스윙할 때 바지가 꽉 끼거나 너무 커서 펄럭이면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35호 (2020.05.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