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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과거의 성장주와 지금의 성장주는 달라 

 

잉여현금 창출력 다음에 시장지배력 갖췄는지 눈여겨봐야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쓴 시민이 벨기에 유럽연합(EU) 본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선진국의 경기부양 대책이 다시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회복기금 7500억 유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기금은 보조금 3900억 유로와 대출금 3600 유로로 구성돼 있다. 지난 4월 처음 제안이 나왔을 때에는 보조금 5000억 유로와 대출금 2500억 유로로 구성돼 있었는데, 결과는 보조금이 줄어든 대신 대출금이 늘어나는 형태가 됐다. 일부 국가에서 보조금 지급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자금은 앞으로 들어올 EU 분담금을 담보로 2021∼2024년까지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한 후, 예상 및 신규 세입을 통해 2028∼2058년까지 상환할 계획이다. 경제회복기금을 토대로 내년부터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는데 회원국들은 이를 공공과 민간 투자, 의료시스템 강화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도 조만간 5차 경기 부양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미국 정부가 만들었던 코로나 대응 정책이 7월에 소진돼 이를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공화·민주 양당이 재정지출 규모와 사용처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시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지만, 정책 시행에 반대하지 않는 만큼 조만간 정책이 가시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재정 정책 한계 부딪혀 재정적자·국가부채 부담 가중

부양책에 포함된 여러 이슈 중 시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실업수당 연장이다. 공화당은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에서는 원래 있던 일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일시적 실업’의 비중이 높은데, 실업급여가 기존 소득에 비해 높아 일자리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실업급여를 급격히 줄이거나 없앨 경우 많은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고, 소비에 심각한 영향을 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의 실업급여는 저소득 가계의 부도를 막고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줬다. 5~6월에 경제가 강하게 회복한 것도 이 제도의 영향이 컸다. 이런 지원을 줄이거나 없앨 경우 소비 감소로 미국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 시장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선진국 정부가 다시 경기 부양에 나선 건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6월과 7월의 경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6월까지 상황을 반영한 수치가 나오고 있지만 8월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 반영된 수치가 나올 경우 경제 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2분기는 코로나19로 경제 봉쇄가 집중됐던 시기였던 만큼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전분기 연율로 -30% 이상, 유럽 역시 전기비 -10%대가 전망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성장률에서 시작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한국의 2분기 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한 풀 꺾였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이 예상보다 좋은 수치를 내놓지 못할 경우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부양책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부양책은 최후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쓸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어서인데 금융정책의 경우 선진국 대부분의 기준금리가 0%여서 추가로 금리를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양적 완화 역시 이미 수 차례 사용해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재정정책도 한계를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전 세계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3.1%에 해당하는 재정 투자를 시행했다. 지난해 전체 수치는 10.5%였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문제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국가부채가 GDP의 120% 정도인데 2차 대전 막바지인 1943~44년보다 높은 수치다. 증가 형태도 문제다. 1940년대 중반은 전쟁이전 40%대였던 국가부채 비율이 전쟁으로 크게 상승한 후 종전과 함께 빠르게 하락했지만 이번은 국가부채비율이 10년 이상 계속 올라오고 있어 갑자기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재정 정책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효과가 역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시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경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꾸준히 오른 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대가 약해질 경우 시장에서는 경제와 주식시장이 너무 벌어졌다는 우려가 제기돼 시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스닥이 1만700, 코스피가 2200에 걸려 있는 동안에도 시장은 계속 성장주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2000년 IT버블 당시 성장주와 지금의 성장주는 다르다. 지금은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20년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가 대상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 아마존이다. 서적 판매 사이트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업체가 됐다.

새로운 시장 창출 능력으로 성장 기업의 가치 판단

성장의 가치는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선도적으로 끌고 가는 곳을 중심으로 실현된다. 그래서 성장 기업을 판단할 때에는 해당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 시장의 평가도 이 쪽에 맞춰진다. 처음 시장 규모가 작을 때에는 이익으로 회사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중시되는데 이게 시장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처음에 매출을 중시했던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 이익으로 바뀐다. 어떤 단계가 되면 회사가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래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된다. 지금 미국의 선두 기업들은 잉여현금 창출은 물론 시장 지배력까지 가지고 있어 높은 주가가 됐다. 문제는 시장이 성장 테마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이익 창출 능력을 예단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상황이 되면 매출 증가를 이익 증가로 확대 해석하게 되는데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고평가에 대한 논란이 더 세진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대표 성장주로 거론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잉여현금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들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주가 상승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성장성이다. 둘 다 플랫폼을 영업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해당 산업은 한 기업이 세계 시장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그 이유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확장성 부분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그 답을 내놓아야만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46호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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