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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법적 다툼] 코로나19로 여행 취소, 지불한 돈 환불될까? 

 

기준 모호해져 기존 법 해석도 갑론을박... 다툼 줄잇는 현실 반영 제도 정비 시급

▎사진:© gettyimagesbank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회혼란 속에도 우리 국민은 선진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직면하는 법적 다툼은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결혼식 취소, 직장 월급이나 상가 월세 감액, 확진자 동선 공개에 따른 개인정보 문제 등의 법률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법률관계는 우리가 겪어본 바 없는 문제다. 공통 쟁점을 꼽자면 ‘급작스런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동을 원인으로 계약을 수정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과 판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몇몇 판례를 참고할만하나, 결국 코로나19 상황과 기존 법에 대한 해석 문제가 남아있다. 따라서 법과 판례에 기초해 정답을 제시하기보단,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범위 안에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여행 | 감염 걱정에 계약해제시 위약금 감수해야

A씨는 여행사와 해외여행계약을 맺고 여행경비를 모두 지불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계약을 취소하고 경비를 돌려받고 싶다.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위약금을 내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여행자는 여행 시작 전에 계약을 언제든 해제할 수 있으나, 손해는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민법 제674조의3). 여행계약서(약관)엔 위약금 조항이 있을 것이며, 이 조항에 기재된 위약금을 손해로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법에는 이런 조문도 있다. ‘여행자는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 여행자 과실이 없는 경우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민법 제674조의4).’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르면 ▶여행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여행자의 요청 또는 현지 사정에 의해 부득이하다고 쌍방이 합의한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손해배상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여기서 해석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가 A씨 과실이 아님은 명백하나,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는 전문가들 사이에 부정적 견해가 많다. 필자도 코로나19·메르스·사스 등이 어떤 판단과정을 거쳐 천재지변으로 인정받을지 기준이 없다는 점, 어문상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만약 해당 국가가 갑작스레 한국인 입국금지·강제격리 등을 결정하면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해 손해를 배상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감염우려 때문이라면 A는 계약을 해제할 순 있어도 손해배상할 각오는 해야한다.

예식장은 어떨까? 공정위가 배포하는 예식장이용 표준약관에 의하면 이용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계약에서 정한 예식 일시에 예식을 할 수 없는 경우,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으며 계약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니, 결국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 이 기준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소비자보호원의 분쟁해결 기준과 약관 해석의 기준이 되므로 참고할만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제3조엔 ▶예식예정일 90일 전까지 계약해제를 통보한 경우 계약금 환급 ▶60일 전까지 계약해제를 통보한 경우 총 비용의 10% 배상 ▶30일 전까지 계약해제를 통보한 경우 총 비용의 20% 배상 ▶29일 이후 계약해제를 통보한 경우 총 비용의 35% 배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근로 | 유급휴가·휴업수당 보장하나 노사협의 검토해야

B씨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자가격리돼 직장에 출근할 수 없게 됐다. 생계가 걱정되는 B씨는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 감염병으로 입원·격리되는 근로자에게 사업주는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지원받는 경우에 유급휴가를 반드시 줘야 한다.(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의2 제1항). 하지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고 정할 뿐, 회사가 반드시 유급휴가를 줘야 할 의무는 없다. 이는 자가격리 원인이 근로자의 개인적 활동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의 감염으로 인한 것이어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 및 생활방역 이행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사업장용, 2020.4.23.)에 따르면, ‘유연근무·휴가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도록 해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지 않고 되도록 유급휴가를 주도록 장려하고 있다. 당연히 연차휴가 사용 강제는 위법이고 근로자는 따를 의무가 없지만, 결국 노사간 협의에 의해 별도 유급휴가 보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임금 삭감도 논란거리다. 근로계약에서 ‘급작스런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동을 원인으로 계약을 수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행여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를 받고 임금을 삭감해도, 근로기준법 상 정한 단체협약·취업규칙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감염 의심이 없는데도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근로자를 자택 대기하도록 하거나 휴업을 실시한 경우엔 휴업수당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매출감소·경영난을 이유로 무급휴직을 실시해도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상가 임차 | 월세 감액 청구 가능하나 입증 어려워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곤두박질친 상가 임차인은 법적으로 월세 감액을 청구할 권리가 있을까? 있지만 쉽지 않다. 우리 법은 상가건물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차계약 존속 중 사정 변경이 발생하면 차임(월세)을 증감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 차임증감청구권). 계약기간 동안 ‘사회, 경제적 사정의 변동’ 등으로 당초 약정했던 차임이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당초 차임으로 당사자를 제어시키는 것은 신뢰와 형평에 어긋나므로 변경된 사정에 맞게 차임을 조정하자는 취지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줄어 차임감액을 청구하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부로부터 식당을 임차한 한국공항공단이 1997년 외환위기로 장사가 안되자 월세를 깎아달라고 청구한 사례다. 한국공항공단이 2심까지는 이겼다(부산고등법원 2001.1.10 선고 2000나935 판결). 그러나 결국 졌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부산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임차인의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더라도 이는 경영 예측과 투자 실패로 임차인 스스로가 감수해야 할 사정에 불과하다(대법원 2004.1.15. 선고 2001다12638 판결).’ 법이 인정하는 권리지만, ‘경제사정 변동’만을 이유로 한 감액 청구 소송은 쉽지 않다. 매출이 급감했다는 관련 자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풍부한 증명, 본인 업종의 특수성 등 다양한 형태의 구체적인 증명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대책, 법적 다툼에 대한 제도와 판례도 새롭게 발전·정비될 것이다. 아직 사례가 판례로 남을만한 기간이 경과하지 않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우리는 ‘급작스런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동을 원인으로 계약을 수정할 수 있을지’에 관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실무 의견을 모아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코로나19 법률상담 Q&A집>을 발간한 일은 고무적이다.

- 임다훈 임다훈변호사법률사무소 대표

1539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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