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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몸집 키우는 이마트 속내는] 롯데마트·홈플러스 폐점에 ‘반사이익’ 챙기기? 

 

2년 만에 신촌 점포 내고 대학상권 공략… 신선식품 강화한 ‘미래형 점포’로 승부수

▎서울 노고산동 이마트 신촌점은 신선식품과 1~2인 가구를 겨냥한 밀키트 상품이 주를 이룬다. / 사진:허정연 기자
7월 20일에 찾은 서울 노고산동 이마트 신촌점은 평일 낮시간임에도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3개층으로 이뤄진 신촌점의 영업 면적은 1884㎡(약 570평) 규모다. 층당 면적이 628㎡(약 190평)에 불과해 매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다니는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입구에 즐비한 쇼핑 카트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 창천동에 사는 이인숙(56)씨는 “복도가 좁고, 카트도 없어 장보기가 불편하다”며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마트가 생겨서 좋아했는데 다음부턴 원래 이용하던 대형마트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층을 특정화한 이마트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마트는 7월 16일 신촌점 문을 열면서 “20~30대 인구 비중이 40%로 높고, 1~2인 가구가 많은 신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소단량 그로서리MD’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하 1층은 신선식품 위주로 구성했다. 1~2인용 회·초밥과 간편 디저트 과일, 초간단 요리 채소, 샐러드 등 편의성이 좋은 소단량 품목을 기존 이마트보다 20~30% 정도 확대 구성했다. 간편하게 일품요리를 즐길 수 있는 ‘피코크 밀키트존’과 ‘견과류 특화매장’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지하 2층 역시 대학생들을 겨냥해 218㎡(66평) 규모의 ‘와인 앤 리큐르’ 주류 통합 매장으로 꾸몄다. 저가 와인과 수입맥주·칵테일 등 대학가 연령층에 맞는 특화 매장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막상 계산을 기다리며 줄을 선 대다수가 50~60대 중장년층이었다. 고객이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고, 신용카드를 넣어 결제하는 방식의 셀프계산대 11곳도 젊은 고객을 겨냥한 듯 보였지만 직원들이 계산대마다 서서 결제를 돕고 있었다. 정육·생선코너를 비롯한 신선식품 코너가 50대 이상 주부들로 붐비는 반면 HMR(가정식 대체식품) 코너인 ‘밀키트존’은 대체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오픈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벌써부터 신촌점의 수요 예측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인 가구 겨냥해 소단량 신선식품에 주력

신촌점은 이마트가 1년7개월 만에 출점한 점포다. 이마트는 지난 2018년 의왕점을 오픈한 이후 신규 출점이 없었다. 대형마트의 존재이유였던 신선식품 장보기마저 온라인 채널로 넘어가면서 대신 SSG닷컴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그런 사이 대형마트의 위기는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16.9%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9.1%였다. 코로나 사태로 외부 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온라인 쇼핑 비중이 늘었고, 대형마트를 찾는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3월엔 전체 유통업계 매출 중 온라인 쇼핑 비중은 집계 이후 처음으로 50%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엔 41.2%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위기에 정면 승부를 택했다. 오프라인 매장 폐점보다는 리뉴얼을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번 신촌점 오픈도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가속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촌점은 규모가 워낙 작아 기존 점포에 비해 매장 구성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무조건적 몸집 줄이기보다는 신촌점처럼 효율적인 신규 출점이나 점포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 5월엔 1만9173㎡(약 5800평) 규모의 월계점을 재개장하기도 했다. 낡은 점포를 이른바 ‘미래형 점포’로 탈바꿈하는 데에 10개월이 걸렸다. 이 점포는 리뉴얼을 통해 식품매장 규모를 100평 가량 더 키웠다. 축·수산 매장에서는 고객 취향에 맞게 제품을 손질해주는 ‘오더메이드’ 방식을 활용해 신선식품 강화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월 월계점을 찾아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신선식품을 키우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1만1900㎡(약 3600평)에 달하던 비식품매장은 1652㎡(약 500평) 규모로 대폭 축소했다. 비식품매장이 식품매장보다 작은 점포는 월계점이 처음이다. 대신 더타운몰을 선보이며 복합문화공간 ‘아크앤북’, 스포츠 액티비티 키즈카페 ‘바운스트램폴린’을 입점했고 40여 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조성했다. 외식을 선호하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F&B 매장을 12개에서 30개로 늘린 것도 특징이다.

이마트는 월계점을 시작으로 전국 140개 점포 중 30% 이상을 대대적으로 새로 단장한다는 계획이다. 리뉴얼에 드는 비용만 2600억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18일에는 강릉점을 깜짝 방문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강릉점은 월계점과 마찬가지로 최근 리뉴얼을 마치며 식품매장을 대폭 강화한 점포다.

이마트의 전략은 일부 성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5% 신장한 7조338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6월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와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도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1.6% 증가하며 선방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분기적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영업 손실액만 299억원에 달했고,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은 832억원이나 줄었다.

롯데마트 연내 16개 매장 정리 계획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 양주점과 천안아산점을 폐점했고, 6월에는 VIC신영통점(창고형 할인점)이 문을 닫았다. 7월에는 의정부점과 천안점, VIC킨텍스점을 폐점한다. 올해만 총 16개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마트를 포함해 백화점·슈퍼마켓·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에 해당하는 200여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으로, 연내에만 120개 점포를 없앨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안산점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년간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려오며 자산 유동화가 시급해진데 따른 결정이다. 안산점의 경우 전국을 통틀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점포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위기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역시 매출 상위 점포였던 둔산점과 대구점 등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는 매각 자금을 온라인 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이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역주행하고 있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롯데마트·홈플러스가 점포를 줄이고 있어 그 반사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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