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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으로 화제된 게임기업 SNK 전세환 대표] “이익 나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당연하죠.” 

 

주가하락 악재·편견 딛고 흑자 행진... 상장 때 받은 신뢰에 고배당으로 보답

▎SNK가 개발한 더킹오브파이터즈 게임의 태권도 캐릭터와 함께 포즈를 취한 전세환 SNK 대표. / 사진:김현동 기자
6월 1일 국내 증권가에 깜짝 소식이 날아왔다. 게임기업 SNK가 주주들에게 1주 당 3332원의 현금 배당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배당금 총액은 684억원(2053만3597주). 지난해 5월 국내 코스닥에 상장한 SNK의 첫 배당이자, 다른 상장사는 엄두도 못 낼 고액 배당이라 더 화제가 됐다.

주주 고배당 정책은 기업과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한편에선 곱지 않은 눈총도 받는다. 배당의 대부분이 SNK 지분의 상당량을 보유한 중국계 기업자본의 몫인데다, 배당금이 지난해 영업이익(2018년 8월~2019년 7월)을 초과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디서 난 돈으로, 이 시기에, 왜 주려는가 의문스럽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그래서 논란의 중심에선 SNK를 찾아갔다. 지난 3일 서울 강남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전세환(39) 대표를 만났다.

SNK의 고배당 결정으로 업계에 논란이 있다.

“체감하고 있다. 경제 성장 둔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기업들마다 존폐 기로에 서있는데다, 지출을 줄이거나 훗날을 대비해 쌓아두는 상황에서 SNK는 현금을 사용하는 주주 배당을 결정해 무성한 뒷말을 듣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5월 상장한 후부터 각종 악재를 겪었다. 먹구름 투성이였던 주식시장은 둘째 치고 미국·중국 간, 한국·일본 간 무역분쟁으로 심한 부침을 겪었다. 게임업계에서 국가간 무역갈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기업은 아마도 SNK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일 무역갈등 땐 국내에서 일본기업이라는 형틀에 얽매여 수난을 겪었다. 뒤이어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벌어져 SNK 주가가 회복할 겨를도 없이 폭락을 거듭했다. 지금도 악전고투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배당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안팎에서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회사가 사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이 시국에 현금을 푸는 것이 맞느냐’ ‘상장할 때 모은 공모자금으로 나눠주는 것이냐’ ‘배당금이 너무 고액이다’ 등의 눈총이다. SNK 경영진에서도 많은 이견이 나왔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 주주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떨어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SNK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심했다. 우리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싶었다. 심지어 임원들이 자기의 자본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할까도 생각했다. 이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자사주 매입을 보류하고 고배당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시장에 유통되는 SNK 주식 물량이 20% 정도다. 자사주 매입을 하면 유통물량이 더욱 줄어든다. 그러면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다 배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간 주가 폭락과 코로나 사태에도 상장부터 지금까지 주식을 계속 보유해 SNK에 신뢰를 보내온 주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다. 주주 이익과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해에도 10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SNK의 현금보유액은 시가 총액에 버금가는 약 2700억원이다. 대부분이 달러·엔화 등이어서 가격 변동 위험성도 적다. 게다가 보유한 지식재산(IP)으로 매분기 흑자도 거두고 있다. 그래서 고배당을 결정했다.”

목표는 ‘IP 업계의 디즈니랜드’

고배당 결정 배경엔 그동안 끊임없는 편견과 싸워야했던 SNK의 고군분투도 한몫했다. 전 대표는 SNK가 한국 게임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겪어야했던 성장통을 들려줬다. 황당한 소문 때문에 겪었던 마음 속 상처도 꺼내보였다.

주변에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뭘까.

“3년 전 한국 증시 상장을 준비할 때 ‘일본 기업이고 대주주가 중국인인데 왜 한국에 상장하나’ ‘한국에서 모은 공모자금으로 장난치려고 하나’ 등 뒷말이 무성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상장했다가 폐지·퇴출된 전례도 많았던 터라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 따라다녔다.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악평은 더욱 높아졌다. 미·중 무역분쟁 때는 중국인 대주주가 있다는 이유로, 한·일 무역갈등 땐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추락하고 악성 소문은 일파만파였다.”

공모자금으로 배당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업계에선 SNK가 수익을 못내는 기업, 적자투성이 기업이라는 잘못된 소문만 듣고 이번 배당 결정에 의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SNK는 우리가 인수한 뒤부터 지금까지 흑자를 계속 거뒀다. 그래서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이번 배당금도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익잉여금 범위 안에서 지급된다. 지급하고도 남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고배당을 통해 SNK가 보여주려는 모습은 무엇인가.

“예전 중국계 기업이나 다른 외국 기업들은 한국시장에서 돈을 벌어 외국으로 가져갔다면, SNK는 해외에서 번 돈을 한국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SNK 매출의 90%는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 거둔 것이며 한국에서 버는 매출은 적은 편이다. 즉, 해외에서 벌어 한국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그간의 의혹을 털어내고 신뢰를 높이려고 한다. SNK가 한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때 주주들의 신뢰를 받았듯, 이번엔 주주들이 코로나 사태로 고통을 겪을 때 SNK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각종 악재에도 흑자행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탄탄한 IP 사업이 SNK의 자랑이다. 인수 협의를 시작했던 6년 전, 당시 SNK는 빠칭코가 주 사업이었으며 콘솔게임의 개발과 퍼블리싱은 비중이 작았다. 부채가 400억원, 매년 2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인수합병 후 빠칭코를 정리하고 게임 개발과 IP 라이선싱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시장이 열리던 때여서 우리도 이에 발맞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더킹오브파이터즈·메탈슬러그·사무라이 등 유명 게임의 시리즈를 늘리고 IP 라이선싱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IP 라이선싱 계약을 맺은 게임이 30개를 넘는다. 앞으로 선보일 신규 게임도 30여개나 대기 중이다. SNK는 인수 뒤 흑자로 돌아섰으며 한국시장에 상장하는 성과를 냈다.”

다른 게임기업과 남다른 점은 무엇인가.

“SNK 인수전에 대형 경쟁사들이 우리보다 2~3배 많은 가격을 제시하며 IP 확보 경쟁을 벌였다. 우리는 SNK 측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마음과 비전을 전했다. 그런 정성으로 가격경쟁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우리는 오늘날 SNK를 통해 다양한 IP 융복합 사업으로 세계무대에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SNK가 IP 권리를 100% 갖고 있어 저작권 분쟁을 겪지 않는 점도 고수익을 거두는 이유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모바일에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IP 업계의 디즈니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공모자금을 웃도는 현금을 갖고 있어 앞으로 인수·합병과 IP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여기서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과 나누는 기업이 우리가 꿈꾸는 모습이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38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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